펑페이 항공의 성스룽
2024년 2월 27일, 중국 선전(深圳). 펑페이 항공(峰飛航空)의 eVTOL(전기 수직 이착륙기) 성스룽(盛世龍)이 선전에서 주하이(珠海)까지 세계 최초 바다 횡단에 성공했다. 이날 성스룽은 차로 3시간 거리를 비행을 통해 단 20분으로 단축했다. 이어 지난 3월, 중국 당국이 정부업무보고(政府工作報告)에서 ‘저공 경제’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언급하면서, 2024년이 저공 경제의 원년(元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저공 경제(低空經濟): 민간의 유인/무인 항공기를 활용해 여객/화물 수송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저공비행 산업을 가리킨다. 드론 택시, 드론 택배, 도심 항공교통(UAM: Urban Air Mobility) 등 개념을 예로 들 수 있다.
*eVTOL(전기 수직 이착륙기, electric vertical take-off and landing): 전력을 사용하여 활주로 없이 수직으로 이륙 및 착륙이 가능한 항공기를 가리킨다.
헬기의 편의성 그대로, 단점 보완해 경제적
소위 ‘저공 경제’의 ‘저공’에 대한 기준은 아직 명확한 정의가 없다. 지역과 상황에 따라, 지면 기준 1000m 상공부터 3000m에 이르기까지 범위가 각양각색이다. 넓은 의미의 저공 경제를 말하자면, 포괄 범위가 한층 넓어진다. 저고도 도심 교통부터, 물류 운송, 응급 구조, 관광, 농림 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군이 모두 저공 경제 안에 포함된다.
이 가운데, 올해 주목받는 저공 경제는 협의의 개념으로, 속칭 ‘하늘을 나는 자동차(飛行汽車)’와 관련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eVTOL 등 미래항공모빌리티(AAM)를 활용한 신흥 산업 분야를 가리킨다.
*미래항공모빌리티(AAM: Advanced Air Mobility): 미래항공모빌리티(AAM)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Urban Air Mobility), 지역 항공모빌리티(RAM: Regional Air Mobility), 무인 항공시스템(UAS: Unmanned Aircraft System)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맨 처음 저공 경제라는 개념을 접하면, 약 100년 전부터 이미 존재했던 헬기와 eVTOL의 차이가 무엇이냐는 의문을 품기 마련이다. 헬기는 비용이 많이 들고, 소음이 크며, 배기가스 배출 문제로 인해 주로 부유층이나 유명 스타의 신속한 이동 혹은 관광, 의료 구급 활동 등에 활용됐다.
반면, eVTOL은 헬기의 편의성을 그대로 지니면서 동시에 조용하고 안전하며 배기가스 배출이 없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는 강점이 있다. 이처럼 eVTOL은 헬기의 약점을 보완하면서 도시 간 이동과 도시 내 이동에 적합한 기준을 갖췄다.
중국 매체 화상타오뤠(華商韜略)의 보도에 따르면, eVTOL은 비용이 헬기의 20% 수준이며, 이용 가격은 택시의 2배 정도로, 소요 시간이 지상 교통수단의 ⅙~⅓로 단축된다는 면에서 경제적이라는 분석이다. 규모화에 성공하면, 가격도 더 저렴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상용화 이후, eVTOL이 도시 교통에 보급되면, 기존 인류의 삶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1경 규모 新 시장, 글로벌 각축전 돌입
중국 웨강아오다완취(粵港澳大灣區) 디지털 경제 연구원의 〈저공경제백서(低空經濟白皮書)〉에 따르면, 2025년 저공 경제(광의의 개념)의 종합 기여 가치는 3~5조 위안(약 560조~945조 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협의의 개념에서 본 저공 경제도 향후 1경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모건스탠리, 딜로이트 등 컨설팅 업체에 따르면, 2030년 ‘하늘을 나는 자동차’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3000억 달러(약 410조 원)로, 2040년과 2050년에는 각각 1조 달러(약 1300조 원)와 9조 달러(약 1경 2300조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2023년 중국 GDP의 절반에 상당하는 규모다.
1경 규모의 미래 시장을 놓고, 글로벌 각국의 각축전도 본격화하고 있다. eVTOL 분야만 해도, 전 세계 800개 이상의 기업이 뛰어들었다. 보잉, 에어버스 등 항공사를 비롯해 미국의 조비(Joby), 아처(Archer), 알레프 에어로노틱스(Alef Aeronautics)와 영국의 버티컬(Vertical), 브라질의 이브(Eve), 독일의 릴리움(Lilium)과 볼로콥터(Volocopter), 슬로바키아의 에어로모빌(AeroMobil), 네덜란드의 PAL-V 등 스타트업이 주요 업체로 꼽힌다. 이 가운데, 2024 파리올림픽에서 에어택시를 선보일 예정인 볼로콥터는 앞서 중국 지리차가 투자한 기업이기도 하다.
중국에도 저공 경제 관련 신 세력이 포진해 있다. 광저우자동차(廣汽), 샤오펑(小鵬), 지리차(吉利) 등은 자동차 업체이면서 eVTOL 시장에 뛰어들었고, 펑페이항공, 이항즈넝(億航智能), 위펑웨이라이(禦風未來) 등은 eVTOL에 집중하고 있는 혁신기업이다.
저공 경제의 잠재력은 eVTOL에 그치지 않는다. 드론을 활용한 물류, 배달 등 서비스가 이미 중국 곳곳에 적용되고 있다. 일례로 물류기업 순펑(順豐, SF Express) 산하의 펑이커지(豐翼科技)는 선전에서 운영을 시작해 중국 전역 운송 건수가 80만 회를 돌파했다. 배달 플랫폼 메이퇀(美團)은 선전, 상하이 등지에 드론 노선을 22개 운영하며, 2023년 11월까지 21만 건의 주문을 소화했다. 중국에는 2300여 개에 달하는 드론 기업이 있으며, 이들은 연간 317만 대의 드론을 생산하며 전 세계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전기차 다음은 저공 경제다
현지 업계는 지금의 저공 경제 흐름이 수년 전의 전기차 시장을 떠올리게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지난 3월 정부업무보고에서 언급된 이후, 중국 본토 증시에서 생성형 AI 못지않게 저공 경제 관련 종목이 크게 오르는 등 자본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과거 중국 당국은 보조금 지급과 인프라 건설 지원 등을 통해 자국의 전기차 산업을 대대적으로 발전시켰다. 2024년 현재, 저공 경제가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지목되며 ‘제2의 전기차 열풍’이 본격화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1경 규모 산업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의 주도권은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 글로벌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