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 재킷을 입은 엔비디아 CEO 젠슨 황(Jensen Huang)이 이번 달 모국인 대만에서 열린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블룸버그
인공지능(AI) 테마의 대표 종목이자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가 현재까지 압도적인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도 오를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업들이 단순히 엔비디아를 찾기 때문이 아니라, 국가간 AI 전쟁이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9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은 물론 아시아와 중동, 유럽국가들이 자체 AI를 구축하기 위해 새로운 국내 컴퓨팅 시설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각국 정부는 기업들이 새로운 데이터 센터를 건설하도록 장려하고 오래된 센터는 엔비디아의 칩으로 개조하도록 하기 위해 예산을 늘리고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각국의 목표는 AI를 직접 개발하고 자신의 모국어로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개발하는 것인데, 이는 엔비디아의 새로운 매출원이 될 전망이다.
세계 각국이 저마다의 AI를 구축하는 데 나서는 이유는 미국과 중국 간의 기술 전쟁이 고조되면서, 자신의 살길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이 자체 AI를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WSJ는 일부 국가들이 AI 및 클라우드 컴퓨팅 혁명에서 자국이 패배했다고 느끼며 현지 문화와 국가 안보를 위해 AI 개발의 필요성을 깨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엔비디아는 최근 국가간 경쟁으로 연간 매출이 100억달러 정도 더 늘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이 회사의 분기 매출은 약 260억달러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정책 담당 임원을 지냈고 현재 싱크탱크인 신미국안보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파블로 차베스는 “대부분 정부가 생성형 AI 혁명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엄청난 불안감을 갖고 있다”며 “이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속속 AI에 직접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각국이 자체 인공지능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로이터
이러한 각국 정부의 노력은 엔비디아뿐만 아니라 데이터센터 구축 및 운영을 지원하는 미국 기술 기업들에 엄청난 ‘횡재’라고 WSJ는 썼다. AI에 대한 민간 부문의 수요가 둔화될 즈음 이제는 국가가 나서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에 최고경영자(CEO)는 주로 국가수반을 만나고 있다. 지난해 9월 나렌디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났고, 12월에는 일본과 싱가포르 총리를, 이번 대만 방문에서도 대만의 최고 지도부를 두루 만났다.
이중에서도 싱가포르는 AI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다. 싱가포르는 국영 슈퍼컴퓨팅 센터를 엔비디아의 최신 AI칩으로 업그레이드 하고 있으며, 국영 통신사인 싱텔이 엔비디아와 협력해 데이터 센터를 건설하고 이를 기반으로 동남아시아의 AI 허브가 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캐나다는 지난달 AI 컴퓨팅 전략의 일환으로 15억달러(약 2조674억원)의 투자를 약속했으며 일본에서도 자국내 AI 역량 강화를 위해 약 7억 4000만달러(약 1조197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외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럽 전역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으며, 중동은 물론 중국도 적극적이다.
AI열풍 초기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 등 미국의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AI를 구축하기 위해 엔비디아의 칩을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됐었다. 기업들의 수요가 충족되어 엔비디아의 수요가 줄어들 뻔한 시기에, 세계 각국의 정부가 엔비디아의 또다른 수요층이 되어주고 있는 게 현상황이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주가가 1000달러를 돌파해 10대1 액면 분할을 단행한 엔비디아의 주가가 더욱 오를 수밖에 없다고 WSJ은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