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팀 "빛에 의한 물 증발 실험 입증…기후·산업 등 적용 기대"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열 없이 빛을 쪼이는 것만으로 물이 증발하게 할 수 있을까? 지난해 특별한 조건에서 빛이 물 분자를 증발시키는 '광분자효과'(photomolecular effect)를 발견한 미국 연구진이 이런 현상이 자연에서 보편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다양한 실험으로 증명했다.
빛에 의해 물이 증발하는 광분자효과 실험 모습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강첸 교수팀은 25일 과학 저널 미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서 다양한 실험을 통해 가시광선 속 광자(photon)가 공기와 물 경계면의 물과 충돌해 물 분자가 떨어져 나오게 하는 광분자 효과가 있음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광분자 효과가 구름의 햇빛 흡수에 관한 오랜 수수께끼 해결에 기여해 기후변화 계산에 영향을 미치고, 햇빛을 이용한 해수 담수화나 건조공정 등 산업에도 응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앞서 지난해 물에 적신 특수한 하이드로겔 표면에 빛을 쪼일 때 물이 증발하는 현상을 발견해 PNAS(2023년 10월 23일 자)에 보고했다.
이들은 이를 1887년 하인리히 헤르츠가 발견하고 1905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증명한 광전효과(photoelectric effect)에 빗대 광분자 효과로 명명했다. 광전 효과는 금속에 빛을 쪼이면 전자가 방출되는 것으로 빛의 입자성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다양한 파장의 빛을 다양한 각도로 물에 쪼이는 14가지 실험을 통해 광분자 효과가 특수한 하이드로겔뿐 아니라 호수처럼 평평한 표면이든 수증기 방울 같은 곡면이든 모든 물 표면에서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서로 다른 조건에서 실시한 네 가지 실험에서 모두 가시광선을 받은 물 표면에서 증발이 시작된 후 수면 위 공기 온도가 냉각됐다가 회복되는 현상이 관찰됐다. 이는 증발이 열에너지에 의한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증발 효과가 빛을 쪼이는 각도와 빛의 색깔(파장), 편광성 등에 따라 달라지는 현상도 나타났다. 이 파장대에서는 물이 빛을 거의 흡수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이론대로라면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아야 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빛에 의해 물이 증발하는 광분자효과 실험 모습
광분자 효과는 빛이 45도 각도로 수면에 닿을 때 그리고 횡 자기 편광(transverse magnetic polarization)이라는 특정 유형의 편광에서 가장 강했고, 빛 색깔 중에서는 물과 상호작용이 가장 적은 녹색 빛에서 가장 강했다.
연구팀은 이 현상이 구름의 햇빛 흡수에 관한 기후 과학의 80년 미스터리에 해답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구름은 기존 물리학에서 예상하는 것보다 더 많은 햇빛을 흡수하고 있지만 그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구름에서 광분자 효과로 인한 추가 증발이 일어난다면 구름의 햇빛 흡수 미스터리를 설명할 수 있다며 이는 기후 변화가 구름과 강수량에 미치는 영향 계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첸 교수는 광분자 효과는 구름에서 안개, 바다, 토양, 식물 표면에 이르기까지 자연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날 수 있고 많은 분야에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태양광 해수 담수화나 재료 건조 같은 산업공정 설계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