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전략: ‘AI투자 붕괴’의 우려를 압도할 재료들
7월 주식비중을 ‘확대’로 제시한다. 버블 붕괴/조정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물가 안정은 증시를끌어올릴 재료이다. ‘실적장세 2국면’은 개별주 장세이며, 수급은 ‘저P/E주’로 흐른다. 그리고 저P/E주들은 주로 소비 관련주 (금융+소비재)에 포진되어 있다
■ Summary
시장 전략: 서머 랠리, AI투자 붕괴 우려, 그리고 주도주 후보군에 대한 생각 ‘
일시적 소비둔화’ 현상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Q (고용/실적)’가 아니라 ‘P (저가 소비)’의 하락을 가져온다.기업들의 경쟁적인 가격할인이 물가 안정과 증시 반등의 재료이다. AI가 붕괴하려면, 펀더멘탈과 밸류에이션 중 어느 하나에서 트리거가 발생해야 한다. 관련해서 ‘아마존 주주환원의 위험성’과 ‘추세적 긴축’에 대해 다뤘다. 지금은 오히려 장기적으로 1999년 식의 ‘묻지마 랠리’에 대응할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실적장세 2국면은 ‘개별주 랠리’가 나타난다. 주도주는 ‘소비 관련주 (금융/소비재)+ R&D 투자주 (AI/우주)’에서 나올 것이다. 특히 이 시기의 ‘수급 이동’은 저P/E주를 노리는 경우가 많다. ‘금융/소비재 (자동차 포함)’를 주목한다.
- KB증권 주식 Strategist 이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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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 랠리, AI투자 붕괴 우려, 그리고 주도주 후보군에 대한 생각
1. 시장전략: 버블 붕괴 우려를 압도할 인플레이션 지표들
6월 한국증시는 강세를 보였다. 한달 간 약 5.5% 상승했는데 (6/27 기준), 이 정도면 2010년 이후 ‘상위 20위’ 안에 들 정도로 좋은 수익률이다. 한 달간 5% 이상 상승한 달의 익월 코스피 퍼포먼스를 보면, 20번 중 14번은 상승, 6번은 하락했다 (평균 +1.7%, 중간값 +2.4%).
기술적으로 코스피는 ‘상승 삼각수렴’ 패턴을 뚫은 후 숨 고르기 중이다. 기술적으로만 보면 추가 상승이 기대된다. 2023년 3월 ‘SVB 사태’ 당시에도 비슷한 패턴 이후 상승한 바 있다. 당시 연준의 개입으로 국채금리가 하락했고 이후 약 3개월 간 코스피는 200pt (+8%) 상승했다. 지금도 금리인하가 확정되는지가 중요할 수 있다.
이번에도 코스피는 통화정책 완화를 등에 업고 추가 상승을 이어갈 수 있을까? KB증권은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20번 중 14번 상승 평균 +1.7%, 중간값 +2.4%
미국 소매기업들의 할인판매와 저가 소비 트렌드
KB증권의 “장기 시장전략” 키워드는 ‘(인플레 시대엔) 국채금리가 왕이다’라는 문장이다. 다시 말해서 금리 (물가)가 하락해야 주식시장이 상승한다는 것이다. 이는 다른 말로 ‘bad is good’이 된다. 나쁜 지표 (bad)가 금리 (물가)를 끌어내릴 수 있다.
좀 더 “단기적인 시장전략” 키워드는 ‘일시적 경기 둔화’이다. 올해 2분기부터 ‘소비의 경기 둔화’가 나타날 것이고, 이것이 금리 (물가)를 낮추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 중에서 KB증권이 주목한 것은 1분기 ‘월마트’의 저가 할인 정책의 대성공과 다른 소매기업들의 ‘가격 인하 따라하기’가 결국 소비자물가 (CPI)를 낮출 것이란 논리였다. 그 증거로 ‘월마트’의 저가 정책 성공과 다른 소매기업들의 ‘따라하기’를 제시했다.
지난달 자료에서 월마트의 1분기 실적 서프라이즈에 대해서 다룬 것을 잠깐 재언급하고 넘어가겠다. 대부분 소비재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월마트’의 실적은 유독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어닝스 콜’에서 월마트가 언급한 호실적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였다.
1) 저가 제품 중심의 PB 상품 ‘Bettergoods’의 판매가 호조였고, 2) 공격적인 가격 인하 프로그램인 ‘Rollbacks’에 대한 소비자 호응이 좋으며, 3) 외식 감소와 집밥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 다시 말해서 ‘저가 정책’이 힘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월마트의 실적 발표일은 5/16이었는데, 이날 1분기 실적 발표는 다른 소비재 기업들에게 사실상 정답을 공개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싸게 팔면 대박날 수 있다”. 이에 따라 5월 20일부터 소비재 기업들은 잇따라 공격적인 가격할인 정책을 발표했다. 할인 판매 발표 이후 실제로 할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5월 말부터 6월 초였다. 경쟁이 격화되자, 저가 할인 정책은 추가로 발표되고 있다. 아마존은 ‘프라임데이 (7/16~17)’, 월마트는 ‘월마트 딜 (7/8~11)’, 타겟은 7월 7~13일 일주일 간 할인 행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1분기에는 ‘월마트·로스 스토어·TJX·달러 제너럴’ 등 소수 업체들만 ‘저가 할인 정책’으로 재미를 봤지만, 2분기에는 대부분 소비재 업체들이 저가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월마트 CEO 데이비드 레이니는 이를 두고 ‘2분기는 확실히 도전적이다. 1분기와 같은 분위기가 아니다’ 라고 언급했다 (6/25). 경쟁 격화는 이들 기업에 악재이겠지만, 경제 전체 물가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6월 말에 실적발표가 있었던 제너럴밀즈 (식품), 월그린 (약국 체인), 나이키 등도 경영 환경이 악화되고 있음을 밝혔는데, 이들은 모두 소비재 기업이다. ‘일시적 경기둔화’가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월마트는 5/16 실적 발표에서 서프라이즈의 원인을 ‘저가 할인정책’이라고 밝힘
이후 소비재 기업들의 할인 경쟁 격화되고 있음
‘경기침체’가 아니라 ‘화폐환상’에서 깨어나는 것. 즉 ‘Q’가 아니라 ‘P’가 하락
다만 지금의 ‘소비 경기둔화’는 ‘경기침체’와는 상관이 없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경기침체’가 오기에는 ‘투자 사이클’이 너무 강하다. 백 번 양보해서 소비는 침체에 진입할 수 있을지 모르나, 강력한 ‘AI 투자’를 고려하면 경기 전체가 침체에 빠지긴 매우 어렵다.
2) ‘경기침체’는 현재 상황에 지나치게 낙관할 때 시작되지, 지금처럼 비관이 팽배할 때 시작되는 법은 없다. 경기침체가 아니라, 오히려 지금은 소비경기가 바닥권에 진입했다고 보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
3) 이미 ‘소비’가 안 좋다는 것이 뉴스에 나오고 누구나 인식했다는 것은, 소비둔화가 시작된 게 아니라 이미 바닥권에 진입했다는 신호이다.
실제로 ‘소비 관련주’는 작년에 수익률 하위권을 휩쓸었는데, 이는 올해 소비 경기 둔화를 반영한 것이다. 마치 반도체 이익이 작년 (2023년)에 최악이었지만, 주가는 2023년이 아니라 2022년에 급락했던 것처럼 말이다.
지금과 같이 바닥에선 경기침체가 시작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소비경기가 바닥권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소비 관련주는 하위권을 독차지했는데,
이는 올해 소비경기 둔화를 선반영한 것이다
마치 작년 반도체 실적은 최악이었지만,
주가는 재작년에 급락하고 반도체 실적 바닥이었던
작년에 반등한 것처럼 말이다
이런 배경 지식을 가지고, 투자자들은 몇 가지 전망을 도출해낼 수 있다.
첫째, 지금은 ‘경기침체’가 아니라, 단지 사람들이 ‘화폐환상’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경기둔화’라는 점이다.
이 둘은 큰 차이가 있다. ‘경기침체’라면 ‘Q (quantity)’가 하락한다. 실업자가 급증하고 기업들의 실적 (매출)이 줄어든다. 하지만 ‘일시적 경기둔화’라면, ‘Q’가 아니라 ‘P (price)’가 하락한다. 초과저축과 명목임금 상승으로 ‘부자’가 된 줄로 착각했던 소비자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사실은 ‘벼락 거지’가 됐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일시적 경기둔화’는 ‘고용/실적 (Q)’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영향을 미치지만, ‘물가 (P)’에는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두 가지 추론이 가능하다.
1) ‘고용’은 예상보다 큰 폭 낮게 나오지는 못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가’는 상당히 약하게 나올 것이다. 실제로 6월에 발표된 고용/물가 지표엔 이런 모습이 잘 드러났었는데, 고용은 예상보다 강했지만 물가는 예상치를 하회했다.
2) 6~7월 물가도 비교적 낮은 수준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들의 ‘저가 할인 전략’은 5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최근 들어 7월에도 ‘할인 경쟁’이 재개되는 분위기이다.
즉, 기업실적이 하락 지금은 그런 모습이 없다
즉, 고용이 하락
지금은 그런 모습이 없다
산술적으로는 ‘소비 둔화’가 CPI를 2% 내외 수준까지 끌어내릴 가능성이 있음
실제 지표로도 ‘소매판매 둔화 - 물가 안정’ 관계가 확인된다. 현재 소매판매 수준을 기반으로 과거 CPI 패턴을 살펴보면, 현재 CPI는 2% YoY 내외까지 하락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
사실 ‘주거비 제외 CPI’는 이미 2% 내외까지 하락한 상태이다. 다만 주거비가 예상보다 느리게 하락하면서 headline CPI는 아직 3%대에 머물고 있다. 어쨌든 주거비는 좀 느리더라도 하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림 10).
소매판매 증가율로 볼 때 산술적으론 CPI는 2% 대에 진입 가능
당분간 부담이 경감될 것이란 점은 확실 시
‘일시적 경기둔화’가 당분간 증시의 바닥을 단단하게 할 것
결론적으로 4월에 제시했던 ‘일시적 경기둔화’가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는데, 이는 증시의 상승 재료가 된다. 왜냐하면 ‘경기 둔화’가 ‘물가 안정’을 가져오고, ‘물가 안정’은 ‘국채금리 하락’을 가져오며, ‘국채금리 하락’이 ‘주식시장 P/E’의 반등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국채금리가 왕이다’라는 관점에서 보면, ‘장기 국채금리’가 하향 안정화되는 여름에는 완만한 반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오히려 ‘장기 국채금리’가 다시 튀어 오를 수 있는 시기가 조정의 빌미를 줄 수 있는데, 올해 ‘가을’이 그런 시기가 될 수 있다. 가을에 금리가 불안해질 수 있는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금리인하 (KB증권 9월 전망) 이후엔 내년 (2025년) 금리인하 횟수로 시선이 이동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올해 가을부터는 올해 금리인하가 아니라 내년 금리인하로 관심이 옮겨갈 것이란 의미이다. 현재 FOMC 점도표 상에는 내년 4번 금리인하가 예정되어 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은 하지 않지만, 시장의 의심을 살 만한 횟수이다. 이런 의심은 텀프리미엄을 끌어올릴 수 있다.
2) 대선은 금리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 바이든, 트럼프 두 후보 모두 ‘재정 건전성’보단 ‘선심성 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바이든은 학자금 대출 탕감, 우크라이나/이스라엘 군사 원조 등으로 부채를 증가시키고 있다. 심지어 트럼프는 관세 인상과 소득세 감면을 주장했다. 실현 가능성과 상관없이, 시장은 불확실성을 가격에 반영할 수 있다. 관세 인상은 물가 상승 요인이고, 소득세 감면은 채권 발행 증가 요인이다. 둘 다 금리 상승 요인이라는 뜻이다.
3) 대중 관세, 불법 이민자 제한 등의 정책도 대선 정책으로 거론된다. 대중 정책은 중국의 미국 국채 매도에 다시 불을 붙일 우려를 키울 것이며, 불법 이민자 제한은 저가 노동 공급을 제한해 노동시장에 불안을 키울 수 있다.
물론 금리가 반등한다고 바로 증시가 조정 받는 것은 아니다. 이전에 언급했듯, 금리가 박스권 안에서 움직이는 상태라면 증시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하다. 하지만 금리가 임계점을 넘어 상승할 때 투자자들은 심리적 압박을 느낀다. 미국 10년물 4% 중반 쯤이 그런 자리이다.
올해 가을에는 금리가 반등할 수 있다
금리를 따라서 반도체 & 금융주 스위칭 전략
가을에 국채금리가 반등해서 증시가 조정을 겪는다고 해도, 투자자들은 이를 방어할 방법이 있다. 바로 금융주를 매수하는 것이다.
KB증권은 ‘실적장세 2국면’인 올해 증시에서 ‘소비 관련주’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금융+소비재’가 포함된다. 최근 금융주가 다소 주춤한 모습이지만, 이는 금리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금리가 상승하면 증시는 조정을 받을 수 있겠지만, 금융주엔 오히려 좋은 환경이다. 따라서 가을에 금융주를 사서 대응한다면 BM이 마이너스임에도 오히려 내 수익률은 플러스를 기록하는 포트폴리오를 짤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팔고 금융주를 사야 할까? 패턴상으로는 반도체 (삼성전자)를 일부 매도할 수 있다. 반도체와 금융주는 데칼코마니처럼 대칭된다. 왜냐하면 반도체와 같은 성장주는 금리가 하락할 때 좋고, 금융주는 금리가 상승할 때 좋기 때문이다.
2. ‘AI 투자붐’ 붕괴 우려에 대한 생각: 트리거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현재 ‘AI 투자붐’과 ‘닷컴 버블’의 유사성
현재 ‘AI 투자붐’은 1990년대 말 ‘닷컴 버블’과 닮았다. 이에 대해선 ‘2024년 하반기 전망’에서 자세히 다룬 바 있어서 이번 자료에선 짧게만 언급하겠다.
1) 대규모 CAPEX 대비 빈약한 매출 증가: 1분기 실적발표에서 빅테크 기업들은 AI에 대한 CAPEX 계획을 약 +15% 정도 높여 잡았다. 증가율로는 대단해 보이지 않을지 모르나, 금액으로는 천문학적인 규모가 투입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매출액 가이던스를 거의 늘리지 못했다는 것에 있다. 이는 AI투자를 매출로 연결하는 솔루션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지난 10여 년간 4차 산업혁명 당시와는 확연히 다른 점이다. 당시에도 대규모 CAPEX로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지만, 최소한 매출은 공격적으로 증가했다. 그리고 투자자들은 여기에 높은 ‘밸류’를 부여했다. 하지만 AI투자에는 그런 것이 없다.
이는 닷컴버블 당시와 비슷한 것이다. 1990년대 말에도 인터넷이 세상을 지배할 대단한 기술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인터넷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CAPEX가 진행되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매출 증가는 CISCO 등과 같은 인프라 기업들에 국한되어 나타났다.
2) ‘범용기술’이 ‘하위발명’으로 연결되기 위해선 시간과 천재가 필요: 산업혁명의 역사를 보면, ‘뛰어난 기술’이 나왔다고 산업혁명이 시작되지 않는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 ‘범용기술’이 ‘하위발명’으로 연결되어야만 ‘생산성 혁명’이 일어난다. 그리고 하위발명으로 연결되는 방법을 깨닫기 위해선 1) 시간 (약 10~15년)과 2) 이를 깨닫는 인물이 필요하다.
지금의 AI는 ‘범용기술’ 단계에서 발전이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 아마도 10~15년 이후엔 AI가 ‘하위발명’으로 연결되는 방법을 깨닫는 사람이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이 이 세상의 부를 끌어 모으는 기업을 만들게 될 것이다. 다만 지금 그런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닷컴버블’과 유사하다면 우리는 몇 가지 전략을 짤 수 있다.
1) 인프라 관련 기업에만 집중 투자한다
닷컴버블과 같이 인프라 투자 관련주 중심으로 상승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닷컴버블 당시 CISCO에 비해 NVIDIA의 실적이 월등하다 주장하기도 하지만, 매출액 추이를 보면 1990년대 후반 CISCO와 최근 NVIDIA가 비슷함을 알 수 있다. 그때도 기업들이 인터넷 투자에 올인했기 때문에 비슷한 성장 속도를 보이는 것이 자연스럽다.
2) 아직 큰 버블은 오지 않았다
닷컴버블과 비슷하다고 하면 ‘AI랠리가 곧 붕괴되는 거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지만, 오히려 그 반대이다. 닷컴버블이 가장 강력했던 것은 1999년인데, 나스닥100지수가 무려 106%나 상승했다 (나스닥 지수는 +88%).
다음 기회에 자세히 다루겠지만, 이 시기 S&P 500 중 상승률 top 20에는 CISCO (1999년 +133%)는 끼지도 못한다. 1999년엔 중형주로 확산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퀄컴이 수익률 1등이란 점이 흥미로운데, 퀄컴 매출 성장률은 시스코 만큼 빨랐지만, 소외된 채로 있었다. 강세장 마지막의 밸류에이션 적용 논리는 매우 심플하고 과격하다. ‘시스코와 퀄컴의 매출 성장률이 비슷한데, 왜 시스코 P/S는 25배이고 퀄컴 P/S는 2배인가?’ 투자자들은 이 논리로 퀄컴 P/S를 순식간에 25배까지 끌어 올렸다. 밸류에이션만으로 12배 넘게 상승한 것이다.
그렇기에 SK하이닉스 같이 P/S가 낮은 종목들은 고민이 된다. 정상 사이클이라면 올해 가을 강세장은 마무리 수순이 될 것이다. 하지만 1999년의 밸류에이션 논리가 나온다면, 주가 상승의 끝은 쉽게 정할 수 없다. 주요 ‘AI 인프라 기업’의 P/S는 엔비디아 22배, TSMC 7.5배, 마이크론 4.5배, 그리고 슈퍼 마이크로 컴퓨터 & SK하이닉스는 2배 초반에 불과하다.
지금의 엔비디아가 1990년대 시스코보다 우월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실제로는 (매출 성장 속도가) 비슷하다
2배 넘게 오른 ‘시스코’조차 순위권에 끼지도 못한다
1999년 1위 퀄컴의 매출액 증가 속도는 비슷
HBM에서 강력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마이크론보다 밸류에이션이 싸다
1999년 사례가 재현된다면?
HBM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밸류에이션 (1)
HBM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밸류에이션 (2)
붕괴 조건 ① 펀더멘탈: ‘아마존’이 AI 투자붐을 꺾을 것이다?
다시 돌아와서 지금 ‘AI버블 붕괴’를 고민해야 하는지 생각해보자.
‘AI 투자붐’이 닷컴버블과 유사하다면, 우리는 이번 랠리의 끝이 어떨지도 상상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미 닷컴버블이 어떻게 붕괴했는지 봤기 때문이다. ‘버블 붕괴’는 ‘너무 과열됐군. 이젠 내려가야 할 때야’라며 스스로의 자아성찰 같은 걸 통해 붕괴하는 게 아니다. 버블은 외부에서 트리거가 나타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무너져 내린다. 그런 측면에서 두 가지 붕괴의 트리거를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펀더멘탈의 붕괴 (AI 투자붐이 꺾이는 것), 둘째, 밸류에이션 붕괴이다.
① 펀더멘탈 붕괴: 지금의 ‘AI 투자붐’이 한풀 꺾인다고 하면, 지금의 AI랠리도 붕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언제 AI 투자가 꺾일까?
탑다운에서 이에 대한 답을 기술적으로 내긴 쉽지 않다. 다만 흥미로운 접근을 할 수 있는데, ‘AI 투자붐’은 의외로 ‘아마존의 주주환원 정책’에 의해 꺾일 수 있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빅테크’라고 해서 모두 AI 투자에 목숨을 걸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장 큰 규모를 투자하고 있고 (2년간 Capex 증가율 +73% 전망), 반면 아마존은 상대적으로 AI에 보수적인 상황 (2년간 Capex 증가율 -4%, 제프 베조스는 ‘블루 오리진’에 올인 중)이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존의 매출 증가율 (2년간 +39%)이 마이크로소프트 매출 증가율 (2년간 +28%)을 압도한다는 것이다. 매출 성장률 차이가 이 정도라면, Capex를 감안했을 때 이익은 비교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이야 AI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에, 매출 없는 Capex를 용인하고 있다. 되려 아마존이 AI 투자에 너무 보수적이라며 주가가 하락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만약 아마존이 주주환원을 본격화하고 주가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면 주주들이 ‘매출 없는 Capex’를 계속 지지할 수 있을까? 그러긴 쉽지 않을 것이다.
MS와 아마존의 주가 스프레드가
2개 분기 이상 크게 확대 되면 위험 신호
다행히 아직까진 아마존이 대대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진 않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의 주가 차이 또한 그다지 크지 않다. 하지만 주가 차이가 벌어지는 시기가 온다면, 주주들은 동요하기 시작할 것이며, 더 이상 ‘매출 없는 Capex’가 빠르게 성장하긴 어려운 순간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은 기업 간의
매출 성장률 차이가 거의 없다
즉, CAPEX가 필요한지 의문이 들 수 있다
붕괴 조건 ② 밸류에이션 붕괴: 지금까지 모든 버블 붕괴는 밸류에이션 붕괴에서 비롯됐다
‘버블 붕괴’의 트리거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것은 ‘펀더멘탈 (AI투자 증가율)’의 붕괴이다. 성장이 더 이상 강하지 않을 경우 버블이 붕괴할 것이란 생각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100여 년간 나타났던 3번의 ‘버블 붕괴의 역사 (1930, 2000년 ‘빠른 붕괴’ & 1970년대 ‘느린 붕괴’)’를 보면 ‘펀더멘탈’이 버블 붕괴의 트리거가 됐던 경우는 아직까진 없으며, 지금까지 모든 버블 붕괴는 ‘밸류에이션 붕괴’가 트리거가 되었다.
그렇다면 ‘밸류에이션 붕괴’는 무엇 때문에 나타날까? 답을 먼저 얘기하자면, 중앙은행 (연준)의 ‘급격하고 추세적인 긴축’이 그 원인이다.
‘밸류에이션 버블 붕괴’에 대해선 추후에 더 심도 있는 분석자료를 발간할 것이기 때문에, 본고에서는 ‘2000년 닷컴버블 붕괴’만 매우 간략히 살펴보자.
아직도 왜 닷컴버블이 붕괴했는지에 대한 ‘일치된 해석’은 없다. 다만 여러 논거들 중 연준의 ‘급격한 긴축’ 붕괴 원인이 됐다는 설명이 가장 ‘설득력 있어’ 보인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이젠 연준이 추세적으로 긴축할 수밖에 없을 거야’란 ‘비관적 기대 (expectation)’가 투자자 머리 속에 자리 잡으면, 비로소 높은 밸류에이션이 일시에 붕괴한다는 것이다.
1997~1999년 닷컴버블 형성 과정과 2000년 붕괴의 과정을 “연준 통화정책”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1994년 이른바 ‘채권 대학살’로 불리는 긴축이 끝나고, 1995년부터 연준은 장기간 금리를 동결했다. 그러다가 1997년 3월 연준은 2년 만에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이때 ‘인상’은 단발에 그쳤다. 왜냐하면 당시 ‘금리인상’은 ‘달러 초강세’를 불렀고, 이러한 ‘달러 초강세’는 ‘아시아 외환위기’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아시아 지역 경제가 심각하게 침몰하자,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은 급락했고, 아시아 통화가치 하락으로 아시아로부터 수입하던 공산품의 수입물가가 하락했다.
그 결과 1990년대 후반 미국 물가는 다시 하향 안정되었고, 이는 미국 경제/증시를 호황으로 이끌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시아 국가의 피 흘림이 미국 경제의 번영과 증시 랠리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금리인상이 단발성에 그치면서 상승 지속
1998년 러시아 모라토리엄은
통화정책 완화 요인이었기 때문에
충격은 컸지만, 닷컴버블을 붕괴시키지 못함
당시의 ‘닷컴 버블’은 2000년에 붕괴하는데, 이 때도 버블 붕괴는 물가 급등과 연준의 추세적 긴축에 따른 것이었다. 1999년 하반기, 그린스펀 연준 의장의 ‘추세적 긴축 선언’은 증시 버블의 ‘희망회로’에 ‘절망’을 다운로드한 격이 되었다.
당시 연준이 추세적 긴축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 1999년이 되자, 외환위기에 허덕이던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가 빠르게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고, 미국 수입물가도 오르기 시작했다. 그 결과 미국 CPI는 10년 이내 가장 높은 3.8%에 달했다. 이 기세면 금방이라도 4%를 돌파할 것만 같았다. 1994년 긴축은 물가 상승을 동반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보험성 금리인하’가 나올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1999년 긴축은 물가 상승을 동반했기 때문에 ‘보험성 금리인하를 기대할 수 없었다. 게다가 증시 밸류에이션은 버블이 가득한 상태였다. 결국 연준의 긴축은 닷컴버블을 붕괴시켰다.
지금도 연준이 ‘추세적 긴축’으로 돌아서게 된다면, AI랠리는 붕괴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럼 그 때가 언제일까? 아마도 빨라야 내년 중반 이후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그 시점을 정확히 전망하기 어렵기 때문에, KB증권은 한가지 시그널을 투자 보조지표로 제시하고 있다. 바로 2년물 국채금리와 연준 통화정책의 ‘데드 크로스’이다. 여러 차례 설명한 지표이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도록 하겠다.
미국 물가 안정을 가져왔고
이는 미국 경제와 증시의 초호황을 낳았다 (1)
미국 물가 안정을 가져왔고
이는 미국 경제와 증시의 초호황을 낳았다 (2)
단기금리를 통해 미리 시그널을 받을 수 있다
3. 섹터전략: ‘실적장세 2국면’에서 ‘소비 관련주 (금융/소비재)’를 주목하는 이유
‘실적장세 2국면’은 원래 ‘개별주 (주도주) 랠리’가 주된 특성
작년과 올해의 ‘업종 전략’의 느낌은 매우 다르다. 작년엔 ‘(반도체 등에) 집중’이 필요했다면, 올해는 ‘확산 (개별주 랠리)’이 나타나고 있다. KB증권은 지금과 같은 개별주 랠리가 올해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왜냐하면 ‘개별주 랠리’는 ‘실적장세 2국면’의 전형적인 특성이기 때문이다.
2023년엔 ‘실적장세 1국면’의 전형적인 특성이 반복되었다. ‘투자 관련 경기민감주’만 많이 담았으면 시장을 이길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반도체 (삼성전자)’와 ‘기계’와 같은 ‘투자 경기민감주’가 강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 시기엔 알파를 만들기 위해 다른 종목들을 분석해 포트폴리오를 분산하려는 노력이 효과적이지 않다. 오히려 분산이 아니라 집중 (반도체+기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반대로 2024년엔 ‘실적장세 2국면’의 전형적인 특성이 반복되고 있다. ‘주도주/개별주 랠리’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상반기뿐만 아니라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인데, 오히려 더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업종과 스타일 중에서 ‘주도주 랠리’의 종목들을 선별해야 할까?
개별주 랠리 후보는
소비관련주 (금융/소비재)+
R&D투자 (AI/우주)로 제시 중
KB증권은 이번에 주목해야 할 업종으로 ‘소비 관련주 (금융/소비재)와 R&D 투자주 (AI/우주)’를 지속적으로 추천하고 있다. ‘R&D 투자주’와 관련한 종목들은 이미 시장이 알고 있는 것들이며, 작년에도 우수한 성과를 보인 종목들 (반도체+기계)이다. 그래서 새롭게 교체해야 하는 ‘소비 관련주’ 분석에 좀 더 시간을 쏟고 있다. 관련하여 지난 2분기에 ‘화장품’을 비중확대 업종으로 선정한 바 있으며, ‘음식료’ 등 저가 소비재 등에도 주목했다. 하지만 이들 업종의 급등으로 소비주 랠리가 마무리된 것이 아니라, 이제 확산의 시작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왜 ‘소비 관련주 (금융/소비재)’를 주목해야하며, 어떤 종목/스타일이 특히 더 핵심일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개별주 (주도주) 랠리’가 주된 특성
왜 ‘삼성전자’가 쉴 때, ‘개별주 (주도주) 랠리’가 나타나는가?
아래 차트는 10년 넘게 써오는 차트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랠리가 꺾이면, 비로소 주도주 랠리가 나타난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런 관계가 나타나는 이유는 한국증시에서 ‘반도체 업종’이 전체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육박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젠 널리 알려져서 여기저기서 많이 쓰는 차트가 되었다. 하지만 여기엔 아직 크게 알려지지 않은 한 가지 ‘핵심적인 비밀’이 숨어있다. 바로 이 차트는 사실 ‘논리적으로 이상한 차트’라는 점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차트는 좀 말이 안 된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이 그래프를 얼핏 보면 ‘삼성전자 (반도체) 랠리’가 꺾인 후 비소로 다른 업종의 업황이 좋아지기 시작한다는 논리인데, 이건 말이 안 된다. 삼성전자가 좋을 때 다른 업종의 업황이 죽을 쓰다가 갑자기 삼성전자 주가가 꺾이고 나면 업황이 살아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경기민감주’이기 때문에, 보통 삼성전자가 좋을 때 경기사이클이 ‘확장기’이고, 다른 업종들의 업황도 좋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밀”은 바로 이 차트가 ‘펀더멘탈 (업황)’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바로 이 차트는 ‘수급’에 의해 만들어진 차트이다. 물론 삼성전자 주가가 꺾일 때쯤 업황이 활황으로 가는 산업이 있다면 매수해야 한다. 하지만 단기에 그런 업종이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이미 업황과 기업이익이 좋아진 상태이지만, 반도체 랠리로 수급을 빼앗겨서 ‘수급적으로 저평가’ 되어 있는 종목이 주도주가 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자금이 더 이상 삼성전자에 집중되지 않고 퍼지면서 수급적으로 유리한 국면으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미 이익이 증가하기 시작했지만 수급적으로 소외되어 있던 ‘저P/E 종목들’ 중에 기회를 잉태하고 있는 종목들이 나타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이것은 펀더멘탈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수급에 대한 얘기이다
2분기에 주가가 강세를 보였던 ‘화장품’이나 ‘음식료’를 생각해보자. 2분기 들어 갑자기 한국 저가 화장품들이 날개 돋친 듯 팔리기 시작하고, 세계 사람들이 불닭볶음면과 바나나우유를 먹기 시작한 것이 아니다. 그 전부터 판매가 급증하고 있었지만, 수급적으로 소외되면서 비교적 낮은 P/E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수급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저평가가 해소되고 주가가 급등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들이 우선 주목해야 하는 것은 ‘저P/E’ 업종들이다. 이미 기업이익 (업황)이 상당히 좋음에도 수급적으로 소외되어 있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물론 업황이 턴어라운드 하는 업종/종목이 있다면, 그 업종/종목이 첫째가 되어야 한다. 다만 이런 업종이 없다면 ‘수급적 수혜’를 볼 수 있는 업종을 주목하자는 이야기이다.
세계인들이 불닭볶음면/바나나우유를
먹기 시작한 것이 아니다
세계인들이 저가 화장품을
바르기 시작한 것이 아니다
저P/E 업종의 상당수는
소비 관련주 (금융+소비재)에 분포
소외된 자동차 업종도 주목
그렇다면 이에 해당되는 업종이 무엇이 있을까?
P/E가 장기간 할인되어 싼 업종을 찾아보면, 그런 업종은 대부분 ‘소비 관련주’에서 나온다. 바로 ‘금융 섹터+소비재 섹터’이다. 둘 다 12Mfwd P/E가 4~6배 수준이다.
‘소비재 섹터’라고 하면 ‘자동차’를 비롯한 ‘대부분 B2C 기업’이 여기에 속한다. 그리고 글로벌 트렌드인 ‘저가 제품’에 맞는 업종이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2분기에 음식료, 화장품이 이런 컨셉에 속했는데, 자동차도 ‘저가 트렌드’ 측면에서 주목해 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