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등 "대선 전 재판 사실상 어려워"
미국 연방 대법원이 2020년 미국 대선 불복과 1·6 의회 난입 선동 혐의 등으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주장한 면책특권을 일부 인정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오는 11월 대선 전 이 사건과 관련해 재판이 시작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27일 첫 TV 토론회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 트럼프에게 또 다른 호재(好材)가 생긴 셈이다. AP는 “대법원이 트럼프의 면책특권 소송을 워싱턴의 하급 법원으로 돌려보내면서 대선 전 재판의 전망이 어두워졌다”고 했다.
연방대법원은 이날 대법관 6대 3의견으로 이 사건을 하급심으로 보냈다. 다수 의견 입장이었던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대통령은 공식 행위에 대해 기소 면책을 받을 권리가 있지만 비공식적인 행위에 대해 면책특권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트럼프의 행위가 공식적인지 비공식적인 것인지 판단하도록 하급심에 환송한다”고 했다. 진보 성향의 소니아 소토마요르는 반대 의견에서 “전직 대통령에게 형사 면책특권을 부여한 오늘의 결정은 대통령 제도를 재편하는 것과 같다”면서 “헌법과 정부 시스템의 근간인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원칙을 조롱하는 것”이라고 했다.
연방특검은 지난해 8월 트럼프의 극렬 지지자들이 2021년 1월 6일 의회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킨 사건과 관련해 트럼프를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선거 진행 방해 등 혐의로 기소했다. 트럼프 측은 이에 대해 “1·6 사태 당시 현직 대통령으로서 면책특권이 있다”면서 혐의 기각을 요청한 바 있다. 한국은 헌법에서 내란·외환을 제외하고 대통령 재직 중 형사상 불소추를 명시하고 있다. 반면 미국 헌법은 대통령의 민·형사 면책특권 문제를 분명히 다루지 않고 있어서 논란이 됐다. 1982년 연방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대통령 재임 중 직무상 행위에 대해 민사상 절대적 면책특권은 인정되고 있지만, 1·6 사태처럼 이례적인 건에서 대통령의 형사상 면책특권 여부에 대해서는 확립된 판례가 없다. 지난해 12월 1심 법원이 이러한 면책특권 주장을 기각한 데 이어 2월 초 2심 법원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이후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측의 신청을 받아들여 면책특권 심리를 해왔다.
이날 대법원 판결로 11월 대선 전 이 사건이 법원에서 본격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게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대통령의 권한으로 선거 방해 사건 기소를 아예 기각할 수 있고, 모든 연방 재판을 퇴임 이후로 연기될 수 있다”고 했다. 대통령은 연방 검찰이 기소한 사건에 대해서는 법무부를 통해 기각할 수 있다. 트럼프는 총 4개의 형사사건에서 기소됐는데, 지금까지 제대로 재판이 진행된 것은 맨해튼 지검 ‘성추문 입막음’ 의혹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배심원 만장일치 유죄 평결이 나왔고 이달 11월 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다. 나머지 3개 사건에 대해서는 재판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