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M기업 ‘조비 에이에이션’, VTOL 시험운행 성공… “연료 10%나 남아”
조비 에비에이션은 액체 수소 시스템을 장착한 프로토타입 전기 VTOL을 이용해 523마일(약 841㎞)을 비행하는데 성공했다. 제공 조비 에비에이션
미국의 도심항공교통(UAM: Urban Air Mobility) 기업 ‘조비 에비에이션(Joby Aviation, 이하 조비)’은 자체 개발한 수소동력 수직이착륙항공기(VTOL)의 성능실험 과정에서 ‘523마일(약 841㎞)’을 성공적으로 비행하는데 성공했다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
지금까지 eVTOL(순수전기식VTOL) 항속거리가 평균 200㎞ 미만이며, 특별한 경우에도 300~350㎞ 내외였다. 즉 운항거리를 두 배 이상으로 크게 늘린 것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조비는 eVTOL 분야의 1위 기업으로 꼽혀왔으며, 이번 시험비행에선 배터리 대신 수소를 싣고 하늘을 나는 ‘수소연료전지’를 이용했다. 수소를 이용해 전기를 만들고, 그 전기로 하늘을 날기 때문에 ‘수소전기식VTOL(HeVTOL)’으로 구분한다.
연료전지 방식 항공기는 비행 중 수증기만을 배출해 일체의 환경오염이 없는 것이 장점이다. 장기적으로 단-중거리 운행 과정에서 기존의 내연기관 항공기를 대체할 대안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비록 수소 동력의 장기적인 가능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이번 시험 비행은 기존 전기 동력 항공기를 수소 연료 전지로 개조하여 효과적으로 항속 거리를 연장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조비는 VTOL을 이용한 항공 택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여러 회사 중 하나다. 지금까지 약 100마일(약 160㎞) 전후의 항속거리를 가진, 배터리로 동작하는 순수한 eVTOL을 제작해 왔다. 주로 도시 내 주요 지점, 혹은 근처 공항까지 사람과 상품을 운송하는데 쓰인다.
새로운 시험 비행을 위해 조비는 자사가 개발 중인 eVTOL 중 하나에 액체 수소 연료 탱크와 연료 시스템을 탑재해 HeVTOL로 개조했다.
연구진은 실험과정에서 이 항공기로 캘리포니아 마리나 상공에서 523마일(약 841㎞)을 비행하는데 성공했으며, 비행 중 온실가스 배출도 일체 없었다. 착륙 후 항공기엔 여전히 수소 연료의 10%가 남아 있었다.
조비는 향후 eVTOL은 물론 HeVTOL 역시 적극적으로 개발, 공급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2022년엔 수소동력 항공기 스타트업 ‘H2플라이(H2Fly)’를 인수했다. 이후 2023년, H2플라이는 액체수소 방식 VTOL의 첫 유인비행에 성공했다. 그 이후 캘리포니아의 또 다른 두 개 항공 스타트업이 프로펠러 방식의 일반 항공기에 수소 연료를 넣고 하늘을 나는데 성공했다. 그 중 하나인 유니버설 하이드로젠은 약 1만 피트(약 3㎞) 높이에서 시속 170노트(약 314㎞)로 비행했다. 즉 이번 조비의 시험 비행은 HeVTOL 중에선 첫 번째 장거리 시험비행 사례다.
조벤 비버트(JoeBen Bevirt) 조비 CEO는 “항공 여행은 인간 진보의 중심이지만, 이를 더 청정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eVTOL이 도시 내 이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리가 HeVTOL을 보유해 지역 여행을 재정의할 수 있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소동력은 VTOL의 범위를 확장하고, 도시 간 지역 이동을 더욱 현실적으로 만들 수 있다. 제공 조비 에비에이션
VTOL과 찰떡궁합… 온실가스 배출 줄이면서 항속거리는 늘어나
수소는 자동차, 트럭, 심지어 요트의 대체 연료로도 검토되고 있으며, 실제로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자주 쓰이는 것이 ‘수소연료전지’다. 수소를 사용하여 화학 반응을 일으켜 전기를 생산하고, 이것으로 전지를 충전할 수 있다. 생성된 에너지는 모터를 구동하고 프로펠러를 회전시키는 데 사용되며, 비행 중 온실가스 등 환경오염 물질을 일체 배출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전체 교통 부문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항공기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체의 2%에 해당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됨에 따라 항공여행 역시 증가할 것으로 여겨지므로, 이 비율은 앞으로 몇 년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장점은 단거리 VTOL의 경우 항속거리가 늘어난다는 점이다. 조비는 HeVTOL이 도입되면 미국 볼티모어와 보스턴 간(약 650㎞) 또는 내슈빌과 뉴올리언스 간(약 850㎞) 출퇴근을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순수 eVTOL을 위해 구축 중인 인프라를 상당 부분 공유할 수 있는 것도 HeVTOL의 장점이다. 연료가 수소로 바뀌었지만 동력체계는 그대로 전기모터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비버트 CEO는 “우리가 eVTOL을 설계, 테스트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완료한 대부분의 인증이 HeVTOL을 상용화하는 데에도 적용될 수 있다”면서 “실제 운영 할 때도 동일한 착륙장, 동일한 운영팀, 동일한 소프트웨어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수소가 만능은 아니다
물론 수소가 모든 면에서 만능은 아니다. 수소는 여전히 전기 또는 화석 연료보다 생산 비용이 훨씬 더 비싸다. 또한 생각만큼 환경 친화적이지 않을 수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수소는 대부분 천연가스를 열화학적으로 개질해 만들어진다. 미국의 경우는 이 비율이 95%에 달한다. 재생에너지를 통해 얻은 ‘그린수소’는 여전히 드문 상황이다. 다만 미국정부의 경우 새로운 수소 허브 센터에 70억 달러(약 9조6300억 원) 투입을 계획하고 있어 상황이 변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 항공산업에 수소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여러 대안 중 하나일 뿐이다. ‘엘리시안(Elysian)’을 비롯해 여러 항공기 스타트업이 배터리 기술을 최대로 활용해 90명의 승객을 최대 500마일(약 805㎞)까지 운송할 수 있는 전기 비행기를 개발하려 하고 있다. 제트블루(Jet Blue), 버진 애틀랜틱(Virgin Atlantic) 등의 항공사들은 폐기물 등의 물질을 재조합해 만든 연료를 화석연료 대신 사용하는, 이른바 ‘지속가능한 항공연료(SAF)’에 투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