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이 18일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서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이 17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3일 피격 사건 이후 대세론에 올라탄 가운데, 안그래도 갈 길이 바쁜 바이든이 큰 악재를 만난 것이다. 바이든의 정치적 우군(友軍)이자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민주당 상·하원 원내대표, 낸시 펠로시 전 연방 하원의장도 재선 도전 포기를 요구했거나 대선 패배를 우려한 사실이 알려져 후보 교체 압박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백악관은 이날 “바이든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며 “코로나 치료제인 팍스로비드를 투여받고, 델라웨어주 레호보스비치의 별장에서 자가격리에 들어갔다”고 했다. 바이든은 2022년 7월에도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는데, 2년만에 재확진이 됐다. 주치의 메모를 보면 바이든은 오후부터 콧물·기침 등 호흡기 증상을 보였다. 주치의는 “증상이 경미하게 남아있고 호흡, 체온, 산소포화도 등은 정상적인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바이든은 이날 한 히스패닉 단체 주최 행사에서 연설을 하기 위해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를 찾았지만 발길을 돌려야했다. 전용기 위에 오르는 과정에서 발을 더듬거리며 다소 힘겨워하는 듯한 모습도 언론에 포착됐다. 같은 날 공개된 한 방송 인터뷰에선 “만약 의사들이 나에게 이런저런 문제가 있다 말한다면 완주 의사를 재고할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 확진 소식이 알려진지 얼마지나지 않아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13일 바이든과의 단독 회동에서 후보 사퇴를 요구한 사실도 전해졌다. ABC뉴스는 “슈머가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하는 편이 국가와 민주당을 위해 더 공헌하는 것’이란 취지로 연임 도전을 포기해달라는 입장을 허심탄회하게 전달했다”고 했다. 이 만남은 바이든의 별장에서 트럼프에 대한 총격이 있기 전 이뤄졌다고 한다.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 역시 11일 백악관에서 바이든과 만나 같은 취지로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악시오스는 17일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펠로시도 바이든 캠프에 바이든이 후보직을 유지할 경우 당이 직면하게 될 정치적 위험에 대해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펠로시가 바이든에게 ‘당을 수렁으로 빠뜨리고 있다’고 솔직한 의견 전달을 했다”는 폴리티코 보도도 나왔다.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과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AFP 연합뉴스
의회 지도부·원로이자 바이든의 오랜 우군인 세 사람은 당내 ‘후보 교체’ 여론의 향방을 좌지우지할 키맨들로 꼽혔다. 그만큼 당 안팎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TV토론 참패에도 바이든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의원들의 공개 사퇴 요구가 이어지면서 2주 만에 입장이 바뀌었다. 펠로시 측근인 애덤 시프 하원의원도 이날 “사퇴 결정은 바이든의 몫이지만, 나는 그가 횃불을 넘길 때라고 믿는다”고 주장, 공개적으로 후보 사퇴를 요구한 19번째 민주당 인사가 됐다. 11~15일 미국의 성인 1253명을 대상으로 한 AP·시카고대 여론조사에선 민주당 지지층의 65%가 바이든이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다.
당내 사퇴 압박이 커지면서 다음 주 중 바이든을 대선 후보로 확정 지으려던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화상 대의원 투표를 이달 22일에서 8월 첫째 주로 일주일 이상 연기했다. 이는 8월 7일에 후보 등록을 마감하는 오하이오주 투표용지에 바이든 이름을 올리기 위한 조치로, 퇴진 여론에 쐐기를 박기 위해 조기 투표를 추진했지만 의원들 압박에 굴복한 모양새가 됐다. 바이든이 자가 격리에 들어간 앞으로 일주일 동안 그의 거취를 놓고 당내 논란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내 실력자들이 입장을 선회한만큼 당이 바이든 사퇴로 총의를 모을 가능성도 있다. 뉴욕타임스(NTY)는 민주당 의원들을 인용해 “바이든이 마음을 바꾸고 있다는 징후는 없지만 우려스런 여론조사에 귀를 기울이고, (대체 후보로 유력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어떻게 이길 수 있는지 질문했다”며 “지난 며칠 동안 재선 출마를 포기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논쟁을 더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