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홍철의 Concise (채권/FX)
■ 경제 복잡계에서 관세와 인플레를 인과관계로 사고하면 위험하다
■ 관세의 핵심은 인플레가 아니라 경쟁적으로 완화적인 통화정책이다
■ 관세를 인플레로 해석하는 시장의 오해는 채권 매수기회
복잡계에서 관세와 인플레를 인과관계로 사고하면 위험하다: 상속세율을 높이면 세수가 증가할까? 1980년대 북유럽의 상속세율이 높았다. 그 결과 기업이 해외에 매각되고 부자들이 떠나면서으로 경제성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관세도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수입제품 가격이 오르니 인플레라는 것은 상속세를 높이면 세수가 늘 것이라는 말과 동치다. 이는 우리 뇌의 한계인 인과율에 기반한 분석이며 시장이 관세의 결과가 인플레라고 잘못 상정하고 있는 이유다. 복잡계인 경제를 종합해서 보면 정반대의 결론이 가능하다. 세율이 높아도 세금 낼 사람이 없으면 세수는 오히려 감소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관세와 인플레 논쟁을 현실성 있게 진행해나가자. 관세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의 생산과 소비활동이 활발히 유지된다면 인플레가 올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늘어난 무역비용이 경제활동을 위축시킨다면 디플레다. 1,000년의 역사는 후자의 영향력이 컸음을 보여준다[도표1,2,3]. 최근 사례도 마찬가지다. 2018년부터 무역분쟁 논란이 활발해지면서 교역비중이 큰 국가의 경제는 미국과 달리 어려움을 겪었다[도표4]. 만약 무역전쟁을 재개된다면 글로벌 디플레가 재림할 것이다.
관세의 핵심은 인플레가 아니라 경쟁적으로 완화적인 통화정책이다: 시장의 관세 논란은 초점이 한참 잘못되었다. 우리의 관점은 무역 전쟁이 통화가치의 상호 파괴적인 절하, 결과적으로 국가간 경쟁적인 통화 완화정책의 채택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2018~19년간 위안화는 관세위협을 상쇄하기 위한 통화절하를 반복적으로 겪었다[도표5]. 이에 심기가 불편해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긴축 중인 연준에 금리인하+양적완화를 주문했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미국은 달러 신뢰성이 보장되는 한 약달러를 선호한다. 인플레 시기에 동 기조가 전략적 이유로 쇠퇴했지만 현재의 달러 강세를 미국이 용인한다고 해서 강달러 선호로 바뀌었다고 오해하면 위험하다. 만약 우리의 예상대로 향후 인플레가 안정을 넘어 디플레가 도래하고 여기에 무역분쟁이 재림하여 CNY,JPY, KRW 등 수출주도국 통화가 절하압력에 놓이면 차기 대통령 치세의 미국은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연준은 대폭적인 완화에 나서야 할 것이며 달러는 오랜 강세를 마무리짓고 약세 흐름으로 접어들 것이다. 이 때 중국의 대응이 중요하다. 연준의 금리인하시 중국도 지금과 달리 적극적인 부양책을 쓸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만약 지금까지의 전략과 달리 내실을 다지기 위해 현재와 같은 소극적 부양책을 이어나간다면 수출의존도 확대가 이어진다. 중국의 미국채 매수가 꾸준한 것은 중국의 수출의존 정책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중국의 초월적인 잉여생산능력이 계속 이어지는데 이것이 글로벌 수요 둔화와 맞물릴 경우 그 후폭풍을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트럼프 트레이드는 디플레 그 자체다.
시장의 오해는 채권 매수기회: 트럼프에 대한 시장의 오해는 채권 대기 매수자 입장에서는 고마운 기회다. 수익률 곡선의 불스티프닝은 트럼프때문이라기 보다는 금리인하의 당연한 결과다. 인플레 도래, 재정악화에 따른 장기 금리 상승 전망은 현실화되기 어렵다. 따라서 변동성이 기회를 준다. 머니 무브 현실화 전에 최대한 많은 장기채를 편입하고 헤지펀드라면 시간가치 극대화를 위한 스티프너를 구축하자. 달러/원 환율은 상하방 요소가 공존하며 당분간 상방압력이 높다. 그리고 연준 금리인하후 하락(원화 강세)의 힘이 더 클 것으로 예상한다.
- DB금융투자 자산전략팀장 문홍철 -
Bear = 채권 가격 하락 = 채권 수익률 상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