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nsights
통화정책 여력이 충분하고 대규모의 디레버리징 필요성도 낮으므로, 경착륙과 주가지수 하락 전환 가능성 낮음
— 1987년 블랙먼데이를 떠올리게 하는 '모멘텀 자산의 전고점 대비 25% 하락'. 전세계 주요 위험자산들이 큰 폭으로 하락. 작년보다 올해 상승세가 더 가팔랐던 반도체주, 그리고 올해 전세계 주요 주가지수 중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내고 있던 일본 주식의 하락세가 두드러졌음. 두 지수는 상승세가 추가 상승 기대를 불러 일으키면서 상승세를 강화시켰던, 2024년 상반기의 대표 모멘텀 자산. 그러나 7월 10일에 고점을 형성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와 7월 11일에 고점을 형성한 니케이 225는 불과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약 25% 하락.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여전히 작년 말 대비 약 10% 상승한 수준이지만 상승분의 85%를 되돌렸고, 니케이 225 지수는 작년 말 대비 하락 전환. 상승세에 편승하는 것을 CTA (Commodity Trading Advisors) 전략이라고 하는데, 많은 헤지펀드들이 CTA 전략을 통해 가격 방향성에 베팅. 1) 인공지능 (AI) 성장 기대를 바탕으로 반도체 수요가 증가세를 이어갈 거라는 기대가 반도체주에 자신 있게 베팅하게 했고, 2) 재생에너지, 전기차, 로봇의 공급망을 구축하는 중국에 맞선 서방 국가들이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수혜가 예상된다는 평가 속에 일본 주식에 베팅. 이런 흐름은 1987년 10월 19일 블랙먼데이를 떠올리게 함. 1987년 8월 21일에 고점을 형성하기 전까지 S&P 500은 전년 말 대비 38.7% 상승. 1986년에 통과된 대규모 감세안에 경기 기대가 높았고 PC가 개발된 후에 기술 혁신 기대도 컸는데, 이런 기대가 주가를 끌어 올렸고 가격 방향성이 상승세를 부추기는 흐름이 나타남. 그러나 1985년에 합의한 플라자합의로 달러가 평가절하되면서 무역적자가 확대됐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임. 블랙먼데이 2개월 전에 취임한 옐런 그린스펀 연준 신임 의장이 기준금리 인상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시장은 불안해졌고, 블랙먼데이에 S&P 500 지수는 22% 하락. 그린스펀 당시 연준 의장은 블랙먼데이 바로 다음 날, 충분한 유동성 공급을 약속했고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등, 자기실현적으로 경기가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한 소통을 강화했고 시장은 안정
— 캐리 트레이드의 규모를 명확하게 파악하는 건 어렵지만, 이번에 하락에도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음. 저금리 통화를 활용한 캐리 트레이드는 1) 낮은 금리의 조달 통화와 2) 꽤 확실한 모멘텀을 가진 자산이 있을 때 수요가 높아짐. 1987년 플라자합의로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일본의 수출 경쟁력이 낮아지자 일본은행은 기준금리를 낮췄고, 금리가 낮은 엔을 빌려서 강한 모멘텀을 가진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드가 확대. 이번에도 모멘텀이 강한 미국 반도체주가 떠오르면서, 낮은 금리의 엔을 빌려서 투자하는 수요가 커졌다는 평가. 저금리 통화를 활용한 캐리 트레이드는 1) 조달 통화의 금리의 상승 전망이 강화되거나 2) 투자 자산의 모멘텀이 약해졌을 때 청산 압력이 높아짐. 7월 31일에 우에다 일본은행 총재가 기준금리를 0.1%에서 0.25%로 인상하면서 0.5%를 상한선으로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발언하는 등, 예상 외로 강력한 통화정책 정상화 의지를 밝히면서 1번 조건이 만족. 그 와중에 트럼프 트레이드로 차익실현 물량이 출회됐던 반도체주의 모멘텀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고, 하이퍼스케일러들의 과잉 투자 우려가 높아지면서 2번 조건이 만족. 이례적으로 단기에 2가지 청산 조건이 만족되면서 앤캐리트레이드가 청산되고, 이 과정에서 미국 반도체주의 하락폭이 커졌고 하락이 하락을 부르며 낙폭 확대
— 경착륙과 연착륙을 결정하는 건 연준 몫이지만, 경착륙 가능성은 낮음. 경기를 크게 걱정하지 않은 FOMC가 마치자마자 7월 경제지표가 부진하면서 경기 우려를 높임 (8/2). 경기 확장세가 약해지고 있는 건 맞지만, 1)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지 않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소비를 부양할 수 있고 (8/5), 2) 대규모의 디레버리징이 필요할 정도로 가계와 기업의 부채 수준이 높지는 않기 때문에 경착륙 가능성은 낮음. 시장은 단기 관점에서 충격을 소화하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연준의 정책 대응 여력이 충분하고 경착륙 우려도 낮기 때문에 하락 추세로 전환할 가능성은 낮음
- 크로스에셋/해외주식 Strategist 김일혁, CFA, FR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