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해리스에 9월 중 세차례 토론 제안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9월10일 에이비시(ABC) 방송이 주최하는 텔레비전 토론에 합의했다. 최근 토론을 기피하는 듯하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비롯해 3차례 텔레비전 토론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에이비시 방송은 8일(현지시각) 두 후보가 9월10일 첫 양자 텔레비전 토론 개최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날은 애초 민주당 후보직에서 사퇴하기 전 조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2차 토론을 하기로 한 날이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에이비시 방송이 “매우 편향됐다”거나 “후보직에서 사퇴한 바이든과 약속한 날이기 때문에 끝난 얘기”라며 에이비시 방송이 개최하는 토론에는 응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였다. 대신 자신이 9월4일에 토론 개최를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8일 마러라고 자택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에이비시 방송뿐 아니라 폭스뉴스와 엔비시(NBC) 방송의 토론 개최 제안도 수락했다며 해리스 부통령에게 3차례 토론으로 맞붙자고 요구했다. 그의 대선캠프는 엔비시 토론은 9월25일로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9월4일, 10일, 25일 가운데 해리스 부통령은 9월10일 토론에 대해서만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한 상태로, 새로 제안된 4일과 25일에 대한 그의 반응은 즉각 나오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는 인터뷰도 잘 못한다”며 토론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며칠 전만 해도 적극적이지 않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갑자기 9월에만 세 차례 토론을 하자고 제안한 것은 해리스 부통령의 상승세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는 지난달 21일 해리스 부통령이 대통령직 도전을 선언한 이래 뉴스의 중심에서 밀려났다. 이번주 들어서는 공개 일정에 참석하지 않은 그는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해리스 부통령의 러닝메이트가 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시간 넘게 한 기자회견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상승세를 폄하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해리스 부통령이 언론의 많은 조명을 받는 “허니문 기간”은 결국 끝날 것이라며 “그는 무능하다”고 했다. 또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됐지만 대선 전략을 “전혀 조정하지 않았다”며 이민과 범죄 문제에 계속 집중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해리스 부통령 유세에 많은 관중이 모이는 것을 우려하냐는 질문이 나오자 “난 뉴저지에서 10만7천명을 모았다. 당신들은 그것을 보도하지 않았다”며 “어제 해리스 유세에는 2천명만 오지 않았나?”라고 되물었다. 전날 해리스 부통령과 월즈 주지사의 디트로이트 유세에는 1만5천명이 모였다. 그는 또 “누구도 나보다 많은 청중 앞에서 연설한 적이 없다”고 했다. 마틴 루서 킹 목사가 ‘내겐 꿈이 있습니다’ 연설을 한 1963년 워싱턴 집회와 2021년 1월6일 자신이 대선 결과 불복을 주장할 때 비슷한 장소에 모인 사람들 숫자가 같다는 주장도 했다. 킹 목사 연설 때는 25만명가량이 모였다. ‘1·6 의사당 난동 사건’ 직전 개최된 집회 참석자는 수천명에서 최대 1만명이라는 게 대체적 추산이다. ‘1·6 의사당 난동 사건’으로 5명이 숨졌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사망한 사람은 없다는 거짓말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