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nsights
대규모 매도세는 일단락됐지만, 소비 수요 강도를 확인하기 전까지 과감해지기 어려운 시장
— 당분간 추가 매도세가 나올 가능성은 낮음. 엔캐리 트레이드가 이번 하락에 기여했다는 평가지만, 엔으로 조달한 자금이 아니더라도 시장 방향성 (모멘텀)에 투자하는 헤지펀드들이 이번 급락장에서 대규모의 매도 물량을 출회하면서 낙폭을 키운 건 사실 (8/6). 급락 이후 추가 하락에 대한 두려움이 크지만, 당분간 추가 급락 가능성은 높지 않음. 짧은 기간 동안 대규모 매도세가 나올 때, 레버리지를 활용해서 가격 방향성에 투자한 자금들은 포지션을 청산해서 레버리지를 낮춤. 수익률을 통제하는 것은 어렵지만, 변동성은 수익률보다는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 있기 때문. 변동성과 수익률이 가진 양의 상관관계를 'risk/return trade-off'라고 함. 원하는 수익률을 거두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원하는 영역 안에 머무르도록 하는 건 그보다 훨씬 수월하고, 변동성과 수익률이 양의 상관관계를 갖기 때문에 수익률이 아닌 변동성 통제가 투자자들의 목표.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은 1) 투자 대상 자산의 비중을 조절하거나, 2) 레버리지 강도를 조절해서 목표로 하는 영역에 맞출 수 있음. 시장 변동성이 높아지면 1) 변동성이 높은 자산의 비중을 줄이고 변동성이 낮은 자산의 비중을 늘리거나, 2) 레버리지를 낮춰서 목표 변동성을 추구. 더 자세히 살펴보면, 변동성이 높아질 때 투자자들은 1) 주식의 비중을 낮추는 대신 현금이나 채권의 비중을 높이고, 2) 레버리지를 활용했던 투자자들은 보유 자산 (특히 자산배분 펀드는 주식 같은 위험자산, 주식 펀드는 베타가 높거나 모멘텀이 강했던 업종)을 매도해서 레버리지를 낮춤. 둘 모두 주식의 비중을 대폭 줄이는 결과를 낳는데, 이번 급락장에서 실제로 이런 반응이 있었다는 게 최근 해외 리서치를 통해 확인되고 있음. 도이치방크는 7월 중순에 역사적 범위의 거의 최상단 (상위 3%) 수준까지 확대됐던 주식 포지션이 중립 수준을 하회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평가. 최근 수 년 사이에 가장 큰 폭의 비중 축소라고 덧붙임. 골드만삭스도 지난주에 전세계 시장에서 800억 달러의 선물이 매도됐고 지난 한 달 기준으로는 1,090억 달러의 선물이 매도됐다고 함. 이를 통해 주식시장의 수급 환경은 완전히 달라졌으며, 오히려 주식의 비중을 채우려는 수요가 생길 것으로 전망. BofA 역시 CTA 전략 (모멘텀에 투자하는 전략)을 사용하는 헤지펀드들이 당분간 추가 매도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주식이 최근 저점에서 지지력을 보여주면 빠르게 매수 포지션을 재구축할 것이라고 전망
— 주가지수가 추가 하락할 수 있는 2가지 경우. 경기에 적합한 기준금리 수준 (g)보다 통화정책의 강도 (rf)가 높으면 시장은 하락 (7/17 , 8/2). 7월 FOMC에서 9월 기준금리 인하를 예고했지만, 7월 FOMC 직후부터 나온 경제지표들이 부진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짐. 다르게 표현하면, rf는 9월에나 낮아질 거라고 예고했지만 g가 먼저 빠르게 낮아지면서 주가 멀티플이 하락한 것. 주가가 추가 하락하려면, 1) 연준이 시장에 비해 기준금리 인하의 시급성을 덜 느끼거나 (g가 낮아진다는 우려가 커지지만 rf는 그만큼 낮아지지 않는 경우), 2) 경착륙의 가능성이 높아져야 함 (g가 급락하는 경우). 1번 시나리오에서의 핵심은 인플레이션. 한국시각으로 내일 밤에 나오는 7월 소비자물가지수 (CPI)는 전월 대비 0.2% 상승이 예상. 7월 CPI에서는 6월에 크게 낮아진 주거 가격지수의 상승세가 계속 낮게 유지되는지, 5~6월에 물가 압력을 낮추는 데에 기여했던 항공운임 가격지수의 하락세가 이어지는지를 확인할 것. 주거 가격지수에 선행하는 신규 임차인 임대료 지수가 하락하고 있어서 주거 가격지수의 상승률 둔화는 이어질 전망이고, 항공유 가격이 하락하면서 항공운임 하락세도 계속될 전망. 물가 압력이 낮다는 걸 다시 확인하면, 1번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은 낮음. 그러나 2번 시나리오의 현실화 가능성은 잠시라도 높아질 수 있음. 최근까지는 고용 부진이 경기 우려를 높였지만, 이제는 소비가 관건. 이번주 목요일에 나올 7월 소매판매와 이번주와 다음주 유통주 실적에서 소비 수요 약화 우려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 고용시장이 흔들리고 초과저축을 소진한 상황에서 선거도 소비심리 위축 요인이 되고 있음
- 크로스에셋/해외주식 Strategist 김일혁, CFA, FR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