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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기술] 당신을 낚은 디폴트의 힘...구글을 글로벌 독점 기업으로 (0) 2024/08/19 PM 08:28

[WEEKLY BIZ] [Weekly Biz밑줄 쫙] 애플도, MS도 못 넘보는 공고한 검색 아성에, 美 법원 "구글은 독점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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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일러스트=김의균

 


“우리의 철학은 배타성을 확보하는 대가로 매출을 공유하는 겁니다. 배타적이지 않다면 우리에겐 아무 득이 없어요.”


세계 최대 검색엔진(서비스)인 구글 직원은 2011년 이런 내용이 적힌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휴대폰 제조사·판매사가 미국에서 판매하는 휴대폰에 구글 검색을 기본으로 설정토록 하기 위한 전략을 짜는 과정에서 나눈 대화다.


지난 5일 미국 워싱턴 DC 지방법원은 검색엔진인 구글이 ‘독점 기업이 맞다’는 판결을 내렸다. 블룸버그는 13일 법무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 정부가 구글의 해체 가능성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글은 항소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미 테크 업계에선 이번 판결이 1990년대 마이크로소프트(MS)를 뒤흔들었던 반독점 소송과 비슷한 큰 반향을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구글은 어떤 방식으로 독점력을 획득했고 법원은 왜 구글의 행태가 독점의 폐해로 이어진다고 판결했을까. 286쪽짜리 판결문을 밑줄 쳐가며 분석했다.


◇1. ‘디폴트’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법원은 “구글은 눈에 잘 띄지 않는 ‘디폴트 배포’라는 전략을 통해 경쟁사와 차별되는 큰 강점을 확보했다”고 판결문에 적었다. ‘디폴트’란 소비자가 제품·서비스를 살 때의 기본 설정 상태를 뜻한다. 디폴트 설정은 바꿀 방법이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부분 소비자가 귀찮거나 몰라서, 디폴트 설정을 그대로 쓴다.


판결문에 따르면 구글은 이런 ‘습관의 힘’을 잘 알았다. 판결문에 인용된, 구글 내 ‘행동경제팀’의 내부 보고 내용이다. “관성(慣性)은 저항이 가장 적은 선택 경로입니다. 사람들은 대체로 현상 유지를 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이 ‘현상’을 바꾸려면 (처음에 습관을 길들이는 것보다) 더 많은 노력이 투입되어야 합니다.” 법원은 대부분의 사용자는 ‘디폴트’가 무엇인지 알아채지도 못하는 상태로, 사전에 설정된 대로 휴대폰을 사용한다고 했다.


◇2. 구글의 재무제표엔 TAC라는 특이한 항목이 있다


구글은 휴대폰과 컴퓨터 제조사 등이 자사의 검색엔진만 ‘디폴트’로 심도록, 천문학적인 돈을 ‘매출 공유’라는 형태로 지급하고 있다. 휴대폰에 구글 검색엔진을 디폴트로 설치할 경우 이를 통해 나오는 광고 수익을 제조사 등과 공유하는 방식이다. 구글은 미국에서 이뤄지는 검색의 90%(2020년 기준), 모바일 검색의 경우 95%를 차지할 정도로 검색 및 검색 광고 시장을 장악한 상태다. 판결문에 따르면 구글이 기업들에 이런 계약을 통해 지급한 돈은 2021년 기준 260억달러(약 35조4000억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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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의균



이렇게 나눠준 돈을 구글은 재무제표에 TAC라고 표시하고 있다. ‘트래픽(사용량) 획득 비용’을 뜻하는 영문 ‘Traffic Acquisition Cost’의 앞글자를 딴 용어다. TAC는 구글이 지출하는 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검색 관련 다른 비용을 모두 합한 금액의 네 배 수준이 넘었다. 구글의 총 TAC는 지난해 508억달러로, 2020년(329억달러)의 1.5배가 될 정도로 빠르게 늘고 있다.


◇3. 빅테크 대표 애플과 공생 관계가 됐다


미 휴대폰 점유율 1위인 애플은 휴대폰(아이폰)의 웹브라우저 ‘사파리’의 주소 입력창에 검색어를 입력하면 구글을 통해 검색되도록 디폴트 설정을 해두었다. 이는 구글이 애플에 막대한 돈을 지급하고 계약한 결과다. 대부분은 구글인 줄도 모르고 이 기능을 쓰고 있다. 설정으로 들어가면 디폴트 검색엔진을 야후·빙(MS)·덕덕고·에코시아 등으로 바꿀 수 있지만 이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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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의 웹 브라우저인 '사파리'의 검색 설정. '구글'이 디폴트로 설정돼 있다. 다른 검색 엔진으로 바꿀 수는 있지만 이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렇게 구글을 사파리의 디폴트 검색엔진으로 설정하는 대가로 애플은 구글이 검색 광고를 통해 버는 돈의 일부를 수수료처럼 받는다. 이번 재판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구글은 이런 디폴트 설정을 통해 창출된 광고 매출의 36%를 애플에 주었다.


구글 자체 분석 결과 애플이 다른 검색엔진을 디폴트로 설정하면 구글을 통한 (애플 기기 내) 검색 빈도는 60~80%가 급감하고 이로 인해 (광고 등의) 매출이 282억~327억달러 준다고 나타났다. 애플 또한 구글에서 받는 돈이 중요하긴 마찬가지다. 2022년 기준 애플이 구글에서 받은 돈은 200억달러로, 영업이익의 18%를 차지했다.


애플은 매출을 구글에 의존하고, 구글은 막대한 돈을 주고서라도 디폴트를 유지해야 하는 ‘빅테크 공생 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구글은 비슷한 방식으로 삼성전자·모토로라 등이 만드는 안드로이드 휴대폰도 구글을 디폴트로 넣도록 만들었다.


◇4. 구글의 ‘디폴트 아성’, 너무 공고해졌다


또 다른 빅테크 회사로 검색엔진 ‘빙’을 운영하는 MS는 어마어마한 돈을 써서 구글의 ‘디폴트 전략’에 도전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MS조차도, 이미 공고하게 구축된 구글의 아성을 흔들지는 못했다. 판결문에 인용된 MS와 애플의 (결렬된) 협상 과정을 보면 시장에서 ‘건강한 경쟁’이 이뤄지기 어려운 상태라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MS는 사파리의 디폴트 설정을 구글에서 빙으로 바꾸기를 희망하며 2015년 애플과 협상에 나섰다. 검색 광고 등의 수익 중 90%(구글은 36%), 혹은 5년간 약 200억달러를 애플에 보장하겠다고 했다가 실패하자 100%를 주겠다는 제안까지 했다. 애플은 이 제안을 가늠하며 구글에서 얻을 예상 수익을 추산했는데 그 결과 향후 5년 동안 400억달러, 이후 5년간은 700억달러를 벌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애플은 MS에 이를 토대로 첫해에 40억달러를 주고 이후 1년마다 지급액을 10억달러씩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이는 MS가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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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순다르 피차이 CEO(최고경영자)가 2018년 12월 미 하원 법사위원회에 출석해 증인 선서를 하는 모습. /로이터 뉴스1



구글도 MS가 자신들의 ‘디폴트 아성’을 흔들 수 있을지 자체 조사를 해서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조사 프로젝트에 구글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란 이름을 붙였다. 감히 자신들에게 도전하는 ‘이상한 녀석들’이란 거만한 뉘앙스다. 시가총액 1위에 때때로 오르는 빅테크 중의 빅테크 MS조차 구글의 디폴트를 흔들 수 없다면 어느 기업이 가능할까. 미 법원은 ‘없다’고 결론짓고 ‘구글은 독점 기업’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5. 검색엔진 개발비는 천문학적이다


인터넷상의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제대로 된 검색엔진 구축을 위해 필요한 비용은 점점 불어나는 상황이다. 판결문엔 애플이 혹시 자체 검색엔진을 개발하진 않을지 한때 우려한 구글이 새 검색엔진을 ‘바닥’부터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을 추산한 내용이 이같이 적혀 있다. “구글은 애플이 구글의 검색엔진과 경쟁할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구글과 비슷한 기반 시설(인력·설비 등)을 갖추려면 대략 200억달러가 필요하리라고 추정했다. 애플이 구글의 절반 시설만으로 서비스를 개발한다 해도 초기 개발 비용에 100억달러, (유지·보수 등에) 매년 추가로 40억달러가 필요하다고 추산됐다.”


급증하는 데이터, 인공지능(AI) 등 검색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한 첨단 기술 등의 증가로 인해 구글은 검색엔진 운영 비용(광고 매출 공유에 지급한 돈 제외)으로만 2020년 84억달러를 썼다고 한다. 이런 검색엔진 서비스를 스타트업 등 신규 진입자가 개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구글의 시장 독점적 지위는 깨기 어렵다는 것이 미 법원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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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反)독점법


미국의 대표적 반독점법은 1890년에 제정된 연방 법인 ‘셔먼법’이다. 이 법 제정을 주도한 상원 의원 존 셔먼의 이름을 땄다. 이를 기반으로 한 여러 판례를 거치며 시장점유율이 높은(통상 70% 이상) 기업이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가격을 통제하거나 신규 진입자를 차단할 경우 이를 ‘독점법 위반’으로 본다. 이런 독점 기업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낮추고 경쟁을 저해해 가격을 올라가게 하므로 자유 시장 경제를 해친다고 보고 조치를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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