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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황/전략] (DB금융투자) 탈세계화 망상 속에 하이퍼디플레가 온다 (0) 2024/08/25 PM 10:42

문홍철의 Concise (채권/FX)


■ 파월의 방향성은 명확하다. 속도의 문제, 그러나 때가 이미 늦었다

■ 탈세계화에 대한 뿌리깊은 오해, 왜 상식과 반대로 흘러가는가?

■ 중국의 초과생산능력은 자동안정화가 작동하지 않으며 초월적인 디플레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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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의 방향성은 명확하다. 속도의 문제, 그러나 때가 이미 늦었다: ‘The direction of travel is clear’, 잭슨홀 연설에서 파월의장의 말대로 방향성은 정해졌으며 속도의 문제일 뿐이다. 우리는 여전히 중앙은행의 완화 대응은 너무 늦었으며 과거 패턴상 침체가 도래하기 전에 적극적인 완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견지한다. 파월 개인의 정치적 입장과 성향은 분명히 비둘기적이지만 FOMC위원들, 더 나아가서 중앙은행의 긴축 본능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역사는 운율하며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이것은 진리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단순히 한두해에 그치지 않는, 보다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담론을 위해 향후 다가올 초디플레이션의 잠재력을 가진,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완전히 반대로 잘못 알고 있는 세계 질서 재편의 영향에 대해서 말해볼 것이다. 현재는 동 의견을 밝힐만한 적정시기라고 생각한다. 이는 우리가 꾸준히 주장해왔던 내용임에도 최근 몇 년간 주목받지 못한 반면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진정한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탈세계화에 대한 뿌리깊은 오해, 왜 상식과 반대로 흘러가는가?: 탈세계화에 대한 모든 분석은 근본부터 잘못된 가정에 근거하고 있다. 관세나 공급망 재편, 비용증가에 대한 논의, 미중 무역갈등에 대한 언론과 학자들은 인플레와 성장, 산업 영향 분석은 지엽적이고 편협한 시각에 갇혀 있으며 그로 인해 정말 중요한 결과를 놓치게 만든다. 이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중국이 생산활동 부양에 나서는데 영향을 준 국제질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더불어 한 국가의 국제수지가 국가간 발전 전략과 투자-저축 갭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내용부터 다시 복습해야 한다. 이를 알게 된다면 향후 금리와 외환시장의 장기적 통찰을 얻을 것이다.


중국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과 2001년 WTO 가입으로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오해해서는 곤란하다. 중국은 마오주의를 버린 것이 아니며 마르크스-레닌주의의 기본사상은 그들의 철학적 뿌리로서 굳건히 자리잡고 있다. 미국과 서방세계는 중국이 자본주의의 우월함(?)을 경험하면 자연스럽게 민주화의 길을 걸을 것이라는 낭만주의에 입각해 중국에 대해 심각한 오판을 저질렀다. 이는 개인주의와 합리성에 입각한 서양 문화가 집단과 전체를 중요시하는 동양 문화를 접할 때 범하는 흔한 실수다. 전통 마오주의자들은 중국 인민들이 살림살이 개선을 경험하던 중 입지가 작아지던 차였으나 마침 재기를 위한 절호의 기회를 얻는다. 중국내 빈부격차의 확대,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는 미국식 자본주의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었고 이어서 불거진 유럽재정위기, 글로벌 저성장 국면은 중국내 시장주의자의 입지를 위축시켰다. 변화된 흐름 속에서 당시로서는 무색무취의 시진핑은 국가의 방향성을 순수했던 과거로 복귀시키고 중국굴기를 추진하기에 알맞은 지도자였다. 2014~2016년의 기간동안 중국은 자본이탈과 외환시장 혼란, 신용위험의 위기를 겪었고 마오주의자들의 방향이 옳다는 지지와 확신이 늘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금융위기 직후부터 경제학자들은 중국이 누적된 과잉 투자와 생산 중심의 경제에서 구조를 바꾸어 소비 중심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권고했다. 이는 관점에 따라 적절한 판단일 수 있고 중국 지도부도 일시적이나마 소비 중심 경제로의 이행을 추진했던 적도 있다. 그러나 이는 심각한 오판임이 드러났으며 중국은 방향을 180도 틀어 결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


차이메리카(Chimerica)는 쌍둥이다. 중국과 동일한 구도로 미국도 글로벌리스트와 고립주의자간의 대립이 있었다. 2차 대전후 주도권을 만들어간 글로벌리스트는 소련 해체 이후 외부의 적을 잃고 내부 응집력이 약화된다. 90년대 이후 중국의 부상으로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는 감소해갔으며 2001년 이후 테러와의 전쟁,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야망, 셰일오일 생산은 미국인들 사이에 글로벌리스트의 개입주의에 대한 회의감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했다.금융위기와 유럽재정위기 이후 고립주의자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으며 비슷한 처지에 있던 영국의 브렉시트로 용기를 얻어 자신들을 대표할 수 있는, 기존의 기득권층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개념의 대통령을 선출한다. 이들의 뜻을 받들어 트럼프 전대통령은 각국의 군사적 무임승차자들에게 자신의 책무를 다할 것을 요구했으며 만악의 근원인 중국은 무역분쟁을 명분으로 강도높게 압박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중국 마오주의자들의 경제 정책은 큰 변화를 맞이한다. 당초에는 금융위기 전후까지 이어진 대규모 고정자산투자에 기댄 성장을 구조조정하여 소비중심 경제로 전환하려 했다. 그러나 이 계획에는 2가지 문제점이 있다. 우선 애초부터 베이징은 마르크스-레닌주의가 낭비라고 여기는 미국식 소비에 대한 뿌리 깊은 철학적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중국이 소비 국가로 이행한다는 것은 몸에 맞지 않는 불편한 옷을 입는 것과 같다. 두번째 문제는 보다 현실적이다. 소비 활성화를 위해서는 글로벌 분업 하에서의 자유로운 무역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소비왕국인 미국의 제조업이 사라지고 수입품에 의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국도 대량의 물품을 수입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오주의자들의 변함없는 이상이 중국의 굴기(倔起)와 조국통일에 맞춰진 이상 소비경제로의 전환은 국가안보의 문제로 치환되었다. 서방세계의 경제제재에 맞서기 위해서는 적어도 제3세계를 활용한 밸류체인을 구성하거나, 더 바람직하게는 자국 내에 포괄적인 생산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서방세계가 주도하고 있는 하이테크, 고부가가치 제조업은 반드시 자급자족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이번 양회에서 언급된 신질생산력(新质生产力)의 진정한 의미다. 신질생산력 증대는 경제논리나 효율성의 문제가 아닌 국가안보와 철학의 문제다. 동 목표를 수행할 수 있는 기업집단의 육성을 위해 당은 각종 보조금, 인위적인 통화절하, 애국적 마인드셋으로 무장된 연구자들, 생산시설 과잉투자를 복합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반대로 부동산, 저부가가치 산업 등은 경제 여건과 무관하게 구조조정해 나갈 것이다. 결국 앞으로도 지속될 미국의 무역전쟁은 중국이 이행할 수 있는 선택지를 하나로 좁혔다. 약화된 경제를 안정시키고 중국내 부동산 섹터의 연착륙을 도모하며 청년 일자리 부족에 따른 사회불안을 안정시키기 위해 고부가가치 수출 제조업에 과잉 투자하는 것이 중국의 유일한 해결책이다.


초과생산에 대한 투자와 시설 구조조정을 강요하는 대외압력, 잠재적인 제재에 대한 대응활동은 숫자로 확인되고 있다. 중국은 의도적으로 무역흑자를 축소발표하고 있다. 해관총서와의 자료를 비교하면 중국은 공식 수치보다 20%전후로 더 큰 무역흑자를 보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방세계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잉여생산에 대해 부인하고 있으며 초과 생산능력의 구조조정 요구에 대해서는 오직 철강과 부동산 등 전통 제조업에만 국한하고 있다. 중국의 산업 생산량은 2019년 이후 23%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실질 수출물량은 34% 증가한 반면 실질수입은 6%증가에 그쳤다. 중국의 공산품 수출은 팬데믹 이전 GDP의 11%에서 2022년에 14%로 증가했다. 중국의 제조부문 설비 잉여는 훨씬 더 증가하여 2018년 GDP의 6%에서 2023년에는 10%로 늘었다. 글로벌 부가가치기준 제조업잉여생산능력의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50%가 중국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이 생산할 ‘물건’을 누가 소비해줄 것인가. 고령화와 규제로 침몰중인 유럽이? 중국과 같은 제조업 사이에 두고 경쟁할 아시아가? 구매력 없는 아프리카가? 이 질문의 답을 안다면 금리와 달러 가치의 답도 동시에 알 수 있다. 답은 정해져 있다. 소비의 미덕, 최고의 인구구조, 자유롭고 개방적인 문화를 가진 미국 뿐이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미국이 원한다고 늘리고 줄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 국가의 경상수지는 무역상대국의 산업정책에 의해서 결정된다. 중국 및 아시아 국가, 북유럽의 제조업 발전은 명시적 보조금에 의지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인위적 통화절하를 통한 간접적 보조금으로 이룩된다. 이는 소비자의 부를 수출 제조업으로 옮기는 효과를 가지며 그 자체로 소비를 억제하고 수출 생산을 활성화한다. 이로써 생산국의 무역흑자 대비 소비국의 무역적자의 구도가 만들어진다. 흑자국은 자국내 소비, 투자 수요 부진으로 인해 흑자였던 자금을 다시 자본적자로 내보내며 적자국의 자산을 매입한다. 꼬리를 물고 있는 뱀, 우로보로스처럼 각국은 소비-생산, 자본수출-자본수입이라는 분업을 이루며 미국정부의 부채는 안정적 수요를 확보한다. 동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채 중국이 미국채를 팔고 있다거나 미국이 리쇼어링으로 무역적자를 줄일 것이라는 식의 결론을 내리면 곤란하다. 중국은 지금도 미국채를 보이지 않는 분산된 명의로 사들이고 있으며 미국은 ‘Consumer of Last resort’로서 미래에도 자신의 역할을 다할 것이다. 중국의 자본통제에도 불구하고 중국 민간섹터의 미국 자산 사랑은 한국의 서학개미 붐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거대하다. 앞서 국제수지 균형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다. 중국은 자국내 넘치는 저축 대비 부족한 투자수요로 인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지금도, 향후에도 해외로 수출할 것이며 엔캐리와 같은 위안캐리 자금이 세계 자본시장을 흔들어 놓을 것이다. 이 자금은 전세계 금리에 하락압력을 가한다. 이를 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글로벌 투자 수요 대비 저축의 과잉으로 금리가 하락한다. 2000년대 초반 그린스펀 연준의장이 오판했듯이 이를 ‘saving glut’에 의한 장기 금리 텀프리미엄의 비정삭적인 압착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심각한 실수이며 국가간 산업정책에 따라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미국의 경상적자는 스스로의 정책으로 조절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는 미국 정치인의 구호가 어찌되었든 적자 확대는 이미 결정된 미래다. 해외에서의 미국채 수요감소 걱정이나 달러의 패권이 약화된다는 등의 논란도 동 구조가 계속되는 한은 기우다. 이미 셰일오일 생산이 미국의 적자를 줄이지 않고 오히려 소비를 증가시켜 무역적자는 그 전보다 더 늘고 있는 점을 보지 않았는가? 리쇼어링도 동일한 결과로 귀결될 것이다. 더불어 미국이 제조 공장을 자국 내에 유치하면 오히려 중국의 잉여설비에 더해 미국까지 시설 투자가 중복되므로 글로벌 설비과잉과 디플레가 심화된다. 이는 셰일 생산에 의해 국제 유가가 안정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또, 당초 미국이 생산하지 않았으면 무역적자로 인해 대외로 풀려나갔을 달러 유동성이 그만큼 덜 풀리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이 또한 디플레적이다. 무역장벽과 규제로 이를 막는다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Life Finds the way’ 인류와 생명의 대응력을 과소평가하지 말라. 일례로 과거 냉전시대 소련은 서방의 금융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역외 유로달러 시장을 구축하도록 도왔으며 이는 규제에도 불구하고 미국내 금융시장에 영향을 주었다. 소련은 핀란드와 같은 회색지대를 통해 서방과 물품 교역도 활발히 진행했다. 중국과 쌓는 무역장벽은 밸류체인의 단계를 복잡하게 할 수는 있지만 글로벌 다중 가격 체계, 분열된 무역블럭을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상에서 논의한 내용에 따라 결정된 미래는 다음과 같다. 1)전세계적인 공급과잉과 디플레가 찾아오며 이는 경제 논리 때문이 아니므로 자동안정화가 작동하지 않아 그 정도가 심화된다. 2)소비국가로서 미국의 지위는 변함없을 것이며 무역적자도 증가하고 미국 재정적자에도 불구하고 미국채 수요는 지속적으로 충당된다. 3)신질생산력에 대한 중국의 초과 투자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이며 불가피하게 이와 경쟁해야하는 제조업 국가의 경제와 고용은 파괴된다. 4)중국을 포함한 제조업 생산국은 인위적인 통화절하를 반복적으로 시행하도록 강제될 것이며 반대편의 달러는 밀려올라가서 가치가 구조적으로 상승한다. 5)중국과 제조업으로 경쟁하는 국가는 기술면에서 초격차를 만들거나, 자국민의 희생을 바탕으로 통화가치를 대폭 절하하거나, 경제규모가 축소되어 남유럽화되거나의 말로를 맞이할 것이다.


전후체제가 붕괴되면서 거대한 디플레이션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수백년의 자본주의 역사상 탈세계화는 반드시 디플레로 귀결되었다. 이를 오판한다면 그 삯은 치명적이다. 두꺼운 털옷을 준비하고 추운 겨울을 맞이할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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