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스스로 판단해 작전을 수행하는 무인전투기(UCAV·Unmanned Combat Aerial Vehicle)가 우리 하늘에 곧 등장할 전망이다. 공군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개발 중인 전투기 KF-21 보라매를 중심으로 유·무인 전투체계 ‘킬웹(Kill-Web)’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3월 미국 공군은 AI 무인전투기 XQ-58A와 F-16 팰콘의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지난해 F-35 라이트닝Ⅱ와의 첫 시험에 이은 두 번째 시험이다. XQ-58A 발키리는 미 공군과 방산업체 크라토스디펜스가 개발했다. 길이 9144㎜, 너비 8230㎜의 크기로 최고속도는 마하 0.85(시속 약 1040㎞)다. 5000㎞ 이상을 비행할 수 있다.
미 해병대 소속 무인전투기 XQ-58A가 미 공군의 F-35 라이트닝Ⅱ와 시험 비행하고 있다./미 공군 제공
미 공군은 발키리를 전투 편대의 윙맨으로 사용한다. 윙맨은 편대 선두의 후측면에서 선두를 호위·엄호하는 비행기다. 동료가 놓친 적기를 마무리하는 역할도 맡는다. 윙맨 역할을 하는 무인기는 보통 로열 윙맨(충성스런 편대기)이라고 한다. 첨단 전투기와 합동 임무를 수행해야 하므로 유인기와 함께 날 수 있을 정도의 항속거리, 기동력, 무장, 스텔스 능력이 요구된다.
미군은 로열 윙맨의 가격을 최대 2000만달러(약 270억원) 수준으로 책정한다. 현재 운용 중인 무인공격기 프레데터(약 50억원), 리퍼(약 90억원)보다 비싸다. 그러나 유인기인 F-16(약 820억원)이나 F-35(약 1850억원)보다는 저렴해 활용도가 높다고 판단한다.
미 공군이 시험비행 중인 무인전투기 XQ-58A 발키리. / 미 공군 제공
대한민국 공군도 유·무인 전투체계를 갖춘다. 1~2대의 유인 전투기를 무인 전투기가 보좌하는 식이다. 스텔스 능력으로 적이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탐지와 식별, 공격 임무를 수행한다. 유·무인 전투 편대는 마치 하나의 전투기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다.
KF-21. 공군은 KF-21과 무인전투기가 편대를 이루는 유·무인 전투체계를 도입하려고 한다. / KAI 제공
공군과 KAI가 개발한 4.5세대 전투기 KF-21 보라매는 애초부터 유·무인 전투체계를 고려한 설계가 이뤄졌다. 공군은 2040년까지 로열 윙맨을 조합한 유·무인 전투체계를 완성하고 이후에는 6세대 전투기로 역할을 넘길 방침이다.
KUS-LW는 유인기(KF-21)와 작전을 수행하는 무인전투기다. / 대한항공 제공
KAI는 윙맨의 역할을 세분화해 다목적 소형무인기와 무인전투기로 나눠 개발한다. 다목적 소형무인기는 길이 3m, 너비 3m, 무게 150㎏으로 다양한 작전을 수행한다. 무인전투기는 KUS-LW보다 크고 강력한 성능을 목표로 한다. KAI는 다목적 소형무인기를 먼저 개발해 KF-21 전투체계에 통합하고, 이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로 무인전투기를 개발하는 2단계 전략을 채택했다.
대한항공 KUS-X 사업 영상. / 대한한공 제공
공군은 지난해부터 유·무인 전투체계와 AI를 결합한 킬웹 연구에 착수했다. 킬웹은 위성 등 우주자산, 유·무인 전투체계, 작전사령부, 비행단을 병렬로 연결하는 다층·다중 광대역 네트워크다. 킬웹이 갖춰지면 일부 자산이 파괴돼 운용이 어려워도 정보 공유와 공격, 방어를 지속할 수 있고 효과적인 유·무인 전투체계를 완성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