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의 CEO인 르네 하스는 스마트폰 칩 설계 분야에서의 강점을 넘어서 회사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사진작가: Annabelle Chih/Bloomberg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이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인텔에 반도체 설계 사업 부문 인수를 타진했다가 퇴짜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27일(현지시간)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ARM이 인텔에 프로덕트 그룹의 인수를 위해 접근했지만 해당 사업은 매각 대상이 아니란 대답이 돌아왔다고 보도했다. 인텔 사업부는 PC 및 서버용 반도체와 네트워킹 장비의 개발 및 설계를 담당하는 프로덕트 그룹과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 그룹으로 나뉜다. ARM은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엔 관심이 없다고 한다.
ARM이 인텔에 프로덕트 그룹 인수를 제안한 건 PC나 서버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단 구상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ARM은 손정의(손 마사요시)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그룹 산하 자회사로 매출 대부분이 스마트폰용 반도체 설계 사업에서 나온다. 인텔은 PC 반도체 부문에서 특별한 기술적 우위가 없단 평가를 받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
두 회사의 매출을 비교하면 ARM이 훨씬 적지만 시가총액은 ARM이 더 높다. ARM은 AI 붐의 수혜주가 될 것이란 기대감 속에 올해 들어 주가가 두 배 가까이 오르면서 시가총액이 약 1563억달러(약 205조원)까지 불었다. 반면 인텔은 실적 악화 우려로 올해 주가가 50% 넘게 떨어져 시총이 1023억달러까지 줄었다.
한때 세계 PC 반도체 시장을 호령했던 인텔은 스마트폰 전환에 적응하지 못한 채 낙오되면서 최근 인수 대상으로 거론될 정도로 위상이 추락한 상태다. 앞서 미국 퀄컴 역시 인텔 인수를 타진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인텔의 야심찬 파운드리 전환 선언은 막대한 비용 탓에 실적 악화의 주범이 됐다.
인텔은 실적 개선을 위해 직원 15% 감축, 배당금 지급 중단, 비용 절감 계획 등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내놨다. 또 파운드리 그룹 분사와 독일·폴란드 공장 건설 중단 등을 결정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아폴로는 최근 인텔에 50억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