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직후 모두가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미국은 이제 아름다운 디레버리징을 시작한다, 미국 경제의 강한 회복력을 보게 될 것'이라며 낙관론을 펼쳤던 사람이 바로 브릿지워터의 CEO 레이 달리오(Ray Dalio)입니다.
이 아름다운 디레버리징의 핵심은 '부채의 휘발'인데요.
실질금리(정책금리-인플레이션)를 마이너스로 끌어내려 리플레이션을 유발하면, 부채를 저리에 리파이낸싱하는 것을 도울 수 있죠. 물론 좀비 기업을 솎아내는 구조조정이 수반되어야 하지만요.
그런 과정을 거치고 미국은 강력하게 다시 일어섰는데, 중국이 그 초입에 있다는 주장을 한 것이라 흥미롭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여러가지 난관이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말미에 덧붙이긴 했지만, 이번 중국의 정책 발표가 "과거와 유사한 단순한 부양책이 아니라는 뜻"이라 의미심장합니다.
다음은 원문 발췌 번역입니다. 레이 달리오가 원래부터 친 중국인사이긴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매우 의미있는 내용이라 한 번 읽어보시라고 올려드립니다.
-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자산전략팀 이사 박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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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 중국 정책당국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방면에서 대대적인 "리플레이션(reflationary)" 정책을 발표. 워낙 중국 자산이 저렴했던터라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킴
- 필자는 이 조치가 2012년 유럽 재정위기 한가운데에서 구원투수로 등장했던 ECB 총재 마리오 드라기의 한 마디, 즉 "Whatever it takes(유럽을 살릴 수 있다면 뭐든 다하겠다)"만큼의 파급력을 지녔다고 판단. 후일 역사책에 기록돼 두고두고 회자될 정도
-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음
- 필자는 55년간 많은 부채위기가 어떻게 전개되고 해소되는지 여러가지 사례를 연구해 왔는데, 중국의 선택지는 딱 2개임
1) 아름다운 디레버리징(beautiful deleveraging) : 부채를 허용 가능한 수준으로 줄이고 분산해 생산성을 회복
2) 일본 스타일의 불황 장기화 : 아베노믹스가 나올 떄까지 부채위기가 경제적/심리적 불안을 초래해 장기화되는 것
- 필자는 중국 정책당국이 좀비를 걸러내 부실채권을 적극 구조조정하고 (Deflationary) + 이자율을 큰 폭으로 낮춰 부채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면 (Inflationary) 아름다운 디레버리징이 가능하다고 판단
- 이런 "beautiful deleveraging"은 대부분의 채권이 자국통화 표시이고, 채무자와 채권자가 모두 자국민인 경우에만 가능한데 중국이 그러함
- 이런 방식의 부채 구조조정은 심각한 디플레이션이나 인플레이션을 야기하지 않고 부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겁먹은 채 현금과 국채를 움켜쥐고 있는 개인과 기업을 시장으로 다시 불러들이는 효과도 있음. Bottom-fishing과 Animal Spirit이 살아날 수 있음
- 특히 이번 정책에는 시진핑 주석의 공무원 면책과 공식적인 지지 성명이 가미되어 엄청난 파워를 발휘. 시장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음
- 그러나 그 과정에는 고통스러운 변화가 수반될 것이므로 앞으로 다음의 사항을 확인해야 할 것
첫째, 부채 구조조정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 지방정부 부채 구조조정 과정에서 관련된 주체들의 고통은 커질 것. 1990년대 주룽지 총리 등이 이를 성공적으로 해냈지만 지금은 그 규모가 비교도 안되게 커진 만큼 쉬운일이 아님
둘쨰, 지방 정부의 재정 문제와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증세가 필요. 그러나 중국은 소득세/부동산세/상속세/부가가치세 등 대부분의 세수 징수 체계가 매우 느슨. 세제 개혁 과정에서 저항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음
셋째, 다 떠나서 인구구조와 급속한 노령화는 바꾸기 어려운 문제. 중국은 평균 은퇴연령이 53세이며 평균 수명은 83세. 이 연령대의 소비 간극을 어떻게 메울 것이냐도 큰 이슈이며, 노동가능인구 감소도 우려
- 최근 중국 정책의 변화가 자산 가격을 크게 자극할 것으로 확신하지만, 이러한 부채 구조조정 하에서 야기되는 대내외적 갈등을 어떻게 핸들링할지 잘 지켜보아야 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