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은 작가 한강이 지난 2023년 11월 9일 오후(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그라세(Grasset)출판사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스1
우리 소설가 한강(54)이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스웨덴 한림원이 10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지난 2000년 평화상을 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번째다. 한강은 지난 2016년 소설 ‘채식주의자’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부커상을 받았다.
스웨덴 한림원은 선정 이유로 “역사의 트라우마에 맞서는 동시에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시적인 산문”을 꼽았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에 대해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났다고 소개하면서 작가이자 음악과 예술에도 헌신했다고 소개했다. 1993년 시인으로 먼저 등단한 후 2년후에 소설가로 등단했다면서 글쓰기에 있어서 장르상 큰 폭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림원 측은 2007년 발표한 소설 ‘채식주의자’에 대해 높이 평가하면서 그후의 작품 세계도 상세히 소개했다.
1993년 시에 이어 이듬해 소설로 등단한 한강은 서정적인 문체와 독특한 작품 세계로 문단의 주목을 받아온 작가다. 그동안 ‘그대의 차가운 손’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등의 소설과 더불어 시집과 동화책을 두루 펴내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쳤다. 국내외 독자들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흡인력으로 한국문학의 위상을 높여왔다. 맨부커상 수상 이후 5년 만에 발간한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았고, 올해 초에는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을 수상했다.
세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제주 4·3 사건의 비극에 접근한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소설가인 주인공 경하가 손가락 절단 사고를 당한 친구 인선의 제주도 집에 가서 인선의 엄마 정심의 기억에 새겨진 아픈 과거사를 되짚는 내용이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8월 ‘불가능한 작별(Impossibles adieux)’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출간됐다. 최경란·피에르 비지우가 번역했다. 프랑스 현지 출판사는 초판 5000부를 인쇄했다가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 이후 1만5000부를 새로 찍기로 했다.
한강은 앞서 지난 2016년 한국인 최초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상’을 수상한 바 있다. 당시 수상작인 ‘채식주의자’는 트라우마(강한 충격을 겪은 뒤 나타나는 정신적인 질병)를 지닌 한 여자가 폭력을 거부하기 위해 극단적인 채식을 하는 이야기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 문학 선임기자 보이드 턴킨은 “잊히지 않는 강력하고 근원적인 소설”이라며 “아름다움과 공포가 기묘한 조화를 이룬다”고 말했다. 이어 “서정적이면서도 통렬한 작품”이란 찬사를 보냈다.
소설 ‘채식주의자’는 해외 40개국에 판권이 팔렸고, ‘소년이 온다’, ‘흰’ 등 다양한 작품들이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돼 판매됐다.
한강은 한국소설문학상·이상문학상·동리문학상도 받았다. 한국 문단의 거장, 소설가 한승원의 딸이기도 하다.
세계에 한강의 문학이 알려진 데는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37)의 공도 컸다. BBC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21세까지 오직 모국어인 영어만 할 줄 알았던 그는 대학 졸업 후 한·영 번역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영국에 한국어에 대해 공부한 사람이 거의 없단 점에 주목해서다. 이에 불과 6년 전인 2010년 독학으로 한국어 공부를 시작, 오늘에 이르렀다. 스미스는 “번역할 때 문학적 감수성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1100만 크로나(약 13억4000만원)과 메달, 증서가 수여된다. 이날 문학상에 이어 11일 평화상, 14일 경제학상 수상자가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