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 타임스 서평) 한강의 '소년이 온다 (Human A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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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얼룩진 한국 근현대사의 한 사건을 바탕으로 인간 본성에 대한 불안한 성찰을 그리다
리뷰: 프란체스카 웨이드 (2015년 12월 30일)
1980년 한국 광주, 15세 소년 동호는 친구의 시신을 필사적으로 찾고 있다. 하루가 끝날 무렵, 수십 구의 시체는 급하게 치러진 집단 장례식에서 묻힐 것이고, 더 많은 시신은 가족이 신원을 확인할 때까지 시청 체육관으로 옮겨져 기록되고 덮인 채 보관된다. 동호 또한 죽을 운명이다. 병원 침대에 누운 부상자들마저 "죽여 없애야 할 폭도"로 보는 군대에 의해 살해당한다. 그의 죽음은 한강의 소설 속 인물들뿐 아니라 작가 자신의 내면에서도 수십 년간 울려 퍼진다. 비록 동호를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그가 살았던 집은 한강의 가족이 9살 때 광주에서 서울로 이사하며 떠난 곳이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1980년 5월의 유혈 사태가 벌어졌다.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는 이 소설의 정치적 배경을 유익하게 설명한다. 1961년 쿠데타 이후 독재자로 군림하던 박정희가 암살된 후, 권력은 또 다른 군인 전두환에게 넘어갔다. 그는 전국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대학을 폐쇄하고, 정치 활동을 금지하고, 언론의 자유를 더욱 제한"했다. 광주에서는 학생 운동가와 노동조합원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고, 공수부대가 투입되었다. 그들은 특별히 잔혹한 전술에 대한 인센티브를 받았고, 결국 학살이 발생했다.
'소년이 온다'의 첫 두 장은 이 끔찍한 사건이 얼마나 대규모로 자행됐는지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둔다. 병원에서 체육관으로, 공공 광장으로 시체가 끝도 없이 이어진다. 관에는 태극기가 덮여 있고 "마치 그들을 죽인 것이 바로 이 나라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애국가는 "울음소리와 함께 어울리지 않는 소음"처럼 계속 반복되고, 동호는 이 부조화 속에서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해 처절한 통찰을 얻는다.
이 작품은 한강의 두 번째 영문 번역 소설이다. 앞서 2015년 1월에 출간된 '채식주의자'는 한 여성이 고기를 먹지 않기로 한 결정이 불러오는 기묘한 결과들을 그린 짧고 기억에 남는 소설이었다. 영혜의 남편은 채식주의가 "인간 본성에 반하는 것"이라며 분개하고, 그녀의 결정은 주위 사람들에게 혼란, 분노, 질투, 그리고 성적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채식주의자'의 넘나듦이 미묘하고 섬세했다면, '소년이 온다'는 금기보다는 순수하고 참혹한 공포에 집중한다. 2장에서는 동호의 친구 정대의 영혼이 이야기하며, 썩어가는 시신 더미 속에서 부패한 상처들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잔인한 피와 내장은 끔찍하지만, 곧 그 충격은 무뎌진다. 오히려 비극은 독특한 이미지들로 더 효과적으로 다가온다. 예를 들어, 시신 머리맡에 꽂힌 빈 음료수 병 속 촛불, 그 파르르 떨리는 작은 파란 불꽃의 중심이 "심장이나 혹은 사과 씨앗"을 연상시키는 장면 등이 그렇다.
이후 장에서는 동호의 죽음과 광주 항쟁의 여파가 그날 밤 함께 있었던 다른 사람들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탐구한다. 대부분 2인칭 시점에서 서술되며, 5년, 10년, 20년이 지난 후에도 생존자들이 계속 억압된 분위기 속에서 목소리를 찾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스미스에 따르면 이 학살은 1997년에 이르러서야 공식적으로 기념되었다. 김은숙이라는 출판업자는 원고와 교정지를 검열 사무소로 보내야 하며, 번역된 연극 대본은 잉크 롤러로 페이지 전체가 지워진 채 되돌아온다. 한편 다른 시위자는 대학 교수의 논문 작성을 돕기 위해 감옥에서 겪은 고문 경험을 떠올린다. 그는 손가락 사이에 펜이 끼워져 뼈가 드러날 때까지 매일같이 고문을 당했고, 그의 실제 목소리는 강요된 증언으로 대체되었다. 그는 자신과 동료 수감자들이 불면증, 알코올 중독, 자살로 어떻게 무너져 갔는지 가감 없이 기록한다. 그다음 장에서는 전직 공장 여공이 등장하는데, 그녀는 이제 단조로운 일에 몰두하며 어둠에 대한 공포와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는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 그녀는 같은 교수로부터 디지털 녹음기를 받지만, 폭력적인 기억을 말로 꺼낼 힘조차 내지 못한다.
동호의 어머니는 살인의 무의미함을 되새기며 애절한 부분을 서술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한강 자신이 등장해 동호의 삶을 조사하고, 피해자와 생존자들에게 목소리를 되돌려주기 위한 자신의 헌신을 설명한다. 동호의 형은 그녀에게 말한다. “제발, 내 동생의 기억이 더럽혀지지 않게 책을 써주세요.”
한 인물은 고문이 "당신이 그저 더럽고 악취 나는 몸뚱이일 뿐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라며, "굶주린 짐승의 시체보다 나을 게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수단"이라고 말한다.
그가 인간이 본질적으로 잔인한 존재인지 고민하는 가운데, 그의 고통스러운 기억들은 소설 제목(Human Acts, '소년이 온다'의 영문판 제목)을 역설적으로 만든다. 너무도 인간적인 이 행위들 속에는 인간다움이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채식주의자'처럼 '소년이 온다'도 공포스러운 외부의 힘에 의해 자율성이 위협받는 사람들을 그려내며,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