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소식통 인용 보도
"내년 1월 새 대통령 취임 후 결정"
당국 합병심사 등 장애물 여전
"인텔 위기, 저가 인수 가능"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이 최악의 위기에 빠진 인텔의 인수를 타진하고 있는 가운데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인수 여부를 결정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이 사안에 정통한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퀄컴이 향후 차기 미 행정부의 반독점 규제와 중국과의 관계에 미칠 영향 탓에 인텔 인수 행보를 결정하기 전에 백악관의 새 주인에 대해 더 명확하게 알고 싶어한다고 소식통들은 말했다.
특히 퀄컴은 인텔 인수에 있어서 많은 복잡성을 고려할 때 내년 1월 새로운 미국 대통령이 취임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결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양사의 인수합병은 미국뿐 아니라 중국 등 전 세계의 반독점 규제 당국으로부터 집중적인 심사를 받게 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퀄컴과 인텔은 PC 및 노트북 칩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으며, 인텔이 칩을 자체 생산하는 것과 달리 퀄컴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와 삼성전자에 의존하고 있다. 퀄컴은 또 애플의 중요한 공급업체 중 하나로 스마트폰용 칩을 공급한다.
스마트폰에서 전기차까지 미치는 영향력에 퀄컴과 인텔의 잠재적인 거래는 반독점 및 국가 보안 문제로 복잡해질 수 있다. 두 기업 모두 중국에서 사업하고 있으며 한때 중국 기업 인수를 시도하다 무산된 적이 있다.
또 반도체 업계의 대규모 인수도 과거 제동이 걸린 바 있다. 2017년에는 브로드컴이 퀄컴 인수에 나섰다가 미 당국에 의해 실패로 끝났다. 엔비디아는 2021년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암(Arm) 인수를 추진했다가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의해 제소를 당했다.
블룸버그는 퀄컴이 지난 9월부터 경영난에 직면한 인텔 인수를 검토했으며, 중국의 반독점 규제 당국에 비공식적으로 문의해 잠재적 거래에 대한 입장을 파악하고 나섰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퀄컴은 중국 당국으로부터 어떠한 답변도 얻지 못했으며, 중국 당국은 퀄컴이 실제로 공식적인 입찰에 나설지 지켜보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퀄컴의 인수 제안은 인텔이 실적 부진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한때 PC 중앙처리장치(CPU) 중심으로 ‘반도체 제왕’으로 군림했던 인텔은 경쟁력이 뒤처지며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모바일 칩 분야는 암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고, 인공지능(AI) 칩의 기본이 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엔비디아가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미 대선이 끝난 후 인텔 입찰에 나서면 퀄컴에 다른 이점이 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인텔은 이달 말에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전분기 실망스러운 실적이 주가에 미친 영향을 보면 퀄컴은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인텔을 인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월가 분석가들은 3분기에도 인텔이 10억달러가 넘는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