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AI 반도체 생산 차질 놓고 잡음
"엔비디아, TSMC 의존도 낮추기 위해
삼성전자 등에 GPU 발주 고려"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에 세워진 TSMC 공장의 장비 반입식에서 마크 리우(왼쪽) TSMC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며 끈끈했던 엔비디아와 대만 TSMC의 관계에 잡음이 일어나고 있다.
16일 IT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AI분야에서 가장 성공정인 파트너십 사이에 긴장감이 서리고 있다”며 양사가 엔비디아의 차세대 AI반도체 ‘블랙웰’ 시리즈의 생산 차질을 두고 서로를 비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연초 블랙웰 시리즈를 공개하고 연말 출시를 목표로 삼았지만, TSMC가 만든 테스트 제품에 결함이 발견되며 실제 출시 시기가 수개월 늦춰졌다.
보도에 따르면 이 같은 생산 차질에 대해 엔비디아 측에선 TSMC의 후공정 기술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TSMC는 엔비디아의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었고, 생산 일정을 재촉하며 사소한 문제들을 제대로 해결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TSMC는 엔비디아 창업 초기 아무곳에서도 만들지 않으려던 엔비디아의 칩을 생산해준 ‘은인’이다. 대만계 미국인인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가 모리스 창 TSMC 창업자를 ‘아버지’로 대우할 정도로 각별하다는 것도 유명한 일화다. 이 때문에 엔비디아의 물량은 사실상 대부분 TSMC가 전부 제조하고 있다. 하지만 AI사업에 돈이 쏠리며 엔비디아는 생산량을 급격하게 늘리고자 TSMC에 압박을 가하고 있고, TSMC는 최대한 생산량을 늘리려고 하고 있지만 요구를 따라잡지 못해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사 임원진은 최근 경영진 회동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매체 미러 미디어에 따르면 지난 6월 젠슨 황 CEO는 대만 방문 기간 웨이저자 TSMC CEO 등 고위 임원진과의 미팅에 참석해 “TSMC 본사 외부에 엔비디아만을 위한 ‘칩 온 웨이퍼 온 서브 스트레이트(CoWoS)’ 첨단 패키징 라인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CoWoS는 TSMC의 최첨단 후공정 기술로, 엔비디아의 최신 AI반도체는 대부분 이 기술로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제안에 한 TSMC 고위 임원은 “엔비디아가 자금을 댈 것도 아닌데 쉽게 이야기 하지 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예상과 다르게 분위기가 살벌해지자, 급기야 웨이 CEO가 급하게 중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미러 미디어는 “TSMC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유가 있다”며 “엔비디아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대형 고객사인 애플, 퀄컴 등에서도 비슷한 요구를 할 경우 매우 난감해질게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디인포메이션은 “작금의 마찰이 양사의 관계를 크게 변화시킬 것은 아니지만, 엔비디아는 TSMC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며 “최신 AI칩 대신 만들기가 상대적으로 간단한 신규 게임용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삼성전자에 맡기기 위한 파트너십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