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한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가 미국 뉴욕증시에서 시가총액 ‘1조달러’ 선을 다시 돌파했다. 인공지능(AI) 산업 관련 반도체 수요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TSMC의 강세가 일반 메모리 반도체 업황까지 담보하는 건 아니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경쟁 반도체 기업 주가 흐름은 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밤사이 뉴욕증시에서 TSMC(ADR·주식예탁증서) 주가는 205.8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하루 새 주가가 9.79%(18.36%) 뛰면서 시가총액도 1조675억달러(약 1463조원)로 불어났다. TSMC 시가총액이 지난 7월 장 중 1조달러 선을 돌파한 적은 있지만, 종가 기준으로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대만 증시에서도 TSMC 주가는 개장 직후 1090대만달러(TWD)로 오르며 5%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TSMC 주식을 사들인 ‘서학개미(미국 주식 개인 투자자)’도 웃을 수 있게 됐다. 네이버페이 ‘내자산 서비스’에 등록한 TSMC(ADR) 투자자 1만3967명의 평균 수익률은 40.17%에 달한다. 국내 투자자의 TSMC(ADR) 보관금액은 이달 16일 기준 8억1062만달러(약 1조1000억원)에 달한다.
TSMC가 전날 공개한 올해 3분기(7~9월) 실적이 시장의 기대치를 웃돌면서 주가 상승의 동력이 됐다. TSMC의 3분기 순이익은 3253억TWD(약 13조8000억원)로 예상치 3002억TWD보다 8% 이상 높았다. TSMC는 올해 4분기(10~12월) 매출도 3분기보다 11% 이상 증가하고, 매출 총이익률(매출에서 제조 비용을 뺀 이익률) 등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TSMC는 실적 발표 후 질의응답 중 AI 투자와 성장세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인공지능 수요는 실제 존재한다(The AI demand is real). 이제 시작이고 (수요가) 수년간 지속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TSMC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미국 투자전문 플랫폼 마켓스크리너에 따르면 32개 증권사의 TSMC 목표주가는 1330.86TWD로 이달 들어서만 66.5TWD 올랐다. 최고가로 1600TWD까지 나왔다. 이른바 ‘반도체 겨울론’을 불러왔던 모건스탠리는 TSMC 목표주가를 지난달 24일 1220TWD에서 1280TWD로 올린 데 이어, 전날 1330TWD까지 추가로 상향했다. 스위스 UBS와 일본 노무라증권도 실적 발표 후 TSMC 목표주가를 각각 1300TWD, 1400TWD로 높여 잡았다.
다만 TSMC 주가가 급등한 것과 달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상승분을 반납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55분 기준 삼성전자 주가는 0.17%(100원) 내린 5만9600원을, SK하이닉스 주가는 3.37%(6500원) 하락한 18만9500원을 나타냈다.
앞서 나온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기업인 네덜란드 ASML의 올해 3분기 실적과 엮어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ASML은 3분기 신규 순예약이 시장 예상치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26억3300만유로(약 3조9000억원)라고 밝혔다. TSMC의 파운드리 사업이 견조한 상황에서 ASML이 공개한 지표가 부진한 만큼 삼성전자나 미국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이 그만큼 좋지 않다고 봐야 한다는 취지다.
국내 한 증권사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는 “TSMC 실적이 AI 관련 반도체에 대한 기대감을 살려내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갈수록 기업 간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낳을 수 있다”며 “결국 경쟁자 아닌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