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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역사] 노벨상 받은 구글, 뒤에선 저작권 단물 빼먹기 (0) 2024/10/20 PM 01:31

'흑백 요리사' 등 인기 콘텐츠들

무단으로 도용한 불법 숏폼 방치

영상에 광고 붙여 수익 나눠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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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백형선

 

 

숏폼(1분 안팎의 짧은 영상) 콘텐츠를 주로 올리는 한 유튜브 채널에는 114개의 ‘흑백요리사’ 편집 영상이 올라와 있다. 지난달 17일 공개된 이 프로그램은 아직 방영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 이 채널 흑백요리사 숏폼의 총분량은 약 114분. 흑백요리사 한 회 분량(약 70분)을 넘는 시간이다. 영상 하나의 평균 조회 수는 67만에 이른다.


또 다른 채널엔 흑백요리사 숏폼 71개가 올라와 있다. 1000만회가 넘는 영상도 있다. 유튜브뿐 아니라 바이트댄스의 틱톡, 메타의 릴스에 흑백요리사를 편집한 숏폼이 넘쳐난다. 대부분 제작사나 방영 채널인 넷플릭스에 대가를 지불하거나 사용 허락을 받지 않은 불법 영상이다.


이런 ‘불법 숏폼’에 붙는 광고의 수익을 유튜브와 불법 콘텐츠 제작자들이 나누고 있다. 흑백요리사 숏폼을 집중적으로 올려 총조회 수 1억6278만회를 기록한 채널은 지난 한 달간 광고로 벌어들인 돈이 최고 9715만원으로 추정된다. 이 광고 수익의 절반 이상(55%)이 유튜브 몫이다.


불법 숏폼이 넘쳐나는 것은 지난해 초 유튜브가 숏폼 광고 수익 배분과 관련해 새로운 정책을 도입한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전에는 숏폼에 광고가 붙어도 제작자에게 수익을 지급하지 않았다. 작년 2월 유튜브는 숏폼 광고 수익을 유튜브 55%, 제작자 45%로 나누기로 했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올해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3명이나 배출한 구글이 뒤에서는 불법 콘텐츠로 버젓이 돈을 벌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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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백형선

 

 

흑백요리사의 총제작비는 100억원 안팎으로 알려져있다. 불법 콘텐츠 제작자들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짧게는 몇 십분 만에 불법 숏폼을 만들어 이용자를 끌어 모으고, 그 수익을 유튜브와 나눠 갖는다. 유튜브 등에 올라온 흑백요리사 불법 숏폼만 수천개에 달한다. 100억을 들여 만든 콘텐츠를 불법적으로 사용하며 수익을 버는 생태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피땀 흘려 만든 콘텐츠가 불법 숏폼의 공짜 재료로 전락하는 걸 보면 참담하다”며 “구글 같은 거대 기업이 지식재산권 침해의 공범이 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흑백요리사 불법 숏폼으로 1억 수익


양산형 불법 숏폼’은 되도록 짧은 시간에, 최대한 많이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계속해서 영상을 넘기며 보는 이용자에 하나라도 더 걸리게 하기 위해서다. 10일까지 114개의 흑백요리사 영상을 올린 한 채널은 하루에 5개꼴로 영상을 찍어냈다. 전체 채널 영상(454개)의 4분의 1이 흑백요리사 관련이다. 몰아치기 전략은 성공한 듯하다. 이 중 ‘흑백요리사 베스트 대사’ 영상이 조회 수 371만회를 올렸고, 114개 영상 조회 수는 총 7716만회에 달한다. 숏폼 조회 수를 통해 추산한 한 달 예상 수익은 최대 1042만원이다. 88개 영상 중 71개가 흑백요리사 관련 숏폼인 한 채널은 지난 한 달간 9715만원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채널에선 백종원 심사위원이 정지선 중식 셰프의 ‘시래기 빠스’를 먹는 장면을 짜깁기한 숏폼이 조회 수 1000만을 넘겼다.


유튜브는 ‘타인의 영상을 무단 재가공하면 수익을 지급하지 않고, 피해 당사자가 요청하면 삭제한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무단 재가공 콘텐츠’로 판정하려면 저작권 피해 당사자의 신고가 있어야 하는데, 제작자가 불법 숏폼 영상을 단속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 수가 워낙 많고 신고를 한다 해도 계속 새로운 계정에서 새로운 숏폼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방영 채널인 넷플릭스도 난색을 보였다. 회사 관계자는 “숏폼은 숫자가 너무 많아서 그걸 다 찾아내기엔 인력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들 것”이라고 했다. 유튜브가 나서지 않는 이상 불법 숏폼은 없어지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불법 숏폼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플랫폼들이 자발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유튜브는 제작자들과 수익을 분배하면서 콘텐츠와 충성 이용자를 단번에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튜브코리아 임원은 기자 간담회에서 “숏폼 창작자를 위한 수익 분배가 시작된 뒤로 유튜브에서 하루 500억 이상의 숏폼 조회 수가 발생하고 매달 15억명 이상이 보는 등 성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플랫폼들은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숏폼 길이를 1분 이상으로 늘리고 있다. 유튜브는 오는 15일부터 숏폼의 최장 길이를 종전 1분에서 3분으로 늘린다. 틱톡은 2021년 숏폼 길이를 1분에서 3분으로 했고, 인스타그램의 릴스도 90초다. 한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길이가 길어지면 드라마나 영화와 같은 콘텐츠를 한 편에 더 많이 담을 수 있다”며 “이미 한 콘텐츠를 수십 편, 수백 편의 숏폼으로 쪼개서 올리기도 하는데, 앞으로는 더 손쉽게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5분이면 쇼츠 하나 만든다


양산형 불법 숏폼은 이제 비즈니스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불법 숏폼 양산이 가능한 데엔 생성형 AI가 한몫 거든다. 숏폼을 만들어주는 AI에 영상을 넣으면 화제가 된 부분을 추려주고 자막까지 다 만들어준다. 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 5분 만에 숏폼 한 편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양산형 불법 숏폼으로 실제 월 수익 500만~600만원을 거두는 이들이 생겨나며 ‘숏폼 부업법’까지 확산 중이다. 유튜브에선 저작권을 어긴 숏폼 제작으로 월 수백만~수천만원을 벌 수 있다고 홍보하는 부업 소개 채널들이 생겨나고 있다. 검색 창에 ‘숏폼 부업’만 쳐도 ‘구독자 0명이어도 월 246만원 버는 법’ ‘그냥 숟가락만 올리면 완성입니다!’ 같은 콘텐츠를 찾아볼 수 있다. 한 유튜브 채널에선 ‘드라마&예능&영화 유튜브 숏폼 월 2500만원 버는 방법’이라며 버젓이 기존 드라마나 예능, 영화 콘텐츠를 활용한 불법 숏폼으로 돈 버는 방법을 상세히 안내한다. 가령 “저작권 신고를 피하기 위해 원본 콘텐츠를 통편집하지 않고 소리가 비는 부분을 컷편집하고 업로드하면 저작권 신고에 잘 걸리지 않는다”고 알려주기도 한다.


☞숏폼(Short Form)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15초~1분짜리 짧은 영상을 말한다. 스마트폰으로 화면을 넘기면서 쉽게 볼 수 있고, 개인이 만들어 올리기 어렵지 않다. 중독성이 강해 시청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이 원조이며, 유튜브는 이를 ‘쇼츠’, 인스타그램은 ‘릴스’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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