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분야에서 뒤처지면서 위기를 겪고 있는 인텔과 삼성전자의 최근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일부 회복했지만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인텔과 삼성전자가 AI 분야에서 뒤처지면서 올해 들어 시가총액에서 총 2270억달러(약 313조원)가 증발했다고 전했다.
인텔의 시총은 불과 4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이자 엔비디아의 주요 협력업체인 대만 TSMC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현재 두 기업 간의 시총 격차는 7억달러 이상으로 벌어졌다. 삼성전자 시총은 TSMC의 3분의1도 안 되는 수준이다.
인텔은 반도체 왕좌를 되찾기 위해 지난 2021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재진출을 선언했다. 그러나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AI 트렌드를 놓치며 엔비디아와 같은 AI 반도체 설계업체에 밀리고 있다. 그 결과 대규모 적자에 시달리며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사업부가 저조한 수율과 성능 문제를 겪으며 AI 시스템 핵심 구성 요소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SK하이닉스 등 경쟁사에 뒤처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날 인텔은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을 공개했다. 3분기 실적과 4분기 전망치가 모두 월가의 기대를 웃돌았고 회사는 최근 대규모 구조조정에서 많은 성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인텔의 사업 추세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조성되며 이날 주가가 8% 가까이 상승했다.
메이뱅크증권의 웡 콕 훙 기관 주식 판매 거래 책임자는 인텔의 3분기 순이익이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AI 사업 부문 매출이 부진했다며 “승자와 패자 사이의 격차는 당분간 좁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AI는 향후 5년, 아니 10년 동안 중요한 분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털놀리지의 아담 크리사풀리 애널리스트는 “인텔은 여전히 과거의 그림자일 뿐이다”며 “어닝콜에서 회사는 가우디 AI 칩이 올해 5억달러 매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인정했는데 이는 인텔이 현재의 AI 붐에서 사실상 존재감이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주 3분기 확정 실적을 공개하며 주요 고객사의 퀄테스트에서 “유의미한 진전을 보였다”고 밝혀 엔비디아 납품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PC와 모바일 수요 회복 지연에 따른 재고 조정과 중국산 레거시 칩 과잉 공급으로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에 못 미쳤다. 31일 삼성전자 주가는 장중 4% 가까이 올랐으나 장 마감 직전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고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또 1일에는 1% 넘게 하락했다.
올스프링글로벌인베스트먼트의 게리 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HBM 퀄테스트에 대한 언급이 “단기적으로 삼성전자 주가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인 회복을 위해서는 다양한 사업 부문에서 자본 배분에 대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실적 발표 이후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등 다수의 증권사들이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텔과 삼성전자에 대한 평균 목표주가는 연초 대비 각각 40%, 5% 낮아졌다. 반면 TSMC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목표주가는 각각 200%, 60% 상향됐다.
인텔과 삼성전자는 밸류에이션 부담도 큰 편이다. 인텔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3배로 TSMC의 18배보다 높다. 삼성전자는 약 9배로 SK하이닉스의 5배에 비해 고평가 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