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은 미국 정치, 나아가 세계 전반에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가 11월 6일 팜비치 컨벤션 센터에서 무대로 올라오고 있다. © Win McNamee/Getty Images
프랜시스 후쿠야마 | 2024년 11월 8일
화요일 밤 도널드 트럼프와 공화당의 압도적 승리는 이민에서 우크라이나에 이르는 중요한 정책 영역에서 큰 변화를 이끌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선거의 의미는 특정 문제들을 넘어선 것으로, 1980년대 이후 “자유 사회”에 대한 이해가 발전해 온 특정 방식을 미국 유권자들이 결정적으로 거부한 것을 나타냅니다.
트럼프가 2016년에 처음 당선되었을 때, 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는 그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약한 상대와 맞섰고, 게다가 그는 대중 투표에서 승리하지 못했습니다. 4년 후 바이든이 백악관에 들어섰을 때, 재앙적인 단임 대통령 후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온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화요일의 투표 결과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오히려 일시적 존재였으며 트럼프가 미국 정치, 더 나아가 세계에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미국인들은 트럼프가 어떤 인물이고 무엇을 상징하는지 충분히 인지한 상태로 투표했습니다. 그는 과반수의 표를 얻었고, 모든 경합 주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공화당은 상원을 되찾았고 하원도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법원에서 이미 우위를 점하고 있는 공화당은 이제 모든 주요 정부 기관을 장악하게 되었습니다.
트럼프가 전국적으로 공화당 표를 늘렸습니다
2020년에서 2024년 사이의 공화당과 민주당 간의 표 변동 (% 포인트)
미국 역사에서 이 새로운 단계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고전적 자유주의는 법의 지배를 통해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국가가 그 권리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헌법적 견제를 두어 개인의 평등한 존엄성을 존중하는 사상입니다. 그러나 지난 반세기 동안 이 기본적인 충동은 두 가지 큰 왜곡을 겪었습니다. 첫 번째 왜곡은 “신자유주의”의 대두였으며, 이는 시장을 신성시하고 경제 변화로 피해를 본 사람들을 보호할 정부의 능력을 축소시킨 경제 교리입니다. 그 결과 세계는 전체적으로 더 부유해졌으나, 노동계급은 일자리와 기회를 잃었습니다. 권력은 산업혁명이 처음 일어났던 지역에서 아시아와 기타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했습니다.
두 번째 왜곡은 정체성 정치, 즉 '깨어있는 자유주의 (woke liberalism)'의 부상이었는데, 이는 노동자 계급에 대한 진보적 관심이 인종적 소수자, 이민자, 성적 소수자 등과 같은 더 좁은 범위의 소외된 집단들에 대한 표적화된 보호로 대체되었다는 것입니다. 국가 권력은 공정한 정의 실현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러한 집단들을 위한 특정한 사회적 결과들을 촉진하는 데 점점 더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한편, 노동 시장은 정보 경제로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공장 바닥에서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는 대신 컴퓨터 화면 앞에 앉아 있는 세상에서, 여성들은 더 평등한 입지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가정 내 권력 관계를 변화시켰고, 여성의 성취가 끊임없이 축하받는 것처럼 보이는 인식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왜곡된 자유주의는 정치적 권력의 사회적 기반에 큰 변화를 불러왔습니다. 노동계급은 좌파 정당이 더 이상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느끼며 우파 정당에 투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노동계급 지지층과 단절되었고, 교육받은 도시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정당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노동계급은 공화당을 선택했습니다. 유럽에서도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공산당 지지자들은 마린 르펜과 조르자 멜로니에게로 이동했습니다.
이들 모두는 자신의 생계를 없애버린 자유무역 체제에 불만을 품었고, 외국인과 환경을 더 중시하는 듯한 진보 정당에 대한 불만도 있었습니다.
지난달 위스콘신 주 주노에서 열린 트럼프 선거 유세 현장에서 한 지지자가 미국과 멕시코 국기가 그려진 모자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 Jamie Kelter Davis/The New York Times/Redux/eyevine
이번 화요일의 투표 패턴은 이러한 커다란 사회학적 변화를 반영했습니다. 공화당의 승리는 백인 노동계급 유권자들에 기반을 두고 있었지만, 트럼프는 2020년 선거와 비교해 더 많은 흑인 및 히스패닉 노동계층 유권자들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는 특히 이들 그룹 내 남성 유권자들에게 두드러졌습니다. 그들에게는 인종이나 민족보다 계층이 더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소수자 집단과 여성의 이익을 옹호하는 깨어있는 자유주의에 굳이 관심이 있을 이유가 없는 노동계층의 라티노들이 이에 공감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또한 노동계급 유권자의 대다수는 트럼프가 국내외 자유주의 질서에 가하는 위협에 대해 거의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는 신자유주의와 깨어있는 자유주의를 되돌리려 할 뿐 아니라 고전적 자유주의 자체에 대한 중대한 위협입니다. 이 위협은 수많은 정책 문제에서 명확히 드러나며, 새로운 트럼프 대통령 임기는 그의 첫 번째 임기와는 전혀 다를 것입니다. 현재 시점에서 중요한 질문은 그의 의도의 악의성 여부가 아니라, 그가 실제로 위협한 바를 실행에 옮길 능력을 가졌는가 하는 것입니다. 많은 유권자들은 그의 과격한 발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며, 주류 공화당원들은 미국 시스템의 견제와 균형이 그가 최악의 상황을 만드는 것을 막아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는 실수입니다. 우리는 그의 명백한 의도를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트럼프는 자칭 보호무역주의자로, “관세”가 영어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말합니다. 그는 적국과 우방국에서 생산된 모든 상품에 대해 10~20%의 관세를 제안하며, 이는 의회의 권한 없이도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지적한 바와 같이, 이러한 수준의 보호주의는 인플레이션, 생산성 및 고용에 극도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이는 공급망에 큰 혼란을 야기하며, 국내 생산자들이 무거운 세금으로 여겨지는 정책에 대해 면제를 요청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기업들이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해 경쟁하는 과정에서 높은 수준의 부패와 편애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 정도 수준의 관세는 다른 국가들의 대규모 보복을 초래해 무역과 소득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가 이를 직면하고 물러설 수도 있겠지만, 그는 아르헨티나의 전 대통령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너처럼 나쁜 소식을 보고하는 통계기관을 왜곡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도 있습니다.
이민 문제에 있어, 트럼프는 이제 단순히 국경을 닫고자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미 국내에 있는 약 1,100만 명의 불법 이민자를 최대한 많이 추방하고자 합니다. 행정적으로 이는 엄청난 규모의 작업이므로 이를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인프라(수용소, 이민 통제 요원, 법원 등)에 수년 간의 투자가 필요합니다.
이것은 특히 이민 노동력에 의존하는 건설 및 농업 등 여러 산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또한 부모가 시민 자녀와 분리되는 상황에서 도덕적으로 엄청난 도전 과제가 될 것이며, 많은 불법 이민자들이 트럼프의 뜻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할 민주당 지역에 살고 있기 때문에 시민들 간의 갈등을 초래할 상황을 만들 것입니다.
7월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참석자들이 트럼프의 이민 정책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 Joe Raedle/Getty Images
법치주의와 관련하여, 이번 선거 운동 동안 트럼프는 자신이 비판자들에게 당했다고 믿는 불공정에 대해 복수하려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그는 리즈 체니, 조 바이든, 전 합동참모의장 마크 밀리, 바락 오바마 등을 포함한 비판자들을 겨냥해 사법 시스템을 사용할 것을 맹세했습니다. 그는 언론 비판자들을 침묵시키기 위해 그들의 면허를 박탈하거나 벌금을 부과하려고 합니다.
트럼프가 이를 실행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합니다. 그의 첫 번째 임기 동안 법원 시스템은 그의 과도한 행동에 대한 가장 탄탄한 장벽 중 하나였지만, 공화당은 플로리다의 에일린 캐넌 판사와 같이 그에게 우호적인 판사들을 시스템에 꾸준히 투입해 왔습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외교 정책과 국제 질서의 성격에 있을 것입니다. 우크라이나는 가장 큰 패자가 될 것입니다. 선거 이전에도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투쟁이 약화되고 있었고, 트럼프는 공화당 하원이 지난겨울 6개월 동안 그랬던 것처럼 무기를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조건에 따라 협상하도록 강요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는 비공식적으로 나토에서 탈퇴하겠다고 위협했지만, 탈퇴하지 않더라도 집단 방위 보장인 나토 조약 5조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동맹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유럽에는 미국을 대체하여 나토를 이끌 수 있는 강국이 없기 때문에, 러시아와 중국에 맞설 수 있는 동맹의 미래 능력은 심각한 의문에 처해 있습니다. 반대로, 트럼프의 승리는 독일 대안당이나 프랑스의 국민연합과 같은 다른 유럽 포퓰리스트들을 고무할 것입니다.
동아시아 동맹국들도 다르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 강경한 발언을 해왔지만, 그는 또한 시진핑의 권위주의적 성향을 크게 흠모하고 있으며, 대만 문제에 관해 시진핑과 거래를 할 의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트럼프는 군사력 사용에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가지고 있으며 쉽게 조종당하는 경향이 있지만, 중동만큼은 예외일 수 있습니다. 그는 베냐민 네타냐후의 하마스, 헤즈볼라, 이란에 대한 전쟁을 전적으로 지지할 가능성이 큽니다.
트럼프가 이번에 이러한 정책들을 실행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은 이유는 많습니다. 그는 정책 구현에 있어 인사 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했습니다. 2016년 처음 당선되었을 때 그는 정책 보좌진과 함께 취임하지 않았고, 그 대신 공화당 주류 인사들을 의존해야 했습니다.
많은 경우 그들은 그의 명령을 차단하거나 지연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임기 말에 그는 새로운 “스케줄 F”를 도입하여 모든 연방 직원의 직업 보호를 박탈하고 자신이 원하는 모든 관료를 해고할 수 있게 하는 행정 명령을 발표했습니다. 스케줄 F의 부활은 두 번째 임기의 핵심 계획이며, 보수 진영은 트럼프에 대한 개인적 충성도가 주요 기준인 잠재적 고위 관료 명단을 준비해 왔습니다. 이로 인해 그는 이번에는 자신의 계획을 수행할 가능성이 더 큽니다.
선거 이전에 카말라 해리스를 비롯한 비판자들은 트럼프를 파시스트로 비난했습니다. 이는 그가 미국에서 전체주의 정권을 실행하려는 것은 아니었기에 잘못된 판단이었습니다. 오히려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이 2010년 권좌에 복귀한 이후 리버럴 제도가 서서히 붕괴된 것처럼, 점진적으로 리버럴 제도의 쇠퇴가 나타날 것입니다.
트럼프는 이미 사회 전반에서 극심한 양극화를 심화시키며 미국을 고신뢰 사회에서 저신뢰 사회로 전환시켰습니다. 그는 정부를 악마화하고 정부가 미국인들의 집단적 이익을 대변한다는 신념을 약화시켰습니다. 그는 정치적 수사법을 거칠게 만들고, 노골적인 편견과 여성혐오를 허용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공화당원의 대다수가 그의 전임자 바이든이 2020년 선거를 도둑질한 비합법적인 대통령이었다고 확신하게 만들었습니다.
트럼프는 유권자 전반에서 지지율을 높였습니다
민주당 대비 공화당 우세 폭, 2020년 이후 인구 집단별 변화
대통령직에서 상원, 그리고 아마도 하원까지 이어지는 공화당의 광범위한 승리는 이러한 생각들을 확인해주고 트럼프가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게 하는 강력한 정치적 위임으로 해석될 것입니다. 우리는 그가 취임할 때 남아있는 제도적 안전장치들의 일부가 유지되기를 바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상황이 훨씬 더 악화된 이후에야 다시 나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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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스탠포드 민주주의, 발전, 법치 센터의 선임 연구원이자, 최근 저서 ‘자유주의와 그 불만’의 저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