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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계발 | 심리학] '이 안에 너 있다…무려 22%나' 부부는 닮아가는 게 아니라 원래 닮았다 (0) 2024/11/12 PM 09:41

마음(心)속 깊은(深)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살면서 ‘도대체 이건 왜 이러지?’ ‘왜 마음이 마음대로 안 될까?’ 하고 생겨난 궁금증들을 메일(best@donga.com)이나 댓글로 알려주세요.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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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가 비슷한 사람끼리 부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나와 닮은 이성을 좋아하되, 너무 많이 닮지않은 ‘적당한’ 수준을 선호하는 오묘한 심리에 대해 알아보자. 김연아 인스타그램



부부는 살면서 닮아간다고들 한다. 같은 일로 울고 웃고, 같은 음식을 먹으며, 같은 생활 환경에서 살아가고, 서로 같은 표정을 지은 결과 얼굴에 비슷한 노화의 흔적이 나타난다는 이유에서다. 그럴듯한 설명으로 인해 부부끼리 닮아간다는 말은 거의 정설처럼 받아들여져 왔다.


하지만 부부가 닮아간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나와 닮은 사람에게 끌리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 사람과 결혼을 한 거다. 부부는 결혼 초기에 가장 닮았다가 시간이 갈수록 얼굴이 달라지기도 한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 “혹시 남매?” 처음부터 닮은 사람과 결혼한다


‘부부는 서로 닮아간다’는 믿음은 1987년 미국 심리학자 로버트 자이언스의 ‘배우자의 신체적 외모 수렴’이라는 연구에서 시작됐다. 당시 실험참가자 110명에게 부부 12쌍의 결혼식 사진과 25년 후 사진을 보여주고, 서로 얼마나 닮았는지 비교해 보라고 했다.


그 결과 실험참가자들은 결혼할 때보다 25년 후 부부의 얼굴이 더 비슷하다고 판단했다. 이때부터 시간이 갈수록 부부가 닮아간다는 말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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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살면서 얼굴이 비슷해지는 게 아니라, 원래 닮은 사람을 배우자로 택할 가능성이 크다. pixabay(Peggy_Marco)



추후 다른 연구자들이 이 내용을 과학적으로 재검증하려 해봤지만,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이를 이상히 여긴 미칼 코신스키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부부 517쌍을 대상으로 다시 제대로 검증해 보기로 했다. 남편과 아내가 결혼한 지 2년 이내에 찍은 사진 1장과 결혼 후 20~69년 후에 찍은 사진 1장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부부 517쌍의 평균 결혼 기간은 49년이었다.


이번에는 부부가 얼마나 닮았는지 분석하기 위해 두 가지 방법을 썼다. 먼저 객관적인 분석을 위해 안면 인식 인공지능(AI)을 활용했고, 사람들 눈엔 어떻게 보이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참가자 153명에게 두 부부가 얼마나 닮았다고 느끼는지 물었다. 만약, 부부가 점점 닮아간다는 가설이 맞으면, 결혼 기간이 길어질수록 닮은꼴 수치가 점차 늘어나야 한다.


그런데 AI 분석과 사람의 주관적 평가 모두에서 결혼 후 20~69년 차 평균 닮은꼴 지수보다 결혼 초 닮은꼴 지수가 더 높았다. 부부가 시간이 갈수록 더 닮게 된다는 말이 틀렸다는 의미다.


아래 그래프는 AI가 평가한 부부의 닮은꼴 지수다. 파란색 막대는 결혼 초 닮은꼴 지수, 초록색 막대는 각각 결혼 20~69년 이후 닮은꼴 지수를 의미한다. 가장 왼쪽 그래프는 전체 평균을 나타내는데, 결혼 초 닮은꼴 지수가 더 높게 나타났다. 결혼 40~49년 차, 60~69년 차 부부를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결혼 초 얼굴이 결혼 수십 년 후 얼굴보다 서로 더 닮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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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평가한 부부의 닮은꼴 지수 비교표. scientific report



아래 그래프는 사람의 주관적 평가 결과다. 결혼 39년 차까지는 점차 닮아가다가, 오히려 결혼 기간이 40년 이상 길어질수록 덜 닮아 보인다는 결과가 나왔다.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성격이나 가치관 등에 의해 자신의 개성이 얼굴에 더 드러나 차이가 더 벌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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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평가한 부부의 닮은꼴 지수 비교표. scientific report


 

그런데 여기서 확실한 사실 한 가지는 애초부터 서로 닮은 사람을 배우자로 택한다는 것이다. 그래프에 표시된 가운데 점선은 가족이 아닌 낯선 사람들 간 닮은꼴 지수 평균을 의미한다. 모든 그래프에서 닮은꼴 지수 막대가 점선보다 높이 솟아있다는 것은 부부끼리 평균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닮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세상의 모든 부부가 얼굴이 닮은 것은 아니다. 심지어 나와 반대의 외모, 성격에 끌리는 경우도 많다. 배우자를 택할 때 나에게 없는 면모를 원하는 일종의 보상 심리가 작용하기도 해서다. 그러나 코신스키 교수는 “때로는 반대에 끌릴 수도 있지만, 예외적 현상일 뿐 규칙이라고 볼 순 없다”고 했다.


● 나와 22% 닮은 사람에게 끌린다


나와 비슷한 상대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을 유사성 효과(similarity effect)로 설명할 수 있다. 상대가 나와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을 때 더 가깝게 느끼게 되고 친밀감을 빨리 형성할 수 있다. 또 나와 닮은 사람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자기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기에 실제보다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편향이 작용하기도 한다.


그러면 많이 닮을수록 더 매력적으로 느끼게 되는 걸까? 오히려 연애나 결혼 상대를 고를 때는 나를 닮더라도 ‘적당히’ 닮은 사람을 선호한다고 한다. 얼마나 적당해야 이성적 매력을 느낄 수 있는걸까.


노르웨이 오슬로대 심리학과 연구진은 사귄 기간이 2년 이상 된 커플 10쌍을 모집해서 서로의 얼굴을 합성해 보는 실험을 했다. 연인 사이인 남녀 각각의 얼굴 사진에서 머리카락, 턱과 귀의 윤곽, 머리 크기 등은 그대로 둔 채 눈코입에만 상대방의 얼굴을 미묘하게 합성시켰다. 예를 들어 남자친구의 얼굴에서 나머지는 그대로 두고 눈코입에만 여자친구의 얼굴을 살짝 합성하는 식이다. 이때 원래 얼굴과 상대 연인의 얼굴이 합성된 수준을 11%, 22%, 33%로 조금씩 높여가며 변화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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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연인 관계다. 왼쪽 위와 아래 사진은 아무런 합성을 하지 않은 원래 얼굴이고, 오른쪽 위와 아래 사진은 눈코입에만 연인의 얼굴 22%를 미묘하게 합성해 놓은 얼굴이다. 사람들은 상대 연인의 얼굴에 본인의 얼굴 22%가 합성된 얼굴을 더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PLOS ONE


 

이와 대조해 보기 위해 이번에는 연인 얼굴에 같은 연령대 표준 남녀 얼굴을 각각 합성한 사진도 따로 만들었다. 예를 들어 여자 친구 눈코입에 해당 연령층 표준 여성 얼굴의 특징을 합성하는 식이다. 이번에도 합성 수준을 11%, 22%, 33%로 다양화했다. 그리고 각자의 파트너에게 조금씩 변형된 얼굴 사진들 가운데 어떤 사진이 가장 매력적인지(섹시한지) 골라보라고 했다.


그 결과 가장 매력적으로 뽑힌 사진 1위는 자신과 22% 닮은 상대방의 얼굴이었다. 그다음은 동성 또래의 표준 얼굴 특징을 각각 33%, 22% 비율로 합성해 놓은 사진이었다. 놀라운 것은 선호도 조사에서 나와 33% 닮은 사진은 꼴찌였다는 것이다. 나와 너무 닮은 얼굴은 오히려 선호하지 않았던 것이다.


연구진은 22%란 수치에 대해 “나와 은근히 닮았지만, 노골적으로 닮진 않아 적당히 매력적인 정도”라고 봤다. 오히려 너무 닮으면 실제로 유전적으로 가까운 사이일 수 있어서 피하게 되고, 그렇다고 너무 안 닮으면 매력을 못 느낀다는 설명이다. 또 연구진은 “연인의 얼굴이 객관적으로 잘 생기고, 예쁜 것보다 자신과 비슷할 때 더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정서는 점차 닮아간다…더 ‘센’ 사람을 기준으로


외모는 애초부터 닮은 사람을 고르는 게 맞지만, 정서적으로는 점차 닮아간다는 말이 맞다. 시간이 갈수록 ‘끼리끼리’ 어울리는 게 맞는 말인 셈이다.


미 노스웨스턴대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평균 22개월 이상 교제한 연인 60쌍을 대상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얼마나 정서적으로 비슷해지는지 알아봤다. 우선 이들을 대상으로 연인 관계의 만족도, 상대적인 권력관계, 성격을 측정했다. 상대적인 권력관계를 묻는 질문에는 ‘내 연인은 내가 나에 대해 생각하고 느끼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내 연인은 내가 참석하는 사교 모임에 영향을 미친다’ 등이 포함됐다.


또 최근 겪은 일 중에 기분이 좋았던 일과 나빴던 일에 대해 어떤 감정적 반응을 보였는지 자세히 말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요즘 걱정거리는 무엇인지, 그때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설명하는 식이다. 그리고 6개월 뒤에 같은 작업을 한 번 더 똑같이 실시했다. 그 사이에 21쌍이 헤어졌고, 1쌍은 중도 하차해 38쌍만 남게 됐다.


이들의 6개월 전후 결과를 비교해 보니 그새 연인 사이 정서적 유사성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좋은 일이나 안 좋은 일을 겪을 때 보이는 감정적인 반응이 더 비슷해졌다는 얘기다. 1차 조사할 무렵에도 이미 22개월 이상 교제한 연인을 대상으로 했기에 이미 정서적으로 꽤 높은 유사성이 발견됐지만, 2차 조사에서는 그 폭이 더 늘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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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중 더 영향력이 크고, 권력이 센 사람을 기준으로 정서가 비슷해져 가는 경향이 있다. 게티이미지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둘 중 기가 더 ‘센’ 사람의 정서에 맞춰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둘 중 권력이 더 낮은 사람은 더 높은 사람에게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며 살피게 되고, 반응을 따라하고, 기분을 맞춰주다가 결국 두 사람이 비슷해지게 됐다.

 

어찌보면 한쪽이 눈치보며 비위를 맞추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정서적 유사성이 높아지면, 결과적으로는 둘 사이의 관계 만족도가 올라가고, 장수 커플이 되는 비결이 된다. 실제로 1차 조사 이후 헤어진 커플들은 2차 조사까지 연인 관계를 유지한 다른 커플들과 비교해 정서적 유사성이 낮았다. 결국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한 커플들은 이미 외모가 어느정도 닮아있을 뿐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점점 더 비슷해 진다. 이 때문에 ‘부부의 외모는 시간이 갈수록 닮아 간다’는 일부의 주장이 30년 이상 정설처럼 여겨진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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