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 글로벌전략 이상연 연구원이 "일본 행동주의 사례연구" In-depth 자료를 발간했습니다.
일본에서 행동주의가 많았다는데…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이 있었고,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많이 궁금하실텐데요.
- 묘조식품(明星食品)
- 닌텐도(Nintendo, 7974 JP)
- 삿포로 홀딩스(サッポロホルディングス, 2501 JP)
- 후지텍(フジテック, 6406 JP)
- 도시바(東芝, 6502 JP)
등의 케이스를 실었습니다. 주가는 어땠는지, 실제 기업들이 어떤 식으로 방어를 했고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너무 재미있어서 저도 단숨에 읽었네요^^
한국도 내년 3월 주주총회가 얼마 안남은 시점이라, 사전적으로 교과서적 역할을 할 스터디 자료가 될 것 같습니다. 일독을 권유드립니다.
-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자산전략팀 이사 박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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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일본과 주주행동주의
분석의 기본 가정
● 일본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공에는 주주행동주의 펀드들의 역할이 있었음
● 근본적인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기업 스스로의 고민과 공감대 형성도 중요
주주행동주의는 건강한 메기가 될 수 있을까?
‘메기 효과’란 정체된 생태계에 강력한 포식자(=메기)가 나타나면 오히려 분위기가 활성화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올 상반기 일본 증시의 강세가 바로 주주행동주의 펀드의 메기 효과 덕분이라는 평이 자자하다. 하지만 이러한 메기 효과에서 중요한 것은 메기와 함께 살아가는 다른 물고기들(=기업)의 변화 의지였다. 기업 스스로 기업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주주행동주의 펀드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했을 경우 주가 상승이 함께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일본도 과거에는 주주행동주의 펀드의 이미지가 그다지 긍정적이지는 못했었다. 그러나, 아베노믹스의 일환으로 주주행동주의 펀드가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미국에 이어서 2번째로 주주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이 활발한 국가가 되었다. 최근에는 주주행동주의 펀드들이 일본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흐름을 함께하며 전반적인 증시 상승에도 기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실제로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펀드들의 일본 주식 매입액이 계속해서 증가한다는 점도 이들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될 것임을 시사한다.
물론 모든 주주행동주의 활동이 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아니나 닌텐도, 삿포로홀딩스와 같이 기업 체질 개선과 주가 상승을 동시에 이뤄낸 케이스에 주목 하고자 한다. 여전히 주가 측면에서는 주주행동주의가 단기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존재하나 기업들이 기업가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긍정적인 트리거가 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1) 일본 기업 경제사: 재벌 해체와 기업집단의 등장
일본의 대기업 형태는 재벌(財閥, 자이바츠)에서 현재의 기업집단(系列, 게이레츠)으로 변화해왔다. 오너 가문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기업단체를 의미하는 재벌의 역사는 메이지 유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본 기업들은 서구 문명을 받아들이며 급속도로 성장했고 특히 은행업, 보험업과 같은 금융업종을 필두로 무역업, 식료품업, 제조업 등 다양한 업종으로 뻗어나가며 외형을 키워나갔다. 지금 우리에게도 익숙한 미쓰비시, 미쓰이, 스미토모가 3대 재벌에 해당된다.
그러나, 세계 2차 대전이 종전되면서 일본 경제의 주축이었던 재벌기업들은 전범 기업으로 분류되며 미국 정부에 의해 해체 수순을 밟게 된다. 이후 기존의 재벌을 대신해 관계사 간의 연대를 지향하며 ‘계열’을 의미하는 게이레츠라는 이름의 기업 집단이 새롭게 등장했다. 동시에 전후 기업 성장을 위해 자본을 대출해준 은행, 보험 등을 중심으로 일본 특유의 상호주(또는 정책보유주) 보유가 하나의 관습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1960-1980년대 동안 일본의 상호보유주식 비중은 계속해서 증가해 폐쇄적인 자본구조 형성에 일조하게 된다. 이러한 상호보유주식은 상대 기업의 경영사항에 사실상 전면적 지지로 이어져 소액주주의 의견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본 거버넌스의 문제점으로 인식되어 왔다.
이러한 흐름이 변하게 된 것은 2000년대 처음으로 일본 내에서 국내외 주주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이 본격화되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상호보유주식에 대해서 강도 높은 비판이 등장했고 기업 거버넌스에 대한 문제의식이 최초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일본 정부와 금융당국은 기업간 상호보유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10년부터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상호보유 주식 규모와 기업현황을 공시하도록 했다. 이후 2023년에는 일본판 밸류업 프로그램과 함께 경영상 또는 업무상 상호보유의 구체적인 목적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는 등 사실상 지분 매각을 압박하기도 했다.
(2) 일본 주주행동주의의 역사: 아베노믹스를 기점으로 부활
사회적 공감을 얻는 데는 실패했던 초창기
올해 상반기 닛케이225가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려온 데에는 주주행동주의가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가 주주행동주의 펀드 활동 장려를 통해 기업 거버넌스와 출자구조 개선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해 외국인들 투자자금이 몰렸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2024년 10월 기준 일본은 미국에 이어서 2번째로 주주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이 활발한 국가이다. 일본 내 주주행동주의 캠페인 사례는 Bloomberg 집계 기준 최근 10년간 2014년 11건에서 2024년 134건으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일본 내에서 주주행동주의가 본격적으로 활발해진 시기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제정된 2014년부터다. 물론 그 이전에도 국내외 펀드들의 적극적인 주주행동주의 활동 사례도 존재하나 대부분 긍정적인 결과를 낳지는 못했다. 미국의 Steel Partners Holdings(이하 Steel Partners)와 Dalton Investment가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된다. 이들의 주주행동주의 활동은 공격적이고 강압적으로 진행됐다는 평을 받아 당시 기업계와 여론의 공감을 사는데 한계가 있었다.
Steel Partners의 경우 2008년 인스턴트 라면 업체 묘조식품(明星食品) 인수합병을 선언했었으나 묘조식품(明星食品)은 백기사로 등장한 닛신식품(日清食品)의 지원으로 위기를 넘겼다. 2009년 2월에는 삿포로홀딩스의 지분 66.6%를 매입하겠다고 제안했으나 삿포로 홀딩스(サッポロホールディングス)의 반발로 무산되었다. 이후에도 여러 기업을 상대로 주식공개매수에 나서거나 배당금 증액을 요구하는 등 주주행동주의 활동을 이어나갔으나 일본 기업의 반감만 사며 긍정적인 결과를 얻는 데는 실패했다.
특히 2001년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하면서 높은 수익률로 유명했던 로컬 펀드인 무라카미 펀드(村上ファンド)가 2008년 내부거래 혐의로 법적 절차를 밟게되면서 일본 내 주주행동주의에 대한 관심은 사그라져가는 것만 같았다.
아베의 세 번째 화살이었던 주주행동주의
아베노믹스에는 기업 거버넌스 개선도 포함되어 있어
이런 주주행동주의가 일본에서 다시 부활하게 된 데에는 아베노믹스의 역할이 컸다. 아베노믹스는 통화정책(양적완화), 재정정책(재정확대), 산업정책(규제개혁과 해외진출)의 일명 3가지 화살을 축으로 아베 신조 총리가 10년간 추진했던 일본경제 재흥 전략이다. 이 중 개별 기업의 경쟁력 제고와 동시에 외국인 투자자 자금 유치를 목적으로 하는 세 번째 화살을 위한 정책적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주주행동주의가 선택되었다.
아베 총리가 주주행동주의를 선택한 이유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업 거버넌스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2014년 2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채택하고 2015년 6월 기업거버넌스 코드를 도입하면서 기업 경영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고려하도록 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도입 첫 해 일본 최대 연금기관인 GPIF를 포함해 약 160 곳의 기관투자자가 참여했고 2024년 6월말 기준 334개의 기관이 도입하고 있다. 또한, 2019년에는 회사법 개정으로 상장기업들이 사외이사를 의무적으로 선임하게 됐다.
이렇게 정부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게 된 주주행동주의 펀드들은 과거와 다른 전략을 취하게 된다. 이전에는 일부 지분을 확보한 뒤 일방적으로 기업에게 파격적인 주주제안을 했다면 아베노믹스 이후에는 기업에 우호적인 주주행동주의를 펼치게 된다. 예를 들어 주주제안을 통해 도쿄거래소의 개혁안에 동참하길 요구하거나 정부 정책 설정에 자문하는 식이다. 실제로 Oasis Management는 경제산업성 등 정부기관을 상대로 자문을 할 뿐만 아니라 회사임원육성기, 일본 스튜어드십 이니셔티브, 환경성 ESG 논의 플랫폼 등에 참여하며 거버넌스 개혁에 일조하고 있다. 과거 부정적인 이미지로만 비추어졌던 주주행동주의 펀드들이 실제로 기업가치 개선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적대적인 이미지를 탈피하려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도쿄거래소를 중심으로 진행된 일본판 밸류업 프로그램은 기업의 자율성을 표방해 강제/의무조항보다는 가이드라인에 가깝다는 점에서 국내와 유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주행동주의 펀드들이 PBR이 1배 이하인 상장사들의 배당확대 및 자사주 매입/소각 흐름에 동참하며 적극적으로 관련 주주제안을 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일본 증시의 배당성향은 2021년부터 증가세를 보여 2023년에는 닛케이225 기준 50.6%, 토픽스 기준 35.8%를 기록하였다. 또한, 전체 증시의 ROE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올해 도쿄거래소의 목표치인 8%를 달성한 상황이다(닛케이225 8.6%, 토픽스 8.8%). PBR의 경우에도 올해 기준 닛케이225는 1.99배, 토픽스는 1.34배를 기록하고 있어 일본판 밸류업 프로그램이 단순히 기업들의 회신에서만 끝나지 않고 실제 행동까지 이어졌음을 짐작하게 한다.
주주행동주의 테마의 펀드 상품
일본에서는 주주행동주의 펀드들이 개별적인 캠페인만 벌이는 것이 아니라 관련 컨셉의 펀드 상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HC Asset Management의 일본 액티브 펀드 유니버스 분류에 따르면 주 투자 종목의 특징에 따라 Core(핵심), Growth(성장), Value(가치), Engagement(인게이지먼트)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가치형과 인게이지먼트형 펀드가 일본판 밸류업 프로그램과 흐름을 함께한 카테고리에 해당한다. 특히, 인게이지먼트형 펀드의 경우 단기적인 주주제안을 넘어서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한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아쉽게도 시장수익률이 확인되는 일본의 인게이지먼트형 펀드에 한해서는 시장지수(닛케이225, 토픽스)를 상회하는 결과를 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역으로 펀드 수익률 곡선이 대표 지수와 흐름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해당 펀드 운용사들이 전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실제로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펀드들의 일본 주식 매입액이 계속해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이들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될 것임을 시사한다.
II. Case Study 주주행동주의의 명과 암
닌텐도(Nintendo, 7974 JP): 포켓몬 고의 탄생(2016)
닌텐도 사업 철학을 바꾼 주주행동주의 펀드
당연히 일본에서 진행된 모든 주주행동주의 활동이 긍정적인 결과를 낳은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단기차익이 아닌 본질적인 기업 펀더멘탈의 변화를 이끌어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닌텐도의 포켓몬 고 출시이다.
2000년대 초중반 닌텐도는 닌텐도 DS, 닌텐도 Wii와 같이 가정용 게임기기와 콘텐츠 판매를 주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가정용 게임기기 업계의 경쟁도는 심화되었고 스마트폰이 출시되면서 글로벌 게임 산업의 트렌드도 자연스럽게 모바일 중심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결국 닌텐도는 기존 시장의 경쟁 포화와 신사업 미진출로 인해 성과 부진을 면치못하고 2012-2014년 3년간 연속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이때 홍콩계 주주행동주의 펀드인 Oasis Management(이하 Oasis)가 닌텐도의 소수지분을 확보하며 닌텐도의 경영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Oasis는 2013년 지분 매입을 시작으로 3차례의 공개서한을 보내는 등 공격적인 활동을 펼쳤다. 특히 이 과정에서 모바일 게임의 시장의 성장성이 기존 닌텐도의 주력시장보다 크다는 점과 모바일 게임 시장에 진출할 경우 주가 상승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당시 닌텐도의 1대, 2대 주주가 State Street Bank, JP Morgan Chase Bank로 모두 미국계 기관 투자자였다는 점도 Oasis에게는 우호적인 환경이었다.
결국 Oasis의 지속적인 요구에 닌텐도는 모바일 게임 시장 진출의 필요성을 인정하게 되었다. 이후 AR 기반 모바일 게임인 포켓몬-고 개발에 착수하게 되었고 2016년 7월 출시까지 이어졌다. 부진했던 닌텐도 주가는 포켓몬-고 출시를 기점 으로 상승 반전하였고 이후에도 추세적인 상승궤도에 오르며 2008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점을 경신하기도 했다.
삿포로 홀딩스(サッポロホルディングス, 2501 JP):
부동산 매각을 통한 사업구조 재편(2023)
주주행동주의 펀드의 요구에 사업부 구조 개편을 단행한 삿포로 홀딩스
싱가폴계 주주행동주의 펀드인 3D Investment Partners(이하 3D)는 2023년 삿포로 홀딩스에 근본적인 경영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삿포로 홀딩스가 부동산 사업의 이익을 숨기기 위해 주요 사업인 주류 및 식음료 부문의 저수익성을 방치했다고 비판한 것이다. 이후 2023년 12월 말 기준 삿포로홀딩스의 지분 16.2%를 확보하는데 성공하며 최대주주의 자리에 올랐고 압박을 지속적으로 이어 나갔다.
결국 삿포로 홀딩스는 2024년 2월 3D의 요구를 수용해 보유 부동산 매각을 검토 중임을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외부자본을 도입해 도쿄의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및 긴자 등에 보유한 부동산 매각안을 발표했고, 이렇게 얻은 자본 차익은 맥주사업의 M&A 등을 통한 기업 성장에 활용될 예정이다. 또한, 향후 ROE를 중장기적으로 10%이상으로 상향한다는 목표도 밝혔다.
또한, 3D는 후지 소프트, 세이부 홀딩스를 상대로 주주행동주의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어 삿포로 홀딩스 외에도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존재한다.
후지텍(フジテック, 6406 JP):
오너 중심 지배구조에서 기관투자자 중심 지배구조로(2023)
1948년 설립된 후지텍은 엘리베이터 및 에스컬레이터를 제조하는 기업이다. 2023년 2월 Oasis Management(이하 Oasis)는 후지텍 창업자(우치야마 다카카즈 사장)와 가족들이 기업 지배력을 남용했다고 비난하며 사외이사 전원을 교체하기 위한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요구했다. 당시 Oasis는 후지텍 지분의 16.5%를 보유하고 있었다.
후지텍을 상대로 한 Oasis의 주주행동주의 활동은 우치야마 사장 일가의 개인 회사들과 후지텍의 특수 관계자 거래가 의심스럽다는 보고서를 공개하고 사장 연임안에 반대표를 던지도록 요청한 것에서 출발한다. 당시 ISS 등 국제 의결권 자문사들도 잇따라 Oasis의 편을 들며 우치야마의 연임을 반대했다. 심지어 일부 일본 로컬 자산운용사들도 후지텍의 특수관계자 거래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에 동의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Oasis은 임시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4명을 교체하는 데 성공하며 이사회를 장악하게 된다. 오아시스의 주주제안으로 우미노 가오루 변호사가 의장에 선임되면서 회사의 경영구조가 크게 바뀌었다. 우미노 의장이 취임 후 내건 첫 과제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검토하는 일이었다. 그는 외부 고문을 영입해 기업 전반의 구조를 분석한 뒤 경영진 교체에 나섰다.
이후 2023년 6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후지텍은 우치야마 사장의 연임안을 고수하려했으나 결국 정기 주주총회를 한 시간 앞두고 해당 제안을 철회하게 된다. 그렇게 이사회와 Oasis는 경영진 교체에 성공했고 이 과정에서 주가도 계속해서 우상향을 그리며 소액주주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오너 일가 중심에서 기관 투자자중심으로 지분구조가 변화하며 미국 기업형 거버넌스와 유사한 형태를 띄게 되었다. 이에 최근에는 특정 사모펀드가 지분 인수에 관심이 있다는 뉴스가 보도되며 주가가 크게 움직이기도 했다
도시바(東芝, 6502 JP): 도시바는 어떤 선택을 했어야 할까? (2023)
주주행동주의 펀드의자금 수혈로 살아난듯 했던 도시바,과연 옳은 선택이었을까
지난 2023년 말, 일본의 대표적인 기업인 도시바가 74년만에 상장폐지 되었다. 도시바는 세계 최초로 낸드플래시와 휴대용 컴퓨터를 개발하고 일본 최초로 전기 냉장고, 세탁기를 출시한 기업이다. 그러나, 2015년 불거진 부정회계와 2017년 원자력 발전 자회사(웨스팅하우스) 거액손실로 인해 경영 상황이 악화되었고 결국 상장폐지의 수순을 밟게 되었다.
하지만 앞서 기술한 원인 이외에도 주주행동주의 펀드들이 도시바의 회복을 가로막았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최초의 도시바의 상장폐지 위기는 원자력 발전 자회사로 인한 손실액이 약 10조원에 달했던 2017년이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도시바는 핵심 사업부인 메모리 반도체 부문 지분 50%를 한미일 컨소시엄에 매각하고 6,000억엔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유상증자의 대상이 Effissimo Capital Management, 3D Investment, Farallon Capital과 같은 주주행동주의 펀드였다는 것이다.
도시바는 경영 위기에서 벗어난 듯 보였으나 주주총회에서 계속해서 최대주주들과 갈등을 빚으며 경영의사결정이 늦어지는 일이 잦아졌다. 이 과정에서 거버넌스 강화위원회가 출범되는 등 내부 투명성이 높아지기도 했으나 동시에 주주행동주의 펀드의 개입이 경영 환경을 악화시켰다는 평도 존재한다. 경영 체질 개선보다는 무리한 주주환원 확대 요구를 들어주느라 단기적인 의사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도시바는 2018년 6월 7,000억엔, 2021년 주주총회에서 1,500억엔의 주주환원계획을 발표했다. 2017년 증자로 수혈한 금액(6,000억엔)보다 주주환원 자금이 더 많은 역설적인 상황이었다.
2022년 3월 회사측에서 마련한 기업 분할안이 주주행동주의 펀드들의 반대로 주주총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비판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당초 2021년 11월에 도시바 측은 복합기업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3사 분할계획을 발표했으나 다음해 1월 최대주주들이 반대의사를 표명해 분할계획을 2사 분할안으로 수정하기도 했다. 그런데 수정과정에서 우호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당초 2년간 1,000억엔이었던 주주 환원 규모를 3,000억엔으로 3배 늘리면서 주객전도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도시바는 주주행동주의 펀드들의 자금을 수혈받은지 6년 만에 JIP 컨소시엄에 인수되며 상장폐지를 피하지 못했다. 갈등을 빚는 동안 주가 흐름이 부정적인 것은 아니었으나 상장폐지를 피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최대주주들의 목소리가 진정으로 기업을 위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도시바를 인수한 JIP 컨소시엄이 기업가치를 높이고 5년 뒤에 재상장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