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이어 어플라이드도 中 매출 ‘뚝’
내년 실적 전망치도 급감 예상
트럼프 집권 전부터 美 정치권서 압력
내년 중국 반도체 장비 시장 한파 예고
중국 베이징에 있는 SMIC 공장에서 한 엔지니어가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신화연합뉴스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업체 중 하나로 꼽히는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가 중국 매출 급감으로 시장 예상치를 한참 밑도는 실적 전망치를 내놓았다. 앞서 ASML도 실적 쇼크를 기록했으며 도쿄일렉트론 역시 중국 시장 비중이 급격히 줄면서 실적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우려해 반도체 장비를 다급하게 사들이던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올 하반기 들어 주문량을 조절하기 시작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의 우려는 현실이 됐고, 트럼프 행정부는 더욱 강력한 제재에 나서 중국 반도체 장비 시장에 한파가 불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14일(현지시각)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는 2024 회계연도 4분기 매출이 70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LSEG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69억5000만달러를 소폭 웃도는 수치다. 하지만 어플라이드는 내년 1분기 매출 전망치로 71억5000만달러(±4억 달러)를 제시했다. 앞서 전문가들이 제시한 72억2000만달러에 못 미치는 수치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첨단 칩 및 장비 관련 수출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가이던스가 전망치를 밑돌자 수요 감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이날 정규장에서 1.76% 오른 186달러로 거래를 마친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의 주가는 실적 공개 후 시간 외 거래에서 6% 가까이 급락했다.
ASML 역시 지난달 발표한 실적에서 올 3분기 주문량이 26억유로(3조8349억원)로 블룸버그가 집계한 분석가들의 추정치 53억9000만유로(7조95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설상가상으로 2025년 순매출에 대한 회사 측의 전망치도 300억~350억유로에 그쳤다. 이는 분석가들의 컨센서스인 358억유로와 괴리를 보인다. 저조한 가이던스를 내놓은 ASML의 주가는 유럽 증시에서 15%까지 폭락한 후 잠시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로저 다센 ASML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미국의 장비 수출
제한 조치가 ASML의 부진한 실적 요인 중 하나이며 내년 중국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그는 중국 매출 급감 이유를 묻는 질문에 “우리는 수출 통제에 대한 추측이 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중국 매출에 대해 보다 신중한 전망을 가져야 하는 이유”라고 답변했다.
문제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향후 전망이 더욱 어두워졌다는 것이다. 작년의 경우 ASML 매출의 29%가 중국에서 나왔다.올해는 1~3분기 중국 매출 비중이 47~49%까지 올랐는데, 이는 중국에 수출된 심자외선(DUV) 장비의 유지보수가 막힐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중국 업체들이 주문을 늘렸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 중국 매출 비중은 20%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ASML은 예상했다.
세계 4위 반도체 장비 기업인 도쿄일렉트론 역시 중국 시장 매출 비중이 큰 폭으로 줄었다. 올 3분기 도쿄일렉트론의 중국 매출 비중은 41%였는데, 향후 30%대 초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올 3분기 중국 시장 매출액도 2339억엔(약 2조1000억원)으로 직전 분기(2770억엔) 대비 15%가량 줄었다. 가와모토 히로시 도쿄일렉트론 수석 부사장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수출 규제 강화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리스크를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가 예상보다 빠르고 강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최근 ASML,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도쿄일렉트론 등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체들의 중국 사업과 관련한 정보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며 “중국은 미국, 한국, 대만을 합친 것보다 많은 반도체 장비를 구매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대중 제재 효과를 떨어뜨려 이웃 국가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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