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첫날 멕시코·캐나다에 25% 관세”
수입하는 美기업, 관세를 소비자에게 전가할 경우
“美 소비자 한 명당 연간 335만원 비용 부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당일인 내년 1월 20일에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중국에는 10%의 추가 관세를 붙이겠다고 25일(현지 시각) 밝혔다. 마약 유입 및 불법 이민 문제 대응을 명분으로 내세워 무역 적자국을 대상으로 한 ‘관세 폭탄’을 예고한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발 관세 폭탄은 미국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하는 것은 물론 미국 자동차 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관세는 트럼프 경제 정책의 핵심이다. 트럼프는 관세를 통해 미국 경제 성장, 일자리 보호, 세수 증대를 이룰 것이라고 공약했다. 하지만 관세가 작동되는 방식을 보면 트럼프의 공약이 현실이 되기 힘들 수 있다. 관세는 물건이 국내에 들어올 때 부과하는 세금으로 수입품의 가치에 비례해 부과한다. 예를 들어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 가격이 5만 달러이고, 25%의 관세가 부과하면 관세만 1만2500달러(약 1747만 원)에 달한다. 해당 관세는 물품을 수입하는 국내 회사가 지불한다. 물품을 수출하는 외국 회사가 지불하는 것이 아니다. 즉 미국 기업이 미국 정부에 내는 세금이 관세다. 2023년에 미국은 약 3조1000억 달러(약 4331조6300억 원) 규모의 상품을 수입했다.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11%에 해당한다. 그리고 수입품에 부과된 관세로 2023년에 800억 달러(약 111조7840억 원)의 수입이 발생했다. 이는 미국 전체 세수의 약 2%다.
만약 미국에서 수입품을 판매하는 기업이 관세로 늘어난 비용을 미국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에게 소매 가격을 높이는 방식으로 전가하면, 결국 미국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이 커진다. 이에 대해 ING는 트럼프가 멕시코, 캐나다, 중국에 대한 관세 계획을 밝힌 지 몇 시간 후에 “트럼프의 계획이 실행된다면 미국 소비자 한 명당 연간 최대 2400달러(약 335만 원)의 비용 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제임스 나이틀리 ING 분석가는 “소비자 비용과 인플레이션의 잠재적 증가는 광범위한 경제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특히 소비자 지출이 모든 활동의 70%를 차지하는 경제에서 더욱 그렇다”고 설명했다.
물론 미국에서 수입품을 파는 기업이 관세로 늘어난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고 스스로 흡수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외국 수출업체가 미국 고객과의 거래를 유지하기 위해 늘어난 관세만큼 도매가격을 낮춰야 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영국 BBC는 “트럼프 1기 시절인 2017~2020년에 부과한 새로운 관세가 미친 영향에 대한 연구를 보면 대부분의 경제적 부담은 궁극적으로 미국 소비자가 부담했다”고 지적했다. 시카고대학이 2024년 9월에 경제학자 그룹을 대상으로 ‘관세를 부과하면 관세의 상당 부분이 관세를 시행한 국가의 소비자가 가격 인상을 통해 부담하게 된다’는 이론에 대한 의견을 묻는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2%만이 해당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실제로 트럼프가 2018년에 미국이 수입하는 세탁기에 50%의 관세를 부과한 이후 세탁기 가격은 약 12% 급등해 대당 86달러(약 9만 원)를 더 지불해야 했다. 결국 미국 소비자들은 세탁기 비용으로만 연간 15억 달러(약 2조 959억5000만 원)를 더 지불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페드로의 로스앤젤레스 항구에 있는 화물 운송 컨테이너. / AFP 연합뉴스
◇ 멕시코·캐나다 진출한 美 자동차 업계도 타격 영향권
트럼프가 멕시코와 캐나다를 겨냥해 내놓은 관세 인상안은 두 나라에 진출한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와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 등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두 나라는 미국과 지난 1992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했고, 이후 무관세로 교역 중이다. 이에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가 인건비 등 생산비용이 저렴한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완성차와 부품을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해 왔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위치한 자동차 공장이 미국에서 자동차 부품을 구매해 조립한 뒤 다시 미국으로 재수출하는 경우도 많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수십 년 간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 미국 자동차 제조사도 생산 비용 절감을 위해 멕시코와 캐나다에 거점을 마련했다. WSJ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약 16%는 멕시코에서, 약 7%는 캐나다에서 생산됐다. 이 외에도 BMW, 혼다, 기아차, 마즈다, 닛산, 스텔란티스, 도요타, 폭스바겐 등이 멕시코에서 만든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한다.
뉴욕타임스(NYT)는 “미시간, 오하이오, 일리노이, 텍사스의 자동차 조립공장 중 25% 관세에 즉시 영향을 받지 않는 곳은 단 하나도 없을 것”이라며 “자동차 산업 일자리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하며 미시간에서 승리한 트럼프가 관세 정책을 밀어붙인다면, 모든 자동차가 상당히 더 비싸지고 자동차 가격 상승으로 오히려 자동차 기업 매출이 감소하고 해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