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목표 위기: 빅테크, 에너지 수요 충족을 위해 화석연료로 눈길 돌려
미국 가스 발전소는 지난해 이산화탄소를 10억 톤 이상 배출했으며, 이는 전년도보다 약 4%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에너지 연구기관 엠버(Ember)의 데이터가 밝혔다.
뉴욕발: 아만다 추(Amanda Chu), 제이미 스미스(Jamie Smyth)
인공지능(AI) 혁명이 가져온 막대한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빅테크 기업들이 화석연료로 눈을 돌리면서 미국은 천연가스 발전소 건설 붐의 문턱에 서 있다. 이로 인해 미국의 기후 목표가 위기에 처할 전망이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 엔베루스(Enverus)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미국에서 최대 80개의 신규 가스 발전소가 건설될 예정이며, 이로 인해 46GW(기가와트)의 발전 용량이 추가된다. 이는 노르웨이 전력 시스템의 전체 용량에 해당하며, 지난 5년간 추가된 용량보다 약 20% 많은 수준이다.
이 같은 발전 용량 증가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동안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트럼프는 화석연료를 미국 경제의 중심에 두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이는 향후 5년간 천연가스 용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기존의 예측을 뒤집는 결과를 시사한다.
엔베루스의 연구 분석가 코리안나 마(Corianna Mah)는 “천연가스는 현재, 그리고 중기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확대는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 목표를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행정부는 2005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을 2030년까지 50-52% 감축하고, 2035년까지 전력망을 100% 탄소 오염 없이 운영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환경 비영리단체인 클린 에어 태스크 포스(Clean Air Task Force)의 전무 이사 아르몬드 코헨(Armond Cohen)은 “탈탄소화된 에너지 시스템에서 천연가스가 역할을 하려면, 그 배출량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천연가스 용량 추가 연도별 비교 그래프: 2020년대 후반 미국 천연가스 발전 성장세 전망
미국의 가스 발전소는 지난해 이산화탄소를 10억 톤 이상 배출했으며, 이는 전년도보다 약 4%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의 데이터가 밝혔다.
엔베루스(Enverus)가 추적한 계획 중인 가스 발전소 중 어느 곳도 탄소 포집 시스템을 갖추지 않을 예정이며,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2032년부터 모든 신규 시설에 이러한 기술을 도입하도록 요구한 것과 대조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규정을 폐지하거나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드 맥킨지(Wood Mackenzie)와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S&P Global Market Intelligence)에 따르면, 미국의 전체 발전 용량 증가는 이전 5년간의 증가량에 비해 향후 5년간 각각 35%와 66% 더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된다.
가스 발전소 건설 붐은 미국이 중국과의 인공지능 개발 경쟁에서 앞서가고, 지난 수십 년간 아시아에게 빼앗겼던 제조업을 되찾으려는 시도 속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단 없이 작동할 수 있는 저렴한 전기에 대한 수요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급증했다.
미국은 이미 막대한 셰일 가스 매장량 덕분에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유럽 에너지 위기 동안에도 국내 가스 가격을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하는 데 기여했으며, 해상 가스 수출의 붐을 뒷받침했다.
2025-2030년 가스 발전 성장 전망: 조사 연도별 (GW)
미국의 가스 발전은 2020년대 후반까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2024년 초 이후 전망이 변화한 것을 보여주는 막대 차트.
미국 전역에서 청정에너지 공급도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의 막대한 보조금 덕분에 증가하고 있지만, 개발자들은 간헐적인 재생에너지가 새로 추가된 배터리와 함께하더라도 거대 기업들의 요구를 충족하기에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남부의 대형 전력회사인 엔터지(Entergy)의 전력 개발 부사장 맷 벌핏(Matt Bulpitt)은 “전통적인 재생에너지로는 이러한 부하를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매우 제한적입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12월, 엔터지는 32억 달러 규모의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메타(Meta)의 100억 달러 규모 인공지능 데이터 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총 2.3GW에 달하는 세 개의 가스 발전소를 건설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이 데이터 센터는 메타의 최대 규모 시설로, 센터가 가동되면 메타는 엔터지의 “단일 최대 고객”이 될 것이라고 이 회사는 파이낸셜 타임즈에 밝혔다.
AI 데이터 센터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
업계에서 “부하(load)”라고 불리는 미국의 전력 소비는 이미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지만, 2029년까지 추가로 1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싱크탱크 그리드 스트래티지(Grid Strategies)는 밝혔다.
미국 에너지부는 인공지능(AI)을 위한 데이터 센터의 전력 수요가 향후 3년 내에 세 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가스 발전 증가에 대한 전망은 이전 예측을 뒤집고 있다. 2023년 12월까지만 해도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은 2025년에서 2030년 사이 가스 발전 용량이 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블룸버그NEF가 파이낸셜 타임즈와 공유한 EIA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러한 전망은 바뀌었다.
연도별 누적 가스 발전소 퇴출 전망 (GW): 노후 가스 발전소의 퇴출 일정이 연기되고 있는 추세를 보여주는 선형 차트
기타 기업들도 이제 미국의 가스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18개월 전에 이 상황을 예측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겁니다,”라고 빌 뉴섬(Bill Newsom), 세계 최대 가스 터빈 제조업체 중 하나인 미쓰비시 파워 아메리카(Mitsubishi Power Americas)의 최고경영자가 말했다. 그는 향후 3년 내에 제조 역량을 최대 50%까지 확장하기 위해 “수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즈에 밝혔다.
지난해 동안 Siemens Energy와 GE Vernova를 포함한 유틸리티 및 터빈 제조업체의 주가는 급격히 상승했다.
엑손모빌(ExxonMobil)과 셰브론(Chevron) 등 대형 석유 생산업체들도 이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이들은 전력망을 우회해 AI 데이터 센터에 직접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소를 설계하고 있다.
노후 가스 발전소 유지 및 인수합병을 통한 확장
일부 생산업체들은 노후 가스 발전소를 계속 유지하는 한편, 다른 기업들은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를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우드 맥킨지(Wood Mackenzie)는 2035년까지의 미국 가스 발전소 퇴출 예상치를 10% 하향 조정했다.
2025-2030년 주별 계획된 가스 발전 용량 추가 (GW): 텍사스가 신규 가스 발전 용량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막대 차트
지난 금요일, 미국 최대 전력 공급업체 중 하나인 컨스텔레이션 에너지(Constellation Energy)는 가스 분야 최대 독립 전력 생산업체인 캘파인(Calpine)을 약 270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력 부문에서 가장 큰 규모의 거래 중 하나로 평가된다.
S&P에 따르면 텍사스, 테네시, 사우스캐롤라이나가 신규 가스 용량 확장을 주도하고 있다. 석탄에서 가스로의 전환 또한 이러한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사모펀드 회사인 포트리스 인베스트먼트 그룹(Fortress Investment Group)의 전무 이사 밥 워든(Bob Warden)은 “전 세계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재생에너지가 다른 에너지원을 따라잡기를 원합니다. 우리는 가능한 한 가장 깨끗한 에너지를 선호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를 더 널리 보급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이번 주 초 850MW(메가와트)의 이동식 가스 터빈을 인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