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뇌 이상의 존재라는 증거가 나타나면서 패러다임의 전환이 다가오고 있다.
작성자: 찰스 머리 (Charles Murray)
작성일: 2025년 10월 16일 오후 12시 14분 (미 동부시간)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아이스톡포토
대학 시절 저는 종교를 불신하도록 교육받았습니다. 이는 당시 학계의 시대정신(zeitgeist)과도 같았습니다. 지적인 사람이라면 더는 그런 것을 믿지 않는다는 분위기였죠. 저는 계몽주의의 자녀이자 물질주의자가 되어, 그 외의 다른 대안들은 모두 미신에 불과하다고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생각에서 점차 물러서기 시작했습니다. 2003년 저서 '인간의 성취'를 집필하면서, 서양의 예술, 문학, 음악, 그리고 놀랍게도 과학에서 초월적 믿음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깨닫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불가지론자였던 아내가 기독교로 귀의하는 영적 변화 과정을 지켜보며, 그녀가 제가 갖지 못한 통찰력을 얻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저는 C.S. 루이스의 책을 읽으며 스스로 답할 수 없는 질문들과 마주했고, 신약성서 연구를 면밀히 검토하면서 성서를 반박하는 증거보다 지지하는 증거에 더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또한, 저는 우주의 본질과 인간 의식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물질주의의 핵심 원칙 중 하나는 의식이 오직 뇌 안에만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와 상반되는 주장을 레이먼드 무디의 1975년 저서 '삶 이후의 삶(Life After Life)'에서 시작된 광범위한 임사체험(near-death experiences) 관련 문헌에서 처음 접했습니다. 현재 이와 관련된 증거는 수십 권의 책, 수백 편의 전문 논문, 그리고 수천 건의 사례로 축적되었습니다. 저는 이언 스티븐슨이 여러 국가에 걸쳐 진행한, 어린 시절의 전생 기억에 대한 연구를 읽었습니다. 그는 3,000건이 넘는 사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으며, 버지니아 대학의 지각 연구부(Division of Perceptual Studies)에서는 더 많은 사례가 축적되고 있습니다.
임사체험과 전생에 대한 어린 시절의 기억, 이 두 가지 증거는 출처의 신뢰성과 검증된 사실 측면에서 설득력이 있지만, 대부분은 결정적이라기보다는 강력하게 가능성을 시사하는 수준입니다. 이는 칼 세이건이 대중화시킨 "비범한 주장에는 비범한 증거가 필요하다"는 기준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이로 인해 저는 의식이 뇌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 외에는 모든 다른 설명을 배제할 수 있는 사례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특정 임사체험 사례들이 그 수준에 근접하지만, 가장 강력하고 외면하기 어려운 증거는 '임종 전 명료성(terminal lucidity)'이라 불리는 현상에서 나옵니다. 이는 주로 말기 치매나 수막염, 뇌종양, 뇌졸중, 만성 정신 질환 등으로 뇌가 더는 기능하지 않는 사람이 갑자기 일시적으로 자기 인식을 되찾고, 기억해내며, 명료하게 소통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임종 전 명료성은 짧게는 몇 분에서 길게는 몇 시간까지 지속될 수 있습니다. 가장 극적인 사례로는, 수년간 배우자나 자녀조차 알아보지 못하고 의사소통이 불가능했던 사람이 갑자기 정신이 또렷해져 과거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며 추억을 이야기하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경우입니다. 이러한 현상 이후에는 거의 예외 없이 완전한 정신 상태 악화가 뒤따르며 하루나 이틀 내에 사망에 이릅니다.
이 현상은 2009년까지 공식적인 명칭이 없었지만, 관련 사례 연구는 19세기의 상세한 임상 기록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20세기 동안 호스피스, 완화 의료 센터, 치매 환자를 위한 장기 요양 병동에서도 이 상태는 계속 관찰되었지만, 보통 기록할 가치가 없는 기이한 일화로 취급되었습니다. 소셜 미디어의 등장과 함께 관련 보고들이 쌓이기 시작했고, 현재 우리는 점점 늘어나는 전문 문헌과 오스트리아 심리학자 알렉산더 바티아니가 수집한 대규모의 체계적인 표본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가장 잘 기록된 사례들의 두 가지 특징은 세이건의 기준을 충족시킵니다. 첫째, 대상자들은 의학적으로 검증된 질환으로 인해 뇌가 조직적인 정신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는 점, 둘째, 의료진을 포함한 여러 관찰자가 그 명료한 상태를 기록했다는 점입니다.
엄격한 물질주의적 설명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뇌의 능력을 가정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뇌는 수년간 연구되어 왔고 각 영역의 기능에 대해 많은 것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기능을 발견하는 것은 마치 심장이 멈췄을 때 혈액이 순환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과 유사할 것입니다.
저는 현재 의식에 대한 엄격한 물질주의적 관점이, 1887년 마이컬슨-몰리 실험으로 빛의 속도가 뉴턴의 법칙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되었을 당시의 뉴턴 물리학과 비슷한 곤경에 처해 있다고 봅니다. 이 변칙적인 현상을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이 설명하기까지는 18년이 걸렸습니다.
우리는 물질주의적 입장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변칙 사례들을 발견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과학은 기존의 신경과학이 평범한 상황에서의 의식에 대해 많은 것을 설명하지만, 죽음이 임박한 극단적인 조건 하에서는 다른 무언가가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이는 중대한 함의를 가집니다. 천체물리학자 로버트 제스트로는 창조를 설명하려는 과학자에게 빅뱅 이론의 검증은 "악몽처럼 끝난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마지막 바위를 힘겹게 기어오른 순간, 수 세기 동안 그곳에 앉아 있던 신학자들의 무리가 그를 맞이한다." 의식을 설명하려 했던 신경과학자들 역시 자신들만의 악몽, 즉 인간 영혼의 증거를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필자 찰스 머리는 미국 기업 연구소(American Enterprise Institute)의 학자이며, 최근 저서로 '종교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Taking Religion Seriously)'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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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저널) 과학은 인간의 영혼을 설명할 수 있을까? - 칼럼 요약
1. 서론: 필자의 관점 변화
• 필자 찰스 머리는 본래 '의식은 뇌의 산물'이라고 믿는 확고한 물질주의자였으나, 여러 경험을 통해 관점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 계기:
• 서양 문명에서 '초월적 믿음'이 차지한 중요한 역할을 학문적으로 인지하게 됨.
• 아내의 신앙을 통해 얻는 통찰력을 목격함.
• C.S. 루이스의 저작과 신약성서 연구를 통해 물질주의적 세계관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됨.
• 우주와 인간 의식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기존의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것을 발견함.
2. 핵심 논증: 의식은 뇌를 넘어선 현상인가?
• 물질주의는 '의식이 오직 뇌에만 존재한다'고 주장하지만, 필자는 이에 반하는 증거들을 제시합니다.
• 1차 증거 (암시적 증거):
• 임사체험 (Near-Death Experiences): 수많은 책, 논문, 사례를 통해 보고된 현상.
• 전생 기억 (Past-Life Memories): 버지니아 대학에서 3,000건 이상의 사례가 데이터베이스로 구축됨.
• 한계: 이 증거들은 설득력이 있지만, "비범한 주장에는 비범한 증거가 필요하다"는 칼 세이건의 기준을 충족시키기에는 결정적이지 않음.
• 2차 증거 (결정적 증거): '임종 전 명료성 (Terminal Lucidity)'
• 정의: 말기 치매 등으로 뇌 기능이 완전히 정지된 환자가 죽음을 앞두고 갑자기 명료한 의식과 기억, 소통 능력을 일시적으로 회복하는 현상.
• 왜 결정적인가?:
① 의학적 불가능성: 의학적으로 뇌가 체계적인 정신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태임이 검증된 환자에게서 나타남.
② 객관적 관찰: 의료진을 포함한 다수의 관찰자에 의해 기록됨.
• 반론의 어려움: 물질주의적 관점에서 이를 설명하려면, 심장이 멈춰도 혈액이 순환하는 것과 같은, 현재로서는 알려지지 않은 뇌의 새로운 기능을 가정해야만 함.
3. 결론: 과학의 패러다임 전환과 '영혼'의 문제
• 필자는 '임종 전 명료성'과 같은 현상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촉발시킨 '마이컬슨-몰리 실험'과 같은 '변칙 사례(anomaly)'로 규정합니다.
• 이러한 변칙 사례들은 기존의 물질주의적 의식관에 대한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 과학은 이제 의식이 뇌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가능성, 특히 죽음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다른 무언가가 작용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 이는 마치 빅뱅 이론을 통해 우주의 시작을 마주한 천체물리학자들처럼, 신경과학자들이 이제껏 신학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인간의 영혼'에 대한 증거를 과학적으로 마주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음을 시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