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에 회색 배가 2함대 전시중이 357호정 왼쪽에 도로옆에 희끗희끗한게 기념비입니다. 출처는 구글어스.
2001년 5월. 해상병459기로 해군에 입대. 직별은 전산병. 키보드 워리어.
2001년 8월 평택2함대 제2전투전단 군수정비/계획과로 배치.
2002년 6월 29일 토요일. 상병 나부랭이에 끗발없는 저는 그날 당직이었습니다. 아오 토요일당직. 아오. ㅅㅂㅅㅂㅅㅂ
446기였나 445기였나 누군 전역휴가에 외박에 신나게 나가는데 이보시오 내가 당직이라니. 진정하세요 여긴 군댑니다.
그날 당직사관이.....23전대였나 25전대 통신관이었는데(아마도).....
오전에 전화 한통 받으시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나가셨는데 다음날 당직 끝날때까지 못봤습니다.
점심시간 밥먹으로 나가는데 복도에서 수근수근하더라구요. 사람이 몇명죽었니 어쨌니. 뭔소린가했습니다.
밥먹고나서 나중에서야 들었습니다. 끌고오다가 가라앉았다고.
휴가/외박/외출나갔던 선임들은 오후에 모두 복귀했습니다. 평택역에서 뉴스보고 자진복귀했다고 들었는데 사실 자진해서 오지 않았으면 집으로 전화가 갔을 그런 상황이었지만 어쨰뜬 자진복귀입니다.
그날 이후 점심시간에 함대에 울려퍼지던 행진곡풍의 군가는 멸공의 횃불같은 군가로 대체되었습니다.
2함대 정신전력관에 분향소가 맹글어졌고 이후 함대로 복귀하는 함정 대원들은 모두 그곳에 들렀다 갔습니다.
여전히 끗발이 없어서 안장식 근무 인원으로 차출되지는 못했습니다. 돌아온 선임에게 들은 얘기로는 2전단장이 故윤영하 소령의 아버지 앞에서 무릎꿇고 울며 사죄했다 합니다.
얼마뒤 가라앉은 참수리357호정의 인양작전이 시작되었습니다. 몇몇 선후임들도 가게되었는데 그곳이 북한 해안포 사거리라는 얘기 덕분에 내무반장에게 신고할때 분위기가 나름 비장했습니다.
인양작전 시작후 가장 먼저 들려온 소식은 실종되었던 故한상국 중사의 유해를 배 안에서 발겼했다는것이었습니다.
이후에 배를 건져 함대로 가져오긴했는데 Aㅏ.....오랬동안 바닷속에 있던지라 배가 그냥 아....
당시 2전단 군수과장 - 배철호대위님...어디서 뭐하세요 얼굴한번 뵙고싶네요 - 과 수리창에 가서 견적을 의뢰했습니다. 참모총장이 357호의 수리를 명했다고 하드라구요.
견적서에 의하면, 수리하는것보다 다시 만드는게 싸다. 그리하여 357호정은 수리 대신 정비후 전시로 결정
근데 그것도 큰일이었습니다. 손이 엄청나게 많이 가는 일인데 별도의 인력을 할당한게 아니었거등요.
처음에는 정박중인 함정에서 인원차출하고 전단에서도 인원차출하고 어찌어찌 했는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관심도 시들해지고 차출되는 인원도 줄어들고 군수참모는 끗발없어서 차출할때도 엄청 눈치보고 일은 줄지않고 게다가 날은 추워지고....
작업때문에 357호정에에 올라탔을때 정말 깜딱 놀랐습니다. 10~20mm정도 두께의 철판이 종이를 손가락으로 뚫은것처럼 뚫려있더라구요. 작은건 손가락이 들어갈 사이즈였고 큰건 어른 팔뚝이 쉽게 들락날락할 사이즈였습니다.
357호정 생존대원들은 2명을 제외하고 모두 원하는곳(아마도)으로 발령났습니다. 남은 2명은 기관장 조외권 중위와 김승환 병장이었는데 그들은 357호정의 승조원으로 남기를 희망했습니다.
357호정 전시를 위해 가장 많이 고생한 분이 바로 그 두분(과 수리창 군무원분들)이었습니다.
단순히 전역이 얼마 남지않아 발령을 거부한건 아닐거라 생각합니다. 남은 8~9개월 편한데 가서 생활하다가 전역할수도 있는거였거등요. 그런데도 그분들은 357호의 승조원으로 남으려했습니다. 제 눈에는 왠지 숭고해보이도했는데 그분들에게 돌아온건 냉대와 무관심뿐이었습니다. 상받고 뭐하는거 뭐 잠깐 한때죠. 그후에 대접은 아오.....오죽하면 기관장님은 전역후에 2함대 방향으론 오줌도 안싸겠다고 하셨었습니다.
추석연휴 시작인 2002년 9월 21일 토요일 새벽...1신가 2신가 에 내무실에 불이 켜졌습니다. 분향소를 준비해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비규환이었을 배 위를 뛰어다니던 의무병 박동혁 병장이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끝내 숨을 거둔것입니다. 당연히 모든 휴가외박 캔슬. 그날 2전단 내무반에서 오고갔던 얘기들은 무덤으로 가져가야지. 아마 천벌받을꺼여.
어쨰뜬 이듬해인 2003년에 최후의 357승조원인 두분은 전역하시고 함정은 2함대에 전시되었습니다. 끗.
전시작업 막바지에 배 안에서 청소중이었는데 사복입은 사람들 서넛이 들어오더라구요. 기무대소속이었것죠?
조외권 중위님과 함교에 쪼그려앉아서 바닥 청소하고잇었는데 사복입은 한 새끼가 입을 열었습니다.
[기관장이 요기요기 밑에 쪼그려 앉아 숨어있었더래]
순간 정신이 멍했습니다.
저새끼가 미쳤나? 그게 지금 당사자 앞에서 할소리야?
중위님 얼굴을 봤는데 그냥 묵묵히 바닥만 닦고계셨습니다.
그냥 너무 빡쳤던 기억. 끗.
민간인신분으로 이래저래 이유있어 보게 되었지만 정말 안타까운 사건이었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