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렇듯이, 글을 쓸때는 누가 봐줬으면 하는 마음이 생긴다.
그래서 좀 더 단어를 고르고 잘쓴 글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렇다고해서 평소에 쓰지않는 이상한 말들로 나 이런사람이오 라고 광고할 마음은 없다.
그냥 거슬리는건 위에 벌써 마음 이라는 단어를 3번 쓴거 정도..
어영부영, 흐리멍텅하게 살아온 30년인데
오늘 새벽 아주 바쁜 틈에 갑자기 글을 적고 싶었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떻게 살것인지.
비록 하루 14-5명 방문하는 협소한 곳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와닿는 내용이 될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반대로 그냥 긴 글일수도 있겠다.
그냥 잠을 자는게 나은데 이러는 이유는, 원래 시간이 없을수록 마음이 급할수록 딴짓을 하게 되니까.
난 이걸 급할수록 돌아가라라는 말로 이해할거다.
난 내 직업이 좋다. 적당한 시간을 회사에 머물러 주면 꼬박꼬박 월급이 나오고
그 외에 시간에 일을 하면 할수록 그만큼 댓가를 받을 수 있다. 돈으로도 받고, 실력으로도 보상을 받는다.
17살 포토샵4.0을 처음 본 때부터 지금까지, 군대 2년을 제외하면 11년을 나는 이 일만 해왔다.
시작은 월급 20만원의 보조디자이너에서 한때는 신사동에 사무실도 차려보고, 또 한때는 중국에서 큰 꿈을
꾸기도 했다. 지금은 다시 별볼일없는 작은 회사에서 1/20 정도 자리를 차지하는 책상밖에 없는
그저그런 나이많은, 늙어가는 디자이너지만.
일을 해서 돈을 벌어온 10년 가까운 세월동안, 특별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적당한 일을 적당히 해줬고, 가끔 약속을 못지켜 고소를 당해 경찰서도 들락거려봤고-
72시간을 일하고 36시간을 잠을자고, 아무것도 안하고 앉아있어보기.
난 사실 내가 10년이라는 시간동안 무엇을 남겼는지 모른다.
범사에 감사하는 성격인지라, 이렇게 되어도 저렇게 되어도 크게 누굴 원망하지 않고
그 상황에 심하게 얽매이지도 않는다. 낙천적인 성격이 도움이 되었던것이 더 많은것 같다- 라고 생각하지만
가끔 스스로 한심해져서 뼈저리게 후회하고 엉엉 울기도 하고, 몇일 지나면 언제그랬냐는듯 똑같이 살아왔다.
맞는지 틀린지 모르지만 난 지금까지 똑같이 살아왔나보다.
오늘은 이걸 다 바꾸고싶어졌다.
이렇게 살고싶다.
15년 피운 담배를 끊고싶어졌고, 소주4병은 거뜬히 마시던 술자리를 피하고 싶어졌다.
밤에 일하고 낮에 회사에서 조는 이상한 생활습관도 바꾸고 싶고, 아침일찍 일어나 자기관리 잘하는 남들처럼
조깅도 하고 수영도 하고싶다.
배터지게 먹어대온 빅맥을 증오하고 도미노피자 전화번호를 잊고싶다. 약속을 잘 지키는 직원이자 프리랜서가되서
칭찬받고 인정받으면서 살고싶어졌다.
10년을 그렇지않게 살아왔기때문에 제대로된 동기부여가 없으면 저 소소한 소망들도 귀찮음에 잊혀져버리겠지.
분명히 그렇게 될거라서 좀 씁쓸해졌다. 너무 많아서 그런것같다. 그래서
나는 일주일에 한개씩 내 못된 습관들을 지워버릴꺼다. 내 인생에서 완전히.
2012년 이틀째, 첫번째로 바라는 것은
버림:술자리를 피하자
가짐:10시에 자자
우선 저건 쉽겠다. 동기부여없이도 바로 실천가능하겠다.
이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면 100이었던 내 못난 점수는 2년후에는 0점으로,
0점이었던 내 잘난 점수는 2년후에는 100점이 되있을것이다.
음. 그렇게 다시 생각을 고쳐하니 씁쓸한 기분이 말끔해졌다.
다시 문득 생각이 났는데, 나는 지금 아주 바쁘다. 아침 9시까지 끝내놓아야할 일이 있으며
오후 2시까지는 거래처에 미팅하러 들어가야한다. 6시간 가량 남아있는 상황에서
나는 30분을 이 글을 쓰고 계획을 잡는것에 투자했다.
그랬더니 분명히 30분전보다 기분이 좋아졌고,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된거 같다.
손님들아, 우리 같이 하나씩 습관을 바꿔보고 2년후에 정상에서 만나자.
끝.
새벽에 읽는데 저또한 기분이 맑아진 느낌입니다
습관들 꼭 고치시고 2년후에 원하시는 것 이루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