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메로스/천병희/도서출판 숲 840쪽
아마도 읽은 책중에 읽기 전과 읽고 나서 그 책 자체에 대한 지식이
가장 많이 바뀐 책 중에 하나 일 것 같다. 신화를 좋아해서 트로이전쟁에
대한 내용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은 보통 10~20년 걸렸다고 보는
트로이 전쟁 전체의 기간중 두 달 정도 만을 다루고 있다. 이전까지는 아주 길지만 재미있게
읽히는 신화와 역사 소설의 혼합물 정도로 생각 하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서사시라는 것은...
긴 이름과 비슷한 내용의 반복적 서술로 인해 집중력 있게 읽기가 매우 힘들었음.
로마제국쇠망사도 3권 까지 읽고 포기 했는데 이책도 중간까지 정독 하다가
후반은 그냥 중요한 대목만 읽고 넘기고 말았다.
트로이 전쟁의 주인공들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읽어 볼 만 하다.
이 책의 서술이 어느 정도 사실이라고 인정해 준다면
청동기 말기 시대의 지중해 지역 인간들의 삶의 방식에 대해 꽤 많은 사실을 알려준다.
배리 스트라우스/최파일/뿌리와 이파리 372쪽
사실은 윗 책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이 책을 먼저 읽었는데
트로이 전쟁에 대한 전체적 지식과 그 동안 발굴된 트로이의 고고학 지식을
꽤 알차게 하지만 컴팩트하게 전해 준다. 또,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대목 대목
인용하며 고고학과 신화에 대한 설명을 해줘서 일리아스를 읽은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트로이 전쟁에 대한 개괄서로서 추천할 만한 책 인것 같다.
사실 위 두 책을 읽게 된 직접적 계기가 있는데, 과연 아킬레우스는 트로이에
도착했을 때 몇 살이었을까 하는 의문점 때문이었다.
전쟁의 원인인 파리스의 심판 때는 태어나지도 않았을 아킬레우스가
전쟁의 핵심인물 노릇을 하니 그 부분에 대한 시간의 흐름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인터넷도 뒤져 보고 여러 트로이 전쟁을 기술한 신화 책들도 찾아 보았지만
역시나 신화속의 불분명한 인물인 만큼 대부분의 작가들도 거기에 있는 약간의 모순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것 같다. 결국은 나의 상상력으로 채울 수 밖에 없을것 같다.
하지만, 또한 그것이 신화가 주는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러시아 문학의 애칭만큼 '어디에서 온 누구의 아들이며 어떠한 이인 누구다!' 라는 온갖 수식여구와 세세한 묘사가 은근히 힘들더군요 :)
반면에 같은 그리스 신화 이야기이지만 변신 이야기는 짤막짤막하고 인간적이어서 재밌어요
그래도 오래된 이야기가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온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참 멋진 일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