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게임 플레이인 토리코. FF정도는 아니지만 토리코도 상당 기간동안 세상에 나오지 못했기에 연기를 계속해 망하는 게임의 법칙(?)에
따라갈까 생각했는데 클리어 후의 평가는 처음과 180도 달랐다. 일본 게임으로선 올해 최고 레벨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섬세한 게임 디자인,
대사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연출력으로 게임 도중에 토리코와 여행하며 말로는 모두 표현할 수 없는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파격적인 액션 씬이라던가 전투 장면이 거의 없는데도.
어떻게보면 전투 장면은 거의 없는데다 시점이나 카메라 앵글이 나쁘고 토리코는 생각처럼 말을 들어먹질 않아서 결함 뿐인 게임처럼으로도 보인다.
ICO처럼 억지로 데리고 다닐 수 있는것도 아니어서 처음에 매우 난감한데 실은 토리코의 이런 행동은 모두 의도된 연출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토리코의
행동 패턴에 감탄했다. 많은 리뷰에서 말한대로 토리코는 정말 살아있는 동물처럼 행동하고 플레이어가 의도한대로 곧바로 움직여주지는 않지만 같이
여행을 하면서 일심동체가 되어 서로간의 신뢰를 쌓아가며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된다. 중반부에서 다리가 무너져가는 상황에서 토리코에게 몸을 던져
꼬리로 받아주는 씬의 연출은 정말 감동적이다. 서로를 신뢰하지 않으면 절대로 낼 수 없는 행동이며 종족을 뛰어넘은 유대감은 게임에 더욱 깊은 맛을
우려낸다. 토리코가 창에 찔리면 금새 뽑아주고 싶고, 배고프면 밥 먹여주고 싶은 애착.
이후로 뭔가에 홀린 듯이 플레이해서 이틀만에 클리어했는데 처음에는 불안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만 클리어 후에는
「역시 우에다 후미토 퀄리티 게임」이라는 결론으로 엔딩에서 깊은 여운을 남기며 2016년의 멋진 마무리를 장식했다.
그저 앞으로 막 나가는 게임은 아니기 때문에 이 게임을 제대로 즐길 생각이라면 때로는 뒤를 돌아봐 토리코를 관찰하는 것도 좋다.
몸집에 어울리지 않는 애완동물 같은 행동, 이러한 디테일한 부분이 플레이어들의 감성을 자극했는지도. 작은 문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다던가 갭모에...
토리코라는 게임은 소위 떠먹여주는 요즘 게임 트렌드와는 정반대로 시스템은 매우 불친절한 편. 최소한의 목적지 힌트만 알려주고 나머지는 플레이어가
알아서 길을 찾아야 한다. 목적지 표시같은 UI도 당연히 없으며 주변을 잘 둘러보고 관찰해야 퍼즐 기믹을 풀 수 있을 정도로 답답하게 느껴지고 프레임도 불안정해서 어떤 구간은 스타오션5가 생각나는 어지러운 맵도 존재.
(확실히 PS4 프로로 하면 프레임이 더 나을거 같긴한데 개인적으로 프로에 그만큼 투자를 할 정도의 가치를 느끼진 않기에 판단은 PS4로만)
나는 기본적으로 게임이건 뭐건 스스로 부딪혀 시행착오를 겪어 터득한 기술이 참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을 싫어하진 않는데
사람에 따라 취향이 다르니 빠릿하게 진행하는 걸 선호한다면 이 게임은 상당히 호불호가 갈릴 것도 같다. 라기보다 스트레스 받을 거 같다.
하지만 이런 단점들을 감안하더라도 역시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하는건 장점이 더 부각되기 때문인데 평소에는 바람 소리 같은 환경음만 들려주다가
중요한 장면에서 적재적소에 발휘되는 BGM은 연출에 지대한 공헌을 했을 것. 게다가 앞서 말했다시피 세계 구축과 토리코와 인생을 함께 한 듯한
여행은 이 작품을 플레이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