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은 토끼 다섯마리를 길렀었습니다
처음에 한마리를 기르고 그 다음에 한마리를 데려왔는데 그 두마리가 새끼를 낳아서 다섯마리가 됐어요.
2년 전에 첫번째로 키웠던 토끼가 죽고나서 생각보다 많이 슬프더군요.
그리고 일년 뒤에 순식간에 새끼 중 한마리가 갑자기 가버려서 충격이 심했어요.
사실 토끼 진료비는 한번 갈때마다 거의 20만원 이상 들기 때문에 망설였고
그 때문에 죽은 것 같아서 정말 고통스러웠죠. 돈과 저울질을 했구나 라는 죄책감에 많이 힘들었구요.
바로 병원 갔음 살았을 수도 있을텐데..살았을텐데 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어요.
그 뒤로 다른 토끼도 아파서 병원 몇번 가니까 순식간에 돈백이 날아가더군요.
사실 토끼는 정말 쉽게 죽는 동물이에요. 피부병만으로도 죽을 수 있고 이가 뿌러져도 죽을 수 있고
체해서도 죽을 수 있는 정말 약한 동물이에요.
특수동물과에 속하다보니까 보는 병원도 적을뿐더러 그 중에서도 시설이 괜찮은 곳은 정말 한정돼있습니다.
세번째로 토끼가 죽을 것 같았을 때 정말 너무 힘들었습니다.
별의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앞으로 두마리 더 남았는데..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토끼 아픈 것 보다 그걸 앞으로 계속 지켜봐야하는 공포를 더 무서워하는 제 자신에게도 별 생각이 다 들었구요.
동물의 수명은 한정돼있다는 것이 새삼 절실하게 다가왔고 우리 토끼들이 다 가고나면 다시는 동물을 키우지 않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몇번을 병원을 가고 택시비도 몇만원 깨지고 그래도 유명한 병원 중 야간병원이 있어서 새벽에도 택시타고 가고 그랬는데
이제 그 곳이 야간 진료도 하지 않아서 밤에 아프면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도가 없더군요.
사실 어제도 토끼가 갑자기 동일한 증세로 밥을 안먹기 시작해서 불안했는데 결국 밤에 많이 아픈지 버둥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진작에 병원을 갈 걸 왜 또 똑같은 짓을 반복한거지 라는 생각에 미쳐버릴 것 같았습니다.
돈 돈 돈...
몇시간을 토끼를 배 마사지 해주면서 땀이 나고 안절부절하고 말을 걸어주고 물을 줘보고 밥을 줘보고
결국 나중에 좀 배가 나아진 것 같아서 잠시 지켜봤더니 평소의 패악질 부리는 우리 토끼로 돌아왔더군요
물 엎어버리고 열어달라고 스텀핑하는 우리 토끼로 말입니다.
너무 고마웠고 또 기뻐서 계속 토끼를 바라봤습니다. 혹시나 재발할까봐 틈틈히 자꾸 상태를 지켜봤구요.
그렇게 아플 동안 가까운 곳에 24시간 진료 병원을 연락해봤지만 토끼를 보는 곳은 없었습니다.
병원 입장에서도 리스크를 지기 싫어하는 것은 압니다. 결국 의료서비스인 것이죠.
그래도 부탁했습니다. 지금 너무 토끼가 아파해서 진통제와 산소실만 있음 된다고
그래도 거절하더군요. 그래서 전화번호 남길테니 의사선생님께 전화 좀 부탁드린다고
그러나 연락은 없었습니다.
많이 화가 났었고..특수동물이라고 하더라도 수술도 아니고 진통제를 놓는 것인데 이것마저 거부하는 것에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하..
지금은 좀 건강하지만 새삼 우리 토끼를 보니 글을 주절주절 써보고 싶어졌네요.
지금 이 시간에도 토끼가 어떤가 확인하고 세마리를 보면서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하는 크리스마스 이브입니다..
반려동물 키우면 수명은 한정되어 있고 그 수명이 사람보다는 훨씬 짧죠. 키우다보면 당연히 아픈 모습을 보게 되는데, 그냥 놔둘수는 없고, 그렇다고 병원에 가면 얘네들은 보험도 없으니 사람보다 몇 배로 돈이 더 들어가니... 아픈 건 치료해줘야한다는 희망과 병원진료비라는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죠. 저도 어쨌든 1년이라도 더 살게 해줘야 하지 않을까 해서 병원에 들인 비용이 경차 한 대 뽑을 정도의 돈이 들었습니다. 근데... 그게... 마음대로 되는게 아니더군요.
미안하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하고...
잘 해주실 수 있을 때 많이 해주세요. 해줘도 후회하지만 안 해주면 더더욱 후회하지 않을까요?
힘내시구요. 토끼 애들도 항상 고마워하고 있을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