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참고로 말하면 그냥 내가 알고 있는 인신매매 수법이 아니라 '신종'이라는 말을 한 거지
실은 비슷한 경험을 한 다른 사람들도 있을 수도 있어.
또 내가 의심스럽게 생각해서 그런거지 어떻게 생각하면 그냥 정말 별거 아니었을 수도 있어.
그래도 조심은 하는게 낫겠지 싶어서 글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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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냔이 친구랑 어떤 놀이공원을 갔어. 일주일 전 쯤인가 그래. 장소는 서울 쪽은 아니고 지방이야. (첫글자에 ㄷ이 들어가)
거긴 그래도 나름 사람이 많이 찾아.
이게 확실하게 범죄인지 아닌지 난 아직도 좀 헷갈리니까 혹시 위에 자음 보고도 어딘지 눈치 챈 냔도 어느어느 지역이냐고 묻지는 말아줘.
거기로 놀러왔던 다른 노인단체 분들이 의심받을수도 있으니까.
집 바로 근처고 해서 그냥 짐도 없이 지갑만 주머니에 넣고 핸드폰 들고 갔어.
친구는 작은 끈 가방을 크로스로 매고 있었고.
그래서 거기에 가서 놀이기구 좀 타고, 동물원을 둘러보고 있었어.
그런데 저 앞에 할머니들 5~6명 정도 되는 분들이 단체티를 맞춰 입고 목에 명찰을 매고 동물을 구경하면서
나랑 친구 쪽 맞은편에서 다가오고 계시더라고.
즉 친구랑 내가 보면서 걸어가는 길 쪽에서, 반대로 우리 쪽을 보며 다가오는 할머니들... 중간에서 마주치게 말야.
우리는 동물들 얼른 보고 다시 놀이기구 타러 갈 생각으로 대충 둘러보고 있었고
할머니들은 뭔가 공부? 같은 걸 하러 오신건지 노트를 하나씩 손에 드시고는 동물 우리 앞마다 멈춰서서는 동물 이름을 적으시더라고.
그래서 나는 노인대학 같은 데서 현장견학 같은 걸 왔나보다 귀여우시네 ㅋㅋㅋㅋㅋ 하면서 그냥 친구랑 지나쳤어.
근데 그 단체 티 색깔이 자주색이었단 말야? 그래서 눈에 엄청 띄는거야.
사람이 많은데도 5~6명밖에 안되는 할머니들인데도 그 색이 모여 있으니까 자꾸 눈에 띄잖아.
근데 자꾸만 우리가 가는 데마다 보이는거야.
놀이기구 타는 데까지 나오셨는데, 거기서도 놀이기구 이름들을 다들 적으시더라.
(솔직히 여기선 좀 무서웠어. 놀이기구 이름은 왜 적을까 하고... 내 친구는 볍신같이 할머니들 빙고 하려는거 아니냐고 쳐웃었지만...)
그러고나서 밥을 먹고 스티커 사진도 찍고 나랑 내 친구가 좀 쉬고 있는데 그 중에 어떤 할머니가 와서 말을 건거야.
할머니들이 무슨 노인교실? 같은 걸 다니고 있는데
놀이공원에 있는 것들에 대해 조사해가는 숙제를 받았대.
근데 안내판에 있는 걸 전부 손으로 쓰기도 어렵고(그건 그렇지)
그래서 일단 이름들만 쭉 써놨는데
놀이기구에는 제대로 설명도 없고.
그래서 우리보고 일단 동물들 안내판은 사진을 찍어서 할머니 메일로 보내주면 안되겠냐고 하는거야.
나중에 천천히 보면서 쓰고 싶다고.
(와...할머니들 메일도 쓰네 하고 놀랐는데 노인교실 다닌다니까 뭐 거기서 배웠나보다 했지)
할머니들 핸드폰으로 사진 찍어도 글씨가 조그만하고, 아까 언뜻 봤는데 학생이 스마트폰 쓰길래 라고 하시면서(여기서도 깜짝)
메일로 사진 보내기도 편하니까 좀 부탁한다고 그래서 알았다고,
근데 따라다니면서 동물원을 다시 한번 쫙 돌아야 하잖아. 할머니들이 미안하다고 아이스크림 사주고 그래서 좀 덜 억울하긴 했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할머니들한테 그런 숙제를 낼 사람이 어디 있어?
손으로 다 적어 오는 것도 무리고, 무엇보다 체력적으로 힘든 숙제는 시킬 리가 없지.
여튼 같이 다니면서 내가 사진을 찍고 있었어.
그런데 같이 다니니까 알겠던게, 그 할머니들한테 번갈아가면서 전화가 무지 자주 오더라.
할머니 A B C D E F면, 거의 진짜 5분마다 한 번씩은 전화가 오는데 그게 모두에게 돌아가면서 와.
모든 할머니가 핸드폰이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는데,
왜 보통 할머니들은 잘 안 들리니까 전화 받을 때 큰 소리로 통화하지 않아?
근데 이 할머니들은 모두 점잖게, 어떻게 보면 조용조용하게 전화를 받더라. 그것도 다들 '여보세요?' 가 아니라 '예' 하고 전화를 받아.
그리고 한 할머니가 전화를 받을 때마다 다른 할머니들은 덩달아 싸- 하게 조용해지고.
뭐지? 엄청 예의바른 할머니들이다 정도로만 넘어갔어 그 당시엔. 다른 사람 통화 시에 조용히 해주는 게 맞긴 하니까.
그렇게 사진을 거의 다 찍고, 한꺼번에 메일로 보낼 수가 없어서 할머니가 말해 준 메일로 하나하나 보내고 있었어.
할머니들은 그늘에서 앉아 쉬시고, 나랑 내 친구는 -이동하면서도 메일 보낼 수 있으니까- 화장실 다녀온다고 하고 메일 보내면서
화장실에 갔다가 나오던 참이었어. 내 피같은 3G.....
근데 그 중에 한 할머니가 화장실에 오셨더라. 좀 급하게 뛰어오셨는지 후- 하면서 이마에 땀도 닦고 하시는데
화장실 가시려는 줄 알고 얼른 비켜드리려고 하는데 화장실이 아니라 나한테 오더니
"미안해요 학생. 이제 됐어. 이제 학생들 볼 일 봐요."
그러는거야.
"네? 아직 메일 다 못 보냈는데요." 그랬더니
"아니야, 이 정도면 됐어. 미안해. 우리 쪽으로 오지 말고 학생들 갈 길 가."
이러면서 그냥 다시 쑥 나가는거야.
그래서 내 친구랑 나랑 뭐지... 하고 어안이 벙벙해서 둘이 어쩔까 하고 쳐다보다가
할머니들이 아직 그 그늘에 계시길래 인사라도 하고 가야지 하고 가려는데
왠지 그 순간 내가 뭔가 찜찜한거야.
그래서 보낸편지함 메일을 봤다?
그랬는데 수신확인이 되어 있는거야............................
할머니가 분명히 자기 메일주소라고 했는데
왜 그게 벌써 읽혀져 있냐고.
그것도 좀 이상했고......
할머니가 구지 나한테 뛰어와서 그냥 가라고 말한 것도 뭔가 이상하고.
아까는 다들 수고한다고 아이스크림도 사주고 음료수도 사주고 미안해했으니까
이제 볼일 다 끝났으니 가라고 그렇게 보낼 성격들도 아니신 거 같은데....
여튼 뭔가 그 순간 그 할머니 말 듣는 게 좋겠다고 생각이 들어서 살짝 나갔어.
들킬까봐 (이땐 뭔가 무섭다기보단 이미 몰래 다른데로 가고 있으니 어디가냐고 하면 할 말도 없고 민망해서) 살피면서 건물로
가리고 살짝살짝 보면서 잘 빠져나왔는데
나중에 집에 와서 그 메일주소로 메일 보내니까 없는 메일이래.
블로그라도 있나 싶어서 찾아봤더니 탈퇴한 사람 꺼라고 나왔어. 내가 거기서 집까지 30분정도 밖에 안 걸리는데 말야.
분명 아까는 메일 확인까지 된 상태였는데 그 새 탈퇴를 했다니까 좀 돋았어. 할머니가 탈퇴한 건 아닐 거 아냐 시간적으로.
친구는 그냥 별 생각 없는 거 같은데
나는 하도 외커 공포방에서 인신매매 글을 읽어서... 혹시나 했지.
돌아가면서 전화 오는 것도 누군가 서로를 감시하라고 시킨건가 하는 과대망상까지 막 생기고
에이, 아무리 그렇다고 이렇게 공을 들여서 사기를 칠까 싶기도 하고
마지막에 그 할머니는 왜 우리한테 와서 그냥 가라고 했을까
그러고보면 목에 걸고 있던 명찰도 이상한게 보통 이름도 같이 적혀 있을텐데
다 같이 같은 단체 이름만 적혀 있던 것도 이상하고
(단체 이름이 좀 긴 영어였어. 기억 못해. 근데 이상하긴 했어 그것도. 할머니들이 다니는 문화교실 이름이 영언가 싶기도 한데 왤케 길고...)
그 뒤로 얘기는 없지만, 내 추측일 뿐이지만
어쩌면~ 이라는 생각이 들 뿐이야. 내가 예민돋는건가....
대낮에 그렇게 사람 많은 데서 그럴까 싶기도 한데
냔들도 대낮에 사람 많다고 마음 놓지는 마.
역시 조금이라도 찜찜하면 줄행랑이 최곤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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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데서 할머니들 조종하는놈들이라도 있었던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