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에피소드는 신비한 타로카드!!!!
10월에 접어들어 우리 학교는 3년마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축제 때문에 매우 분주하고 부산했음. 특히 3학년들 같은 경우 마지막 고교 축제이기 때문에 아주 적극적으로 참여했음. 내 여친도 마찬가지였기에 이 기간 동안 나는 여친 얼굴을 자주 볼 수 없었음.
여친 네 반은 카페를 연다고 함. 여친은 카페 메뉴 만드는 것과 서빙을 동시에 한다고.....
서빙을 보는 와중에 찝쩍거리는 잉간들이 없지는 않겠지?
울컥하긴 했음. -_-^
하지만 난 여친의 포스를 믿었음. 누구에게나 상냥하지만 작업 멘트 거는 놈에게는 조카 쌀쌀하게 대하는 특징이 있음. 나도 맨처음 쫓아 다녔을 때 그 쌀쌀포스에 당했었기 때문에 알고 있는 거임. ㅋㅋㅋㅋ 근데 난 그 방어벽을 뚫었음. ㅋㅋㅋㅋㅋ
신입생인 우리 학년은 그다지 축제에 대해서 적극적이지 못했음. 하지만 열혈담임샘은 우리들에게 재미있게 놀자고 독려했고 여러 가지 아이템을 정하기 위해 회의를 열었음. 그러나 기껏 해봐야 작품전시니, 분식점이니, 연극하자느니 하는 흔한 것만 나왔음.
이때 잠자코 있던 내 옆의 옆 자리에 있던 안경녀는 점집을 하자고 제안했음. 이 안경녀가
바로 이번 에피소드의 주인공인 타로녀임. 타로녀는 제법 사교성이 좋은 처자였음. 게다가
점집이라는 아이템은 이때 당시 신선한 것이었기 때문에 모두 괜찮다는 결론을 얻어냈고 결국 만장일치로 통과되었음.
타로녀는 자신이외에 점을 볼 사람 네 명이 필요하다고 했음. 하지만 나서는 이들은 타로녀의 친구 셋 밖에 없었고 자리 하나가 비었음. 일단 축제까지는 이주 정도 남았으니 진행하면서 뽑기로 함.
그건 그렇고 나나 다른 친구들은 이때까지 타로녀가 점을 취미로 본다는 것을 몰랐음. 타로녀와 어울려 다니는 그룹 정도야 알고 있었던 것 같음. 하지만 점 보기 취미는 그다지 오래 되지 않았음. 최근에 발견한 취미라고 함.
반 친구들은 타로녀가 점을 매우 잘 본 다는 것에 신기해했음. 진짜 잘 보긴 했음. 서양식
그림처럼 아주 멋진 캐릭터가 그려진 타로카드는 누가봐도 신비해했음. 게다가 타로녀의 말빨이 대단해서 일단 점을 보면 타로녀의 해설에 이미 반쯤 넘어가게 됨.
적중률이 상당히 높은 것 같음. 그래서 타로 점이 우리 반의 새로운 유행이 됨.
난 별로 점 같은 거 믿지 않았지만 일단 친구 놈들이 돌아가면서 점을 보는 것에 나만 소외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일단 나도 점을 보게 되었음. 내가 보는 것은 연애임.
카드를 여러 장 펼쳐놓고 하나하나 들춰 보는데 그저 그런 내용이었음. 뭐, 지금 만나는 여
자가 매우 좋은 여자라느니, 앞으로 잘 될 거 라느니 하는 내용임. 근데 카드들 중에 내가
지금까지도 기억하는 것이 있었음.
그것은 '이질'이라는 카드임.
내가 사귀고 있는 여자의 유형에서 나온 카드였음. 이질. 다르다는 뜻이 아니겠음? 순간 난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음. 내 여친이 평범한 여성과 다르다는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임. 귀신 보는 여자가 어디 그리 흔함?
결정적으로 내가 타로카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음. 그 신비한 점이 내 호기심을 무지하게 자극한 거임. 그래서 타로녀에게 나도 점보게 해달라고 졸랐음. 자리 하나가 비었으니 흔쾌히 수락해줌.
그래서 나는 점집 중요 멤버 중 하나가 되었음. 나, 호기심이 한 번 발동되면 밤에 잠도 못
자는 남자임. -_-; 이번에도 그렇지만 모든 일의 근원은 이 망할 호기심 때문임. 내가 이것
때문에 미치지. ㅠㅠ
평소 ABC들과 놀면서 나는 틈틈히 타로녀가 가지고 온 카드를 가지고 점 보는 연습을 했음. 이미 우리 반에 점 보는게 유행인 지라 여기저기서 해석집을 읽으며 열심히 점을 보는 얘들도 많았음. 그래서 나는 주로 ABC를 대상으로 점을 보았음.
A : 근데 넌 왜 이런 카드로 점을 보냐. 다른 카드 없어?
B : 누가 보면 너 오덕인 줄 알겠다. 이게 뭐냐? ㅋㅋㅋ
C : 아 앜ㅋㅋㅋㅋㅋㅋ
나 : 아닥! 셧 업!
사실 나도 이게 불만이었음. 타로녀는 총 다섯 가지의 타로카드를 가지고 있었는데 우선 순위대로 멋진 카드를 다른 멤버들에게 빌려준 것임. 맨 마지막에 합류한 나는 당연히 가장 떨어지는 카드를 받았는데, 그게 바로 크로우 카드임. -_-.......
크로우 카드 모르는 사람 있음? 아마 알 사람은 알 물건임. -_-;;;;;
게다가 이거 나중에 타로녀가 선물로 줌. 집에 아직도 보관 중임.
하여간 이 카드도 나름 정확도가 높았음. 내가 생각하기에는 반은 맞추고 반은 틀린 것 같음. 타로녀는 그것을 80% 정도까지 끌어 올릴려면 일단 상대 눈치보는 것과 교묘한 말빨이 중요하다고 함. -_-.... 결국 말빨임?
나 : 와, 이거 미치겠네. 점이란게 생각보다 쉬운게 아니었어. 게다가 말빨로 해결하라니.
니네가 보기엔 내가 말빨이 좋아 보이냐?
B : 졸라 저급하지.
C : 넌 여친이랑 말싸움하면서 한 번이라도 이긴 적 있냐?
나 : 없습니다. -_-;
A : 그냥 설명하려 하지 말고 해설집이나 읽어줘라.
아무래도 점 보는데 난 재능이 없는 것 같음. ㅠ_ㅠ 귀신에게 벌벌 떤 놈들이(나도 그렇지만) 날 아주 놀려먹고 있음.
점은 정말 아무나 보는 게 아니라고 절실히 깨달았음. 하지만 나는 끈기있는 놈임. 일단 한
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라 포기 할 수 없었음.
그렇게 일주일 동안 점보는 연습만 했음. 그러나 요령도 어느 정도 알게 되었오 나름 괜찮게 설명 할 수 있게 되었음. ABC는 나보고 진짜 독한 별종이라고 함. -_-^ 이 놈들이.
타로녀 : 점집 컨셉이 일단 어둡고 뭔가 엄숙한 분위기이기 때문에 점 치는 사람 말에 집중
할 수 밖에 없어. 진지한 표정만 짓고 있으면 돼. 풀이를 못해도 해설집을 읽어 주는 것만으로도 듣는 사람은 그럴 듯하게 받아 들이니까.
나 : 와, 너 아주 점집 차리는게 어때?
타로녀 : 점 봐주는 카페를 차리는게 꿈이야.
나 : 하여간 넌 진짜 말빨 죽인다.
이참에 웅변대회에 나가라고 권해 주고 싶음. 타로녀는 정말 말을 잘했음. 그래서 이 처자의 강의를 들으며 나도 제법 그럴 듯하게 말 하는 법을 터득하게 되었음. 일단 점 보는데 중요한 것은 분위기였음.
이건 실제 점집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임.
어쨌든 오늘은 왠일로 여친이 일찍 끝났음. 그래서 오랜만에 오붓하게 같이 걸으며 집으로
향했음. 그간에 있었던 일을 화제로 삼으로 끝도없이 수다를 떨었음. 여친은 내가 점을 보게 되었다는 것에 신기해했음.
여친 : 네가 점을 본다고? 진짜?
나 : 엉. 재밌을 것 같아서, 신청했지.
여친 : 진짜 별일 이다. 점 볼 줄은 알아?
나 : 당연히 알고 있지. 타로녀라고 우리 반에 점 잘보는 애가 있는데 걔한테 배운 거야. 그
리거 이건 내가 쓰는 카드고.
여친 : 어? 이건 크로우 카드잖아. 너 이런 걸로 점을 보는 거야?
나 : 볼 수 있거든? 내가 집에 가서 한 번 봐줄테니까, 보고 놀라지 마시라.
여친 : 얼마나 정확한지 기대해 보마.
결국 여친 집에서 나는 그 동안 갈고 닦은 솜씨를 발휘하게 되었음. 여친이 고르고 내가 위
치에 맞게 펼쳤음.
나 : 어떤 점을 볼 건데?
여친 : 사랑 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과연 누굴까, 궁금해서.
나 : -_-.... 지금 시비 거는 겨?
여친 : 넌 점쟁이지, 내 남친이 아니야.
나 : 또 상황극 나오네.
내가 투덜거리는 동안 여친은 카드를 뒤집었음. 뒤집힌 세 장의 카드를 종합해 봤을 때 일단 해석집을 뒤적거리며 결과를 유추해 냈음.
나 : 에, 그러니까. 당신이 좋아하는 사람은 연하의 어린 남성으로 고집이 세고 활달한 성격이다. 제대로 고삐를 잡지 않으면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당신은 유념하여 바른 길로 이끌어야 한다. 당신은 남자를 사랑하고 가족처럼 생각하지만 남자는 바람둥이일 가능이 크다...... 점이 뭐 이따위로 나오냐. -_-;
여친 : 뭐가 어때서? 대체적으로 맞는 것 같네.
나 : 맞긴 뭐가 맞아? 내가 무슨 고삐 풀린 망아지여? 그리고 내 주제 무슨 바람둥이라고.
여친 : 너도 살 좀 빼면 잘생긴 얼굴이거든? 너무 자기비하 하지마.
나 : 금칠을 해라. 아주.
여친 : 그보다 이거, 결과가 놀라운데?
나 : 몇 점 정도 될 것 같아?
여친 : 흠.... 80점 정도?
여친은 연하라는 점과 고집세고(내가 왜!?) 활달한 성격, 그리고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성향까지 맞다고 했음. -_-. 마지막으로 바랑둥이 성향은 나나 여친도 인정하지 않았음. 난 여친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사람임.
어느 덧 축제가 코앞으로 다가왔음. 바로 전날, 우리 반은 분주하게 소품을 정리하거나 점집처럼 분위기있고 어둡게 꾸미기 시작했음. 반 친구들이 합심해서 꾸미니 그럴듯한 모양새가 나왔음. 그때 타로녀는 최근 입수한 고가에 아주 희귀한 타로카드를 보여주었음.
이름이 잘 기억 안남. 데빌 머시기 하는 카드였던 것 같음.
나 : 뭔 카드가 이렇게 무섭게 생겼냐.
타로녀 : 왜? 아주 예쁜 카든데.
이 처자는 취미도 오컬트임. -_- 타로녀 말로는 이 카드는 매우 높은 정확성을 자랑한다고.
자주 집에서 같이 노는 친구들과 실험한 결과 대단히 정확했다고 함. 그래서 이번 축제 때
메인 카드로 이것을 쓴다는 거임. 난 왠지 그 카드가 꺼림직 했음.
타로녀는 이걸 가지고 다른 친구들에게 다시 점을 봐주었음. 어느 정도 맞던 수준의 점이 거의 완벽하게 맞을 정도로 정확성이 올라갔다는 걸 알 수 있었음. 아니, 진짜 카드에 따라 점의 정확성이 틀려지나 봄. 진짜 신기했음.
하지만 난 그 카드가 무척 꺼림직 했음.
타로녀가 점을 봐준다는 것도 거절 할 정도로. 굉장히 다크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기분 나쁜 카드였는데 진짜 난 이유없이 이 카드가 꺼림직했음. 보기 싫을 정도로. 하지만 나와는 다르게 친구들은 굉장한 카드라며 호들갑들을 떨었음.
돈을 싹쓸이 할 거라는 전망도 나오기도 함. ㅋㅋㅋㅋ 실제로 많이 벌긴 했음.
축제 당일. 정말 정신없이 바빴음. ㅋㅋㅋ 타로녀와 나를 비롯한 멤버들이 가로정렬로 놓아진 책상에 앉아 들어오는 손님들의 점을 봐줬음. 근데 입소문이 제대로 나서 줄까지 섰을 정도임. 와, 이날 진짜 환장하는 줄 알았음.
쉬지도 못하고 거의 다섯 시간 동안 점만 본 것 같음. 물 한모금 씩 마시며. ㅠ_ㅠ. 우린 복
채를 500원씩 받았기에 수입도 제법 쏠쏠했음. 대부분 봐준 점은 연애 운이 절대적으로 많음. 이미 예상한 일. ㅋㅋㅋㅋ 하여간 연애 운 보는 여자애들이 참 많았음.
너무 힘들어서 나는 일단 타로녀에게 양해를 구하고 점심 먹으러 감. ABC는 날 기다리다 지쳐 자기들끼리 먼저 먹었기에 혼자 먹어야만 했음. 컵라면에 빵을 찍어 먹음. 졸라 조촐하게 먹었음. ㅠ_ㅠ
그러다가 문뜩 여친 생각이 나, 여친 반으로 가봤음. 과연 3학년들 답게 카페를 그럴 듯이
꾸며놓음. 서빙보는 예쁘장한 선배들이 많았는데 대부분이 화장들을 했음. 다 여대생처럼 보임. 남자선배들은 아주 일꾼들이 된 것 같았음. 손님들도 많고 하니, 장사가 잘 되는 것 같았음.
아무래도 세련되고 심플한 검정 웨이스트리 복장 때문에 남정네들이 침을 질질 흘리는 것 같음. 그래서 그런지 이 망할 줄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음. -_-
한 10분은 기다린 후에야 들어 갈 수 있었음.
ㅅㅂ, 근데 과자로 만든 파르페를 3000원이나 받냐. 이 날강도들 같으니. 투덜투덜 거리며
파르페를 먹는데 어째 여친이 전혀 보이지 않았음. 잉? 서빙도 본다고 했는데 대체 어디간
겨?
서빙 보는 선배들 대부분이 꽤 예쁘장 했지만 그런 것 따윈 내 눈에 들어오지도 않음. 난 내 여친이 여기 선배들보다 훨씬 예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남자임. 그래서 선배에게 물었음. 내 여친 어딨냐고. -_-;
여선배 : 네가 OO의 남친이라고?
나 : 네.
여선배 : 설마....
나 : 다른 선배들에게 물어보시면 알 거에요. -_-;;;;
나 여친 반에서 제법 얼굴이 팔리긴 했는데 이 선배는 날 모르는 것 같음. 다행히 날 아는
선배들이 증명해줌. 그래서 불러달라고 했음. 나 오늘 여친 한 번 도 보지 못했음. 여친이
내게 왔음. 와, 진짜 잘어울림. 같은 웨이스트리 복장이라도 여친이 입으면 다르게 보이는
것임. *-_-*
여친 : 왔냐?
나 : 누나야, 끝내주게 예쁘네.
여친 : 옷 예쁘지? 반 친구 중에 옷만드는 애가 있거든. 정말 심플하지 않아?
여친은 옷이 참 마음에 들었던 것 같음.
나 : 근데 누나야, 이거 완전 바가지 아님? 단가 1000원도 안 되 보이는 것을 3000원에 받냐
.
여친 : 내가 정한 거 아냐. 그보다 나 지금 무척 바쁘니까, 있다가 쉬는 시간 때 너네 반에
놀라갈게. 알았지? 잘 먹고 가.
나 : 이잉? 여보셔?
그리고 휑하니 가버린다. -_-........
난 대체 여기 왜 온 거임? 결국 파르페를 입에다 쏟아 붇고 퇴장했음. 그래도 맛은 있었음.
여친에 버림 받은 나는 다시 우리 반으로 돌아옴. 근데 매우 어수선 한 거임. 줄도 좀 줄어
있었음.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 나 없을 때 아주 재밌는 일이 터졌다는 거임.
A : ㅋㅋㅋㅋ. 야, 아까 싸움 났다.
나 : 뭔 싸움?
B : 2학년 커플이 왔었거든. 근데 타로녀에게 점을 보던 와중에 남자가 바람 핀 게 들통 난
거야. ㅋㅋㅋㅋㅋㅋ
나 : 잉? 아니, 그런 것도 알아 낼 수 있남?
C : 몰라. 하여간 그것 때문에 머리 잡아 당기고 난리 났었다.
소란을 피운 그 커플은 말리러 온 선생님들에게 끌려 갔다고. -_-.... 그냥 여기 있을 걸,
그 재밌는 구경거리를 놓치다니. 쳇.
타로녀 : 곰돌아, 빨리 와서 점 봐. 나 좀 쉬자.
몹시 지친 타로녀를 대신해서 점을 봐 줌. 근데 내가 보는 점의 정확성이 떨어져서 말 들이
좀 많았음. 타로카드 계의 신성하고 나를 비교하는게 말이 됨? 어쨌든 타로녀가 쉬는 동안
열심히 점을 봤은. 한 시간은 점을 본 것 같음.
그때 여친이 놀러왔음. 여친은 날 보더니 반가워 하며 손을 흔들었음. ABC는 질폭함. 타로녀가 복귀해서 대부분 손님들이 다 그 쪽으로 갔기 때문에 내겐 손님이 서넛 밖에 없었음. 여친은 내 앞에 앉았음. 웨이스트리 차림으로 왔기 때문에 우리 반 남정네들의 시선을 집중적으로 받음.
눈 안 돌려? 내 여친이라고. -_-^
여친 : 쟤는 인기 많은데 넌 인기가 별로 구나?
나 : 우씨, 쟤가 비정상이라고. 일반인이 이정도 보면 잘 보는 거 아닌감?
여친 : 뭐, 됐어. 점이나 봐줘.
나 : 어떤 거? 연애?
여친 : 행운.
여친에게 카드를 섞게 만듬. 그리고 난 그것을 행운 점식대로 배치함. 그리고 여친에게 고르라고 했음. 근데 여친은 갑자기 타로녀를 뚫어지게 쳐다 보는 게 아니겠음?
나 : 저기요, 아가씨? 점에 좀 집중 하시지?
여친 : 저 애가 타로녀 맞지?
나 : 응. 그런데?
여친 : 잠깐 나와봐.
나 : 읭?
다짜고짜 여친이 날 끌고 나옴. 이거 영업방해지만 갑자기 진지해진 여친의 얼굴표정 때문에 아닥했음.
나 : 왜 그러는데?
여친 :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어.
나 : 누나가 소름이 돋아? 진짜?
여친 : 타로녀라고 했지? 어깨에 동녀귀가 앉아 있더라.
나 : 동녀귀? 여자아이 귀신?
여친 : 그래. 타로녀의 어깨에 앉아 같이 점을 보고 있었어.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미소를 짓기 시작하는데, 너무 흉측하게 변해서 내가 다 소름이 돋을 정도야.
나 : 헉.......
여친이 소름 돋을 정도라면 그건 정말 장난 아닌 귀신임. 더구나 여친은 그 귀신의 정체가
뭔지 잘 모르겠다고 했음. 타로녀가 그렇게 점을 정확하게 본 것이 그 귀신 때문이지 않을
까 싶었음. 그때 나는 그 데빌 머시기 하는 카드를 떠올림.
나 : 혹시 그 카드 때문일까?
여친 : 카드?
나 : 타로녀가 얼마 전에 구입했다는 카드가 있거든. 근데 그 카드를 처음 봤을 때 되게 꺼
림직하고 불길해 보였어.
여친 : 그래? 그렇다면 그건 저주 받은 카드일거야.
나 : 저주?
여친 : 귀신은 보통 물건에 붙지 않아. 하지만 물건에 붙는 경우도 있어. 그런 경우는 저주
를 받은 물건이기 때문에 악귀가 붙을 수 있는 거야. 사용 하는 사람을 해치는 그런 종류.
어쩐지 내가 그렇게 싫어했던 느낌이 들다더니. 여친은 카드에서 악귀를 때어 놓을 방법따윈 없다고 했음. 없애 버리는 것 외엔 방법이 없는데 일단 그런 저주받은 물건을 갖게 되면 사용자는 대단히 집착하게 될 거라고 함.
나 : 일단 어떻게 그걸 얻었는지 물어보기나 할 까?
여친 : 출처라도 확인하는게 좋겠지.
일단 나와 여친은 다시 반으로 들어왔음. 여친은 시종일관 타로녀를 주시했음. 정확히는 타로녀의 어깨 위였음. 시간이 지날수록 표정이 점점 일그러지고 반대로 입꼬리는 점점 올라간다고 함. 상당히 저주가 센 물건이라고 여친이 심각하게 말했음.
여친 : 계속 표정이 변하고 있어. 시시각각.
나 : 근데 이거 기다려도 답이 없을 것 같은데....
여친 : 게다가 난 이제 돌아가 봐야 돼. 쉬는 시간이 끝났거든.
나 : 일단 내가 살펴보고 있을 테니까, 누나는 가서 일 봐.
보는 눈이 너무 많고 점을 보는 사람도 줄을 지었기에 물어 볼 기회는 없었음. 결국 끝날 때까지 나는 타로녀에게 카드에 대해서 물어 볼 수가 없었음. 이틀간 떠들썩 했던 축제가 끝이 나고 나와 여친은 타로녀가 가진 타로카드에 대해서 더 이상 신경쓰지 못했음. 뒷정리도 장난 아니었기 때문임.
결국 그 타로카드에 대해서는 흐지부지하게 관심에서 멀어졌음. 학교에서는 타로녀가 대단히 점을 잘 본다고 소문이 났음. 하지만 그 소문을 들은 여친은 얼마 지나지 않아 징조가 나타날 거라고 내게 얘기했음. 과연 그 징조는 축제가 끝나고 며칠이 지난 시점에서 일어났음.
타로녀의 안색이 눈에 띄게 나빠지기 시작했기 때문임. 축제 일을 계기로 난 타로녀와 상당히 친해 질 수 있었음. 농담도 자주 하고 관심사 같은 거나 카드에 대한 것을 많이 물어도 보았음. 그 와중에 타로녀가 악몽을 자주 꾼다는 것을 알게 되었음.
타로녀 : 모르겠어. 며칠 동안 같은 꿈만 꿔. 여자아이를 본 것 같은데... 됐어. 아무것도
아냐.
나 : 그래? 혹시 네가 썼던 그 카드 때문에 그런 거 아냐?
의도적으로 그렇게 넌지시 물어봤지만 타로녀는 말도 안 된다고 무시함. 결국 이틀 정도 지나자 타로녀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음. 열혈담임샘 말로는 타로녀가 무척 아프다고 하는 거임. 이거 아무래도 병문안을 핑계로해서 그 카드를 없애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했음.
하지만 여자애 집에 남자 혼자 찾아간다는 것은 엄청난 오해를 불러 올 수 있음. 특히 우리
여친 같은 경우는 엄청난 질투의 화신이심. 알게 모르게 내가 혹시 아는 여자와 필요이상으로 친밀하게 지내나 감시하고 있을 정도임. -_-;;;;;
아무리 그 카드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여친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음. 그래서 난 ABC와 같이 점을 보았던 여자멤버123을 데리고 방문을 갔음. 집단으로 가면 정신도 없을 테고, 내가 슬쩍 하는 것도 모를 것임.
타로녀 부모님은 반 친구들의 방문에 무척 환영해 주셨음. 딸아이의 학교생활이 좋다는 증거이기 때문임. 간식도 많이 주셨는데 난 직접 튀겨주셨던 후라이드 치킨 맛을 아직도 잊지 못함. ㅠ_ㅠ 너무 맛있었음. 목적을 잊어 버릴 정도로. ㅋㅋㅋㅋ 하여간 타로녀도 우리들의 방문을 무척 좋아했음.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하다가 나는 넌지시 다시 악몽에 대한 것을 물어봤음. 타로녀의 표정이 심각해 짐. 타로녀가 악몽에 대한 얘기를 해주었음. 쓰러질 정도로 아팠을 때부터 악몽이 뚜렷해 졌다는 거임. 병원에서는 원인을 알 수 없었고 그저 안정을 취하기 위해 집으로 왔건만 그 악몽의 세기가 더욱 심했다고 함.
타로녀가 들려준 악몽은 이랬음. 타로녀는 그게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 하지 못할 정도로 충격적이었다고 함. 꿈의 공통점은 타로녀는 침대에 누워 있었고 왠 여자아이가 자신의 배 위에 앉아 배시시 웃고 있었다고 함.
처음엔 매우 해맑아서 너무 예뻤다고 하는데 꿈을 꾸면 꿀수록 아이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져 갔고 최근에는 눈 알이 빠져 시커멓게 변한 얼굴과 귀까지 찢어진 입으로 계속 타로녀의 이름을 불렀다고 함. 그때부터 심하게 아프기 시작했다는 거임.
타로녀 : 그리고 어제부터 점점 내 얼굴과 가까워졌어. 그리고 점점 입을 벌리더라.
날 잡아 먹으려는 것처럼.....
악몽 얘기가 무척 소름끼쳤기 때문에 여자멤버123의 얼굴은 울상이 되었고 비슷하게 경험한 BC도 심각해졌음. 나와 A만이 평정심을 유지했는데 솔직히 나도 겉으로만 그랬고 속으론 졸라 무서웠음. 내가 그런 꿈을 계속 연속적으로 꾼다면 아마 미쳐버릴 지도 모름.
말을 마친 타로녀는 울음을 터트렸고 더 이상 자고 싶지 않다고 했음. 자면 그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임. 그래도 타로녀는 친구들이 와줘서 참 든든하다고 함.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 날 때 나는 책상 위에 있는 그 카드를 보게 됨.
타로녀가 다른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는 사이, 나는 그것을 재빠르게 훔쳤음. 타로녀는 기운이 없었기 때문에 모를 것임. 목적을 달성한 난 친구들과 따로 헤어지고 ABC도 먼저 보냄. 그리고 공원 한 적한 곳으로 가서 라이터(미리 빌린 거임. 나 담배따윈 안 핌)로 그것을 태워버렸음.
가지고 오는 내내 정말 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답답했는데 이 카드가 내가 지를 없애려 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방해 한 것 같음. 토할 것 같은 걸 참았음. 활활 타오르는 카드를 보니 마음이 한 결 편해졌음.
타로녀가 건강해 질 것이라 생각하며 발걸음이 가벼워 짐.
내 예상대로 타로녀는 다음 날 학교에 나왔음. 아끼던 카드가 없어진 것에 좀 의기소침했지만 그래도 밝아졌으니 다행임. 혹시 그 뒤로 악몽을 꾸었나 싶어 물어보았음.
우리를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이 들었는데 그 여자아이가 타로녀의 다리를 붙잡고 살려달라고 했다함. 와, 그 소리를 들으니. 진짜 그 카드에 악령이 들어 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달음. 꿈에서 깨었을 때 몸이 무척 가벼워 졌고 깨끗히 나았다고 함.
하지만 카드가 사라진 것 때문에 한동안 난리를 피웠음. 혹시 우리들 중에 누가 가져갔나 조사하기도 했음. 그래도 끝내 밝혀내진 못함. 졸라 치밀하게 훔쳤는데 알리가 있겠음? ㅋㅋㅋㅋㅋㅋ 여친도 칭찬했음.
근데 ㅅㅂ, 그 망할 악령 년이 내 생애 최초이자 최후의 도둑질을 하게 만들 줄은 정말 몰랐음. -_-;;;
신비한 타로카드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임.
근데 생각해 보니 이건 신비한 타로카드가 아니고 악령이 깃든 타로카드라고 해야 맞을 것
같음.
근데 그냥 신비한 타로카드로 가겠음.
다음 에피소드는 적막한 도서관 편으로 하겠음. ㅋㅋㅋㅋ 여친 말로는 도서관이야 말로 귀신이 많이 모여드는 곳이라고 했음. 도서관 자주 가시는 분들 긴장 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