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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싹 괴담] 귀신과 싸우는(?) 내 여친이야기 - 8 - (0) 2012/04/12 AM 01:50
이번 에피소드는 저주 받은 인형임!!!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겨우 슬픔에서 헤어 나온지 2개월이 흘렀음. 무더워 지기 시작한 6월의 어느 날, 나와 친구A는 게임장 근처를 지나다가 우연찮게 인형뽑기 기계를 보게 되었음. 제법 크고 다양한 종류의 인형들이 많기에 흥미를 가졌음.


내 여친은 인형을 좋아했음. 다만 사람 모양의 인형을 대단히 싫어했음. 예로부터 사람 모양의 인형은 저주도구로 자주 사용되어왔다고 함. 그리고 영령이 가장 쉽게 깃들 수 있는 물건이라고 했기 때문에 자연히 나도 사람 모양의 인형을 싫어하게 되었음.


A : 야, 한 번 뽑아 볼까?
나 : 뽑을 줄은 아냐?
A : 쩝, 한 번도 해 본 적 없어. 보기에는 쉬워 보이는 데.
나 : 임마, 괜히 돈 날릴 일 있냐? 저거 분명히 밑에 지우개 같은 거 매달아 놨을 걸.


그러면서도 우리는 인형뽑기 기계를 구경하게 되었음. 인형들 대부분이 동물 인형, 혹은 캐릭터 인형들이었음. 간혹 사람모양의 인형도 있었음. 구경을 하다가 한 번 해보고 싶어서 돈을 넣었음. 다분히 충동적이었음. 호기심이 발동하면 난 주체를 할 수 없음. -_-;;;;


나 : 오? 잡혔다!
A : 어라? 진짜 잡히네.


내가 뽑은 것은 돌고래 인형있음. 손바닥을 모두 펼친 것 정도의 크기였지만 설마 시작하자마자 뽑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에 무척 재밌었음. 그래서 여러번 도전을 했는데 모두 실패하고 말았음. 내 돈.... ㅠ_ㅠ 그래서 사람은 욕심 부리면 안된 다는 거임.


나 : 젠장, 군것질도 참아가며 아끼던 돈이 날아갔어. 내가 미쳤지.
A : ㅋㅋㅋ, 그래도 인형 하나 건졌으니 손해는 아니지.
나 : 그렇긴하지. 내 여친이 인형을 좋아하거든. 나중에 선물로 줘야 겠다.
A : 에휴, 넌 어째 뭐가 생기면 죄다 여친에게 줄 생각만 하냐?
나 : 부러우면 부럽다고 말하라니까.
A : 솔직히 말하면 부럽다, 씨이.
나 : ㅋㅋㅋㅋㅋ 이게 다 능력이다. 이 능력 없는 놈아!
A : 뭐, 임마!?


그렇게 투닥거리고 있을 때 누군가가 다가왔음. 보니까, 우리 반의 여학생이었음. 별로 친하지는 않지만 인사 정도나 간단한 대화 정도 하는 사이임. 이 여학생은 제법 예쁘장 해서 남자애들에게 인기가 많았음. 특히 A가 가장 좋아했음.


이 색히는 아니라고 부정을 하지만 틈만 나면 이 여자애를 쳐다보고 있는데 바보가 아니고서야 그 걸 보고도 모를 수가 있겠음? 어쨌든 인사를 해주는 여자애에게 우리도 인사를 해줬음. 이 여자애를 인형녀라고 하겠음. 어디에서나 항상 인형악세사리 같은 것을 가지고 다닐 정도임.


인형녀 : 너희들도 인형뽑기 같은 거 하니?
나 : 그냥 심심풀인데.
A : 으, 응.
나 : 근데 너는 여기 웬 일이야? 내가 알기로는 너네 집은 이쪽이 아닌 걸로 아는데.
인형녀 : 마음에 드는 인형이 여기에 많거든. 근데 그거 돌고래네?
나 : 엉. 운 좋게 뽑았지.
인형녀 : 귀엽네.


나랑 인형녀가 대화를 하는데도 A 녀석은 한마디도 못했음. 이런 쑥맥 같으니. 나는 이제 집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길게 얘기 할 수 없었음. 그래서 인사를 하려고 하는 찰나. A녀석이갑자기 내 돌고래를 빼앗더니 인형녀에게 건네주는게 아니겠음?


A : 이거, 너 줄게.
인형녀 : 어? 받아도 돼?
A : 응. 그냥 재미삼아 뽑은 거니까.
인형녀 : 와! 고마워! 잘 간직할게.
나 : -_-........


저기요? 그 인형 제가 뽑은 건데요? 이보셔? 여봐!!! 내 황당한 표정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돌고래 인형을 보고 연신 귀엽다고 하는 인형녀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A는 그 인형의 주인이 나라는 것을 홀라당 까먹어 버린 것 같았음.


하지만 왠지 여기서 초를 쳤다가는 A 녀석에게 무한으로 까일 것 같아서 일단 아닥하기로 했음. 인형녀와 헤어지고 집으로 향하던 도중까지도 이 녀석의 흐물흐물 거리는 표정은 아직도 잊을 수 없었음.


나 : 이 썩을 놈.
A : 헤헤. 고마워.
나 : 내가 뽑은 인형인데 그걸 빼앗아서 주는 경우가 어딨냐? 날강도놈아.
A : 먹을 거 사줄 테니까, 나 좀 도와주라. 응?
나 : 안 사주면 죽는다, 너?
A : 알았어. 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친구니까, 그깟 인형쯤이야 넘겨 줄 수 있음. 하여간 A는 그 인형녀가 정말 좋은 모
양임. 듣기로는 인형녀도 아직 남친이 없다고 한 것 같음. A는 평범한 인상에 키도 나와 비
슷했음. 그래도 순박한 녀석이라 나름 매력이 있을 거라 생각함.


그날 나는 집에서 어김없이 여친과 전화통화를 했음. 시골까지 날아와 준 여친의 마음에 무한 감동한 나는 더더욱 여친과의 사이가 긴밀해져 가는 것을 느꼈음. 목소리를 듣는 것조차도 기분 좋았음. 그렇게 시시콜콜하지만 달달한 대화를 나누다가 오늘 뽑은 돌고래 인형까지 화제가 넘어갔음.


내가 미쳤지. 왜 돌고래 인형 얘기를 꺼냈을까. 여친의 취미가 인형수집이었다는 것을 잠시 간과했음. 인형녀와 취미가 매우 흡사함. 다만 많이 모으지 않을 뿐이지만.


여친 : 와! 그래서 돌고래 인형을 뽑은 거야?
나 : 엉. 처음 해보는 뽑기였는데 시작하자마자 뽑았더라고. 근데 그 다음부터는 계속 실패
해서 돈만 날렸어. 나 이제 거지여.
여친 : 그래도 뽑았으니 다행이네.
나 : 뭐, 본전은 뽑은 셈이지.
여친 : 나 돌고래 인형 무척 좋아하거 알지? 언제 보내 줄 거야?
나 : ........헉.
여친 : 왜 그래? 나 줄려고 뽑은 거 아니었어?
나 : 그, 그렇지.
여친 : 내 남자가 처음으로 뽑아준 돌고래 인형이겠네. 기념으로 삼아야지.


순간 속으로 ㅅㅂ X됐다를 백만번 외침. 생각해보니까, 여친의 인형취양이 해양동물이었음. 그 중에서도 범고래와 돌고래를 무척 좋아했는데 내가 왜 그걸 생각하지 못했는지 이 저주 스러운 머리를 쥐어 뜯고 싶었음. 이 놈의 건망증이 문제여.


여친 : 응? 왜 대답이 없어? 여보세요?
나 : 아... 어... 보, 보낼게. 응. 이번 주 안으로 보낼 게.
여친 : 기대할게.


내일 학교 끝나자마자 인형가게에 가서 돌고래 인형을 사야겠다고 생각했음. 인형뽑기로는 못뽑음. 내가 그걸 뽑은 건 기적임. 더 이상 뽑을 자신없음. 차라리 가게에서 사는게 더 쌀 것임. 괜히 인형뽑기를 무리하게 했다가 내 남은 돈을 날리고 싶지 않음.


근데 인형가게에서 사든, 인형뽑기로 뽑든 대 적자라는 사실임. ㅠ_ㅠ 가난한 학생은 그렇게 꺼이꺼이 울며 하루를 보냅니다.


다음 날, 나는 득달같이 A에게 달려들었음. 근데 이 놈이 내가 마구 구타해도 계속 쳐 웃고
만 있음. 진심 소름끼칠 정도임. 이놈이 뭘 잘못 먹었나 싶었음.


A : ㅎ핳하하핳하하핳핳로호하허ㅏ허하할하ㅏㅇ하항하핳아항ㅎㅇ
나 : 이게 드디어 미쳤구나.
B : 내비둬. 지금 저놈 제정신 아냐.
C : 빌어먹을. 아까 인형녀가 저 놈에게 어제 고마웠다고 인형을 주더라고. 우리가 모르는
뭔 일이 있는게 틀림없어.


-_-.... 그렇게 된 거였군. 이놈 꼴을 보니 내가 아무리 까대도 한 귀에 흘려 버릴 기세였음
. 인형녀는 A가 준 돌고래 인형의 보답으로 자기가 아끼는 인형 중 하나인 귀여운 홍길동 인형을 A에게 준 것임. 즉, 교환 한 것이라 볼 수 있음.


이 날 이후 A는 인형녀와 자주 이야기를 나누었음. 쑥맥이던 놈이 그래도 자신감이 생긴 것임. 이게 다 내 돌고래 인형 덕에 생긴 계기였음. 분명 난 좋은 일을 한 거임.


근데 왜 난 대 적자임? 여친에게 거짓말 한 것이 미안해서 범고래 인형까지 추가하여 택배로 보냈음. 여친은 좋다고 노래를 불렀지만 난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음. ㅠ_ㅠ


하여간 A는 인형녀와 상당히 잘 돼 가는 것 같았음. 듣기로는 인형도 몇 번 더 교환했다고
함. 나나 친구들 몰래 A는 인형뽑기를 연습했던 것임. 그래서 지금까지 나와 친구들 사이에서 이놈은 인형뽑기 마스터로 통하고 있음. 인형 뽑아달라고 하면 아주 능숙하게 뽑아 줌.


공부 할 때 그렇게 좀 해봐라, 이놈아. -_-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용기를 낸 A가 드디어 인형녀에게 고백을 했음. 그리고 멋지게 성공함. 그 사실을 알게 된 BC는 심하게 질폭을 하긴 했지만 A녀석이 용기를 내서 고백한 것에 난 진심으로 축하했음. 있는 자의 여유임. ㅋㅋㅋㅋ


근데 이 썩을 놈이 그 뒤로 우리와 놀지 않고 인형녀와 붙어 다니기만 함. -_-..... 지난날
의 은혜를 잊었더냐. 뭐, 처음 사귀는 여친이기도 하니까 나는 쿨 하게 용서했지만 BC는 용서가 안 되나 봄. 두 번째 배신자라나 뭐라나. 물론 첫 번째는 나임.


어쨌든 A가 인형녀와 재미나게 노는 동안 나와 BC만이 어울려 다녔음. 남자 놈들이 어울려 다니는 곳이라고 해봐야 PC방뿐임. 스타나 하고 노는 거임. 아니면 온라인게임 하던가.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인형녀가 나오지 않았음. A녀석은 아주 침울해져 있었음. 물어보니 인형녀가 어제밤부터 감기를 심하게 앓고 있었다는 거임. 혹시 자신을 찾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빨리 인형녀의 집으로 가고 싶다고 함.


수업이 모두 끝나자마자 담당청소도 하지 않고 A는 번개같은 스피드로 도망쳤음. 연인이 아프면 걱정이 무척 많아 진다는 것을 알고 있던 나는 너그럽게 용서했지만 BC는 또 용서하지 못하나 봄. 분노의 빗자루 질을 하면서 질폭하고 있음. ㅋㅋㅋㅋ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인형녀가 단순히 아픈 걸로만 알았음. 그런데 3일이 지났는데도 인형녀는 낫지를 못했나봄. 게다가 A도 피곤한지 수척해 보였음. 병원에 가도 딱히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것임. 감기라고 하지만 원인 모를 고열은 해열제 만으로도 해결하기 힘든 모양인 것 같았음.


일단 감기는 쉬는 것이 제일이기 때문에 경과를 지켜봐야 겠다고 A는 말했지만 얼굴 표정 보면 거의 울기 직전이었음. 그래서 A의 여친이기도 한 인형녀가 걱정이 되어 병문안을 가게 되었음. 나와 BC가 돈을 모아 병에 담긴 오렌지주스 한박스를 문안선물로 사갔음.


하여간 A와 인형녀 때문에 최근 돈이 좀 나가는 것 같음. -_-;


인형녀의 집은 아파트였음. A와 같이 방문했을 때 인형녀의 어머님이 계셨음. 굉장히 젊어
보이셨고 인형녀와 똑같이 생기셨기 때문에 순간 B가 누나라고 부르기도. 하여간 찾아줘서 고맙다며 환영을 받았음.


우리 외에도 먼저 병문안 온 친구들도 여럿 있었다고 함. 어쨌든 우리는 인형녀의 방으로 들어갔음. 인형녀는 그 동안 감기 때문에 제대로 먹지 못해서 매우 수척한 모습이었음. 얼굴이 반쪽 됐다는 표현이 딱 들어 맞을 정도임. 보는 내가 다 안쓰러울 정도였으니.


그건 그렇고 인형녀의 방은 예상대로 인형 천지였음. 종류도 각양각색임. 그래서 그런지 좀 섬뜩한 면이 있었음. 왜냐하면 마치 저 인형들이 날 쳐다보는 것 처럼 느껴졌기 때문임. 누구든 이 방에 들어오면 그런 느낌을 받을 거라 확신 할 수 있음.


우리는 인형녀의 상태를 확인하고 돌아갔음. 다만 A만이 인형녀 집에 남아 간호를 한다고 함. 나와 마찬가지로 A는 참 지극정성임. 그러니까, 아직까지 사귀고 있지. 이 둘은 나와 여친보다 1년 정도 적음. 그래서 여친이 자주 후배커플이라고 함. ㅋㅋㅋㅋ


어쨌든 다음 날, 우리는 더욱 안절부절해 하는 A를 만날 수 있었음. 보기에도 심리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임. A는 우리들에게 전날의 일을 설명해 주었음. 그 얘길 듣고 나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음.


인형녀가 악몽을 꾸면서 헛소리를 한다는 거임. 이제까지 이런 일이 없었는데 우리가 돌아가고 난 뒤, 한 두시간 쯤 지났을 때 갑자기 발작을 했다고 함. 그리고 마구 이상한 소리를 내뱉었는데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무슨 뜻인지 몰랐다고 함. 하지만 마지막 말은 A가 알아들었다고 함.


A : 인형이 자기 목을 조르려고 한다고.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어.
B : 진짜냐? 무슨 꿈을 꿨기에 그런거지?
C : 인형이 하도 많아서 그런 악몽을 꾼게 아닐까? 그런 사례도 여럿있잖아.
A : 모르겠어. 인형녀가 대체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 고생을 해야 되는지.
나 : 어쨌든 넌 되도록이면 인형녀 곁에 있어줘. 그게 아마 큰 힘이 되줄 거야.
A : 하아.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야.


이상한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일시적인 생각이라고 생각했음. 하지만 이틀이 지나도 인형녀의 상태는 호전되기는 커녕 더욱 나빠져만 갔음. 인형녀가 계속 비슷한 악몽을 꾸는것 같다고 A가 설명해 주었음. 그리고 지금 병원에 입원 중이라고 함.


여친 : 가능성이 있어.
나 : 그렇지?


인형녀가 병원에 입원 한지 3일제 되던 날, 난 여친에게 전화를 걸어서 물어보았음. 연속해
서 인형에 관한 악몽을 꾼다는 점에 의혹을 품었기 때문임. 여친은 저주 받은 인형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음.


여친 : 거의 일주일 됐다고 했지?
나 : 어. 근데 갈수록 심해져서 병원에서도 고칠 수 없나봐.
여친 : 그렇겠지. 아무래도 정황을 보자면 저주 받은 인형일 가능성이 많아.
나 : 누나야, 그럼 어떻게 해야 돼?
여친 : 일단은 그 인형을 찾아 내는 게 순서겠지.
나 :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어?
여친 : 직접 속을 들여다 보지 않고는 알 수 없어.
나 : 헉, 누나도 모른다는 거야?
여친 : 그래. 그건 영적인 개념이 아니니까. 수상해 보이는 인형을 뒤지는 수밖에 없어.
나 : 진짜 그렇다면. 이거 골치 아프네. 인형이 허벌라게 많던데.


결국 그 많은 인형을 다 뒤져야 한다는 것에 정신이 아득해 지는 것을 느꼈음. 대충 세봐도
한 몇 백개는 될 것 같은데. 장식장이며 서랍이며, 책상이며, 선반이며 할 것 없이 온통 인
형 천지였음. 대체 이 많은 인형을 어디서 얻었나 싶을 정도로 많은 거임.


나 : 또 고생하게 생겼구만. 그건 그렇고 다다음주가 빨리왔으면 좋겠다.
여친 : 그러게. 시간이 빨리 갔으면 좋겠어.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내려가고 싶은데.
나 : 헤헤, 방학동안 누나 얼굴 실컷 보고 살 수 있겠네.
여친 : 나도 네 얼굴 실컷 보고 살거야. 너무 보고 싶어서 매일 꿈까지 꾼다니까.
나 : 그렇게 내가 그리웠어? 매일 전화 하는데?
여친 : 직접 안아 보는 것 하고는 틀리지, 바보야.
나 : 그럼 만나서 실컷 안아 줄게. 그러면 되지?
여친 : 안아 주기만 할 거야?
나 : 야한 짓도 해줘?
여친 : 너, 안 본 사이에 많이 능글능글해졌다?
나 : 농담이야. 뽀뽀도 많이 해줄 게. ㅋㅋㅋㅋㅋ


이제 곧 있으면 여친이 내려옴. 벌써부터 설렘. 가끔 여친이 내려오기도 했지만 횟수는 많지 않았음. 더욱이 난 가난한 학생이었기 때문에 서울로 찾아갈수도 없었음. 인형 두 개에 파산할 정도였으니 말 다했음. ㅋㅋㅋㅋ


어쨌든 일단 나는 인형에 관한 문제를 가지고 A와 상의를 했음. 당연하게도 A는 내가 제정신인지 의심부터했음. 일반사람들 상식으로 판단한다면 나를 미친 놈이라고 했을 거임. 하지만 내가 겪은 일들이 일반 상식으로 판단 할 수 없는 것들이기에 나설 수 있는 것임.


A : 너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나 :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말이 안 되지.
A : 그걸 알면서 내게 그런 소릴 하냐?
나 :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라며?
A : 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주 받은 인형이 있을지도 모른다니. 그걸 쉽게 믿겠냐고.
나 : 1년 전에 귀신 나온다고 내 다리 붙잡고 자고 가라고 했던 건 어디 사는 누구지?
A : 이씨! 너 그 얘기 꺼내지 말라고 했지! 그건 내 착각이었다고!
나 : 그 착각 때문에 너 고생 무지하게 했잖아.
A : 그거야, 그렇지.
나 : 니 여친이 인형 나오는 악몽을 꾼다며? 그래서 인형을 조사해보자 이거야. 니 경우하고 비슷하지 않냐?
A : 그래도 이거하고 그건 좀 다른 것 같은데.
나 : 밑져야 본 전 아니겠냐? 조사해봐도 나쁠 건 없잖아.
A : 그런가? 왠지 나 지금 설득 당한 것 같은데.


끈질기게 A를 설득한 끝에 협력을 얻게 되었음. 사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나설 필요는 없지만 가능성이 있는 문제이고 무엇보다 내 베스트 프렌드의 여친이 고생을 하는데 못 본 척 넘어 갈 수가 없었음. 그러니까, 나도 손해 보고 사는 착한 녀석 타입인 것임.


얼마 후 병원에서도 별 뾰족한 수도 없고 계속 돈만 나갔기 때문에 인형녀의 부모님은 할 수 없이 인형녀를 입으로 데려옴. 일요일 시간을 내서 나와 A는 인형녀의 집을 찾았음. 그리고 인형녀가 잠든 틈을 타서 열심히 인형을 뒤져보았음. 진짜 그날 왠 종일 인형을 뒤졌는데 죽는 줄 알았음.


하지만 저주에 관한 단서 같은 건 나오지 않았음. 나 이때 졸라 당황했음. A는 시간과 인력
의 낭비라며 분노했음. 덕분에 폭풍으로 까임. ㅠ_ㅠ 여친의 판단을 믿었던 나는 급 당황하
여 결국 구석에서 깨갱함.


인형녀 : 무슨 일이야?


우리가 시끄럽게 군 덕분에 인형녀가 깨어났음. 전보다 더욱 수척해졌음. 힘이 없는 목소리에 A는 감정이 격해졌는지 눈물을 흘림. 하지만 모처럼 깨어난 인형녀에게 난 묻고 싶은 것이 많았음. 꿈 얘기는 인형녀가 너무 무서워 했기 때문에 끝내 들을 수 없었지만 인형만이라도 어떤 건지 알고 싶었음.


나 : 네 꿈에 나온 인형이 어떤 건지 그것만이라도 알려 줄 수 있어?
A : 야, 너 그 얘기 더 이상 꺼내지 말라고 했잖아!


노발대발하는 A를 무시하고 인형녀를 똑바로 응시했음. 인형녀는 좀 생각을 하더니 얘기해주었는데 뜻밖에도 세일러문이라는 겅미. 심각해져 있던 나와 A의 표정은 말그대로 -,.-이렇게 되버림. 세일러문이 널 죽이려고 했더냐? 부가 설명을 하자면 8등신 세일러문 인형이 아니고 3등신의 귀여운 인형이라고함.


이건 진짜 생각외였음. 그래서 아직도 인형녀는 세일러문 인형만 보면 이때가 생각난다고 함. 어쨌든 나는 일단 세일러문 인형을 모았음. 한 다섯 개 정도 되었음. 모양은 비슷비슷했음. 그래서 그걸 다 뒤져봤는데 아무것도 발견 할 수 없었음.


흐미, 이거 진짜 내가 헛다리 짚은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창피해졌음.


나 : 이거 외엔 없어?
인형녀 : 없어.
A : 곰돌아, 걱정해줘서 고맙긴 한데 이제 그만하자. 응?
나 : 이거 참.


결국 여친이 틀렸다는 것 밖에 답이 없는데. 난 이제까지 여친이 틀린 판단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굳게 믿는 남자였기에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았음. 그러던 중, 인형녀는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책상 맨 아래 서랍 안에 있던 상자를 꺼냈음.


과연 그 상자 안에는 세일러문 인형이 담겨져 있었음. 3등신의 귀여운 인형. 하지만 웃고 있는 표정이 무척 섬뜩했음. 인형녀는 아무래도 꿈에서 나온 것이 이것 같다고 했음. 일단 나는 인형의 여기저기를 살펴보았음. 그러던 중, 이 속에 무언가 딱딱한 것이 잡혔음. 그래서 뜯어봤더니, 세상에....


두꺼운 종이뭉치에 검붉은 액체가 묻은 긴 머리카락이 둘둘 말려져 있는 것이 들어 있었음. 난 직감적으로 이 검붉은 액체가 피라고 생각했음. 드디어 찾아낸 것임. 보통 인형에 이딴게 들어있겠음? A는 할 말을 잃었고 인형녀는 너무 놀라서 간신히 일으켰던 몸이 무너졌음.


나 : 진짜 악질적이네. 이거 누구 글씨야?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두꺼운 종이뭉치를 펴봤더니 붉은 글씨로 빼곡히 적혀있었는데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고통에 빠지게 될 것이다.' 라는 중2병 같은 내용이었음. 이건 틀림없는 저주였음. 충격을 받은 인형녀와 A를 남겨두고 난 거실로 나와 여친에게 전화를 걸었음.


여친 : 찾았어?
나 : 응. 근데 이 뒤로 어떻게 해야 돼?
여친 : 깨끗히 태워버려. 그리고 한 동안 그 여자애에게 대추차를 마시게 해.
나 : 대추차?
여친 : 기력도 회복되고 우울한 기분도 가시게 될 거야. 대추차가 꽤 효능이 좋거든.
나 : 오홍? 대추차가 그런 효능도 있었어? 나도 좀 마셔야 겠네.
여친 : 만드는 건 간단하니까, 내려가면 손수 끓여 줄게.


여친과 통화를 끝내고 A와 인형녀에게 갔음. 근데 안에 분위기가 조금 전보다 심각한 거임. 인형녀는 울음을 터트리고 있었고 A는 그런 인형녀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토닥이고 있었음. 너무 놀라서 그런게 아닐까, 싶었는데 전혀 다른 이유였음.


나 : 전 남친에게 받은 거였다고?
인형녀 : 응. 중학교 때 사귀었던 전 남친이 준거야.


A를 슬쩍 보니, 역시나 복잡한 심경임. 여튼 인형녀의 말을 종합해 본다면 전 남친은 장난
아니게 허세가 심했던 오컬트 매니아라고 함. 인형녀의 방에 있는 인형들 중 절반 가량이 오컬트에 관련된 것들이었는데 아마도 그 놈에게 영향을 받은 듯 함. 중학교 시절에 3개월 정도 사귀었다고 함.


하지만 너무 허세가 쩐 전 남친 덕에 힘든 일이 많았던 인형녀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전
남친에게 헤어지자고 했음. 그러나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잘난 줄 알고 인형녀를 대놓고 무시하기도 한 전 남친은 쫓아 다니면서 스토커 질을 일삼았음. 게다가 악의적인 소문을 퍼트려 인형녀를 폄하 하기도 했음.


결국 인형녀가 친하게 지냈던 오빠들에게 부탁하여 전 남친을 쫓아냈다고. 이후 남친은 전학을 갔다고 함. 그래서 얼마 동안 평화로웠는데 어느 날 갑자기 소포가 왔는데 전 남친의 이름으로 온 것이었음. 열어 보니 인형이었고 이별선물이라고 아주 중2병스러운 문장력을 선사한 전 남친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든 착한 인형녀는 그것을 버리지 못하고 소장하게 됨.


인형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함부로 버릴 수 없는 성격적인 이유도 있었던 것 같음. 어쨌든
이 인형의 출처를 알게 된 것이고 A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듯 했음. 내가 이제까지 A와 친구로 지내면서 화내는 것을 딱 세번 보았는데 그 첫번째가 이 때였음. 진짜 얌전한 놈이 무섭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줌.


그 인형을 태워버린 이후 인형녀는 기력을 되찾아 갔음. 그리고 내가 추천해 준대로 꾸준히 대추차를 마심. 이때 대추차를 사랑하게 되어 아직도 인형녀의 주 기호품임. 나도 마찬가지지만. 여친이 끓여준 대추차는 나와 인형녀를 열광에 빠트리게 할 정도로 맛있었음.


수소문 한 끝에 A는 그 놈의 집주소를 알아냈다고 함. 분노에 이성을 상실하면 인간은 끝도 없이 집요해 지나봄. 결국 휴일 날 A는 나와 BC를 데리고 1시간 거리에 있는 지방으로 원정을 떠남. 마치 조폭이된 기분이었음.


그 놈은 고층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음. 그 놈 집앞까지 쳐들어가 초인종을 눌렀는데 아무도 없었음. 그래서 우린 아파트 입구에서 그 놈을 기다림. 그놈 사진을 우연찮게 발견해서 얼굴을 알 수 있었음. 인형녀가 따로 보관한 것이 아니라 서랍을 뒤지다가 흘러 나온 것임. 그때 졸라 당황한 인형녀의 표정은 아직도 못 잊음. ㅋㅋㅋㅋ



A : 저 색히 맞지?
나 : 그런 것 같은데. 근데 사진하고는 체형이 좀 다른데? 저건 나보다 더 통통하잖아.


인형녀와 같이 찍혀 있는 전 남친의 모습은 상당히 마른 모습이었음. 근데 지금 우리 눈 앞
에 오는 놈은 나보다 더 통통했음. 하지만 얼굴이 매우 비슷했기 때문에 일단 물어보았음.
근데 역시 맞았음.


게다가 이놈. 진짜 이상한 놈이었음. 우리가 도망치지 못하게 포위하자 마구 욕설을 내뱉더니 자기 형이 깡패라는 둥, 자기 부모님이 고위급 공무원이라는 둥. 별의별 말을 다 지껄였음.


무엇보다 A를 화나게 만든 건 그놈이 인형녀를 심하게 험담했음. 나나 BC도 얼굴이 새빨개 질 정도로 화가 나게 만들었는데 당사자의 남친인 A는 얼마나 열받았겠음? 게다가 인형녀에 대한 온갖 음담패설은 내 귀를 썩게 만들 정도임.


하지만 A는 참아냈음. 마지막으로 왜 그런 인형을 보냈냐고 물으니 그놈은 자길 차버린 여친이 괘씸했기에 벌을 내린 것이라고 함. 그 벌 때문에 인형녀가 죽도록 고생을 했는데 그놈은 아주 고소하다는 듯이 쳐웃기만 했음. 진짜 그 표정은 정말 죽이고 싶을 정도로 재수없었음.


결국 분노한 A는 그놈을 진짜 죽도록 팼음. 나와 BC는 말리지도 않고 방관만 했음. 결국 이
웃주민의 신고로 경찰까지 왔고 학교에 연락이 가게 됨. 그놈 부모님이 노발대발했고 A의 부모님이 지방에서 올라와 사과하실 정도였으니 사건은 진짜 크게 커졌음. 다행히 정학처분까지만 받았고 병원비를 물어주는 선에서 마무리 됨.


물론 우리도 똑같이 징계를 받았음. 어차피 각오한 일임.


난 A가 A부모님에게 잔뜩 깨질 줄 알았는데 아버님이 쿨하셨음. 전후사정을 들으신 거임. 오히려 잘했다고 격려해 줌. 그리고 내려가시기 전에 인형녀와 만나 식사도 하셨다고 함. 근데 왜, 우리 아버지는 저렇지 않나효?


야구빠따로 오라지게 쳐맞았음. 꺼이꺼이. ㅠ_ㅠ 아마 BC도 마찬가일 거임. 이럴 줄 알았으면 우리도 그 색히 패는 거였는데. 억울함! 하여간 3일 정학을 맞고 집에서 놀게 됨. 하필이면 정학 2일째에 여친이 내려왔음. 여친네 대학이 다른 대학보다 일찍 방학을 한 거임. 여친은 집에서 놀고 있는 날 보고 어처구니 없어 했음.


여친 : 그새 사고를 치다니. 철 좀 들지 않으련?
나 : 누나야. 내 또래 중에 나만큼 성숙한 놈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여친 : 내가 보기엔 너도 애거든? 어떻게 허구헌날 사고만 쳐대냐. 내가 이래서 걱정이라니
까. 대체 생각이 있는 거니, 없는 거니?
나 : 안 그래도 아버지에게 죽도록 맞았고 어머니에게 밤새도록 시달렸는데, 누나까지 이럴거임? 나 좀 위로해주삼. ㅠ_ㅠ
여친 : 에구구, 곰돌씨. 고생하셨네요... 이렇게?
나 : 그리고 꼭 안고서 키스 해주는 거지. 자, 해봐.
여친 : 이게 그냥 죽으려고 용을 쓰네!
나 : 악! 폭력반대!
여친 : 거기 못써!? 당장 이리 안 와!?


여친과 만나자마자 숨바꼭질을 해야만 했음. 이놈의 팔자는 어찌된게 예나 지금이나 지지리도 복이 없어요. 여친이 와서 무척 기쁘긴 했지만 일단 좀 꼬집혔음. 여친은 화가 나면 꼬집음. ㅋㅋㅋ 그래도 내가 꼭 껴안고 침대에 쓰러트리자 그제서야 화가 좀 누그러 들었음. 하지만 이일 때문에 두고두고 갈굼을 받게 됨.


A와 인형녀, 나와 여친. 그리고 솔로 BC가 한자리에 모여 식사를 했음. 알바로 돈을 좀 버신 여친님이 돈가스를 사준거임. A와 인형녀의 일이 잘 풀려서 다행임. 게다가 두 사람은 그 뒤로 아주 깨가 쏟아짐. A가 사고를 치긴 했지만 자신 때문에 그랬다는 것을 인형녀는 잘 알고 있음. 자고로 여자는 자신을 위해주는 남자를 좋아하는 것임. 나와 A가 그 좋은 예임.


BC 이것들은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여친이 자주 바뀜. 좀, 한 사람에게 안착했으면 좋겠음. 인형녀는 여친을 언니처럼 대하고 따랐기에 나와도 많이 친밀해졌음. 게다가 취미도 비슷했으니, 뭐 당연히 친해질 수밖에 없었음.


그 뒤로 인형녀는 세일러문에 관계된 인형은 쳐다도 안 보게 됨. 물론 인형은 여전히 좋아하지만 성인이 된 지금, 인형이 그때보다 많이 줄었음.


한 3분의 1정도로? 그래도 많은 거지만. A는 저주라는 것을 믿게 되었는데 그 이후로 그런 것과 관계된 것은 철저하게 검사했음. 그래서 두번 다시 저주에 관한 일에 말려들지 않았음. 그들 입장에서는 참 신기하고도 무서운 일일 것임.


어쨌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저주받은 인형, 에피소드는 여기서 끝임.


다음 에피소드는 흐느끼는 소녀(변경)로 하겠음.


많이 기대해 주세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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