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판타지 X OST - 언젠가 끝날 꿈 / いつか終わる夢 / Someday the Dream Will End
언젠가 끝날 꿈. "자나르칸드에서"와 함께 파이널 판타지 10의 두 메인 테마 중 한 곡입니다. 게다가 리마스터판을 실행했을 때 게임 선택 화면에서부터 이 곡이 나오는걸 생각하면 스퀘어에닉스가 인정하는 파이널 판타지 10 시리즈의 메인 테마라고 볼 수 있겠네요.
제목부터가 파이널 판타지 10 본편의 스토리를 관통하는 곡으로, 언젠가 끝나버릴 '꿈'인 티다의 이야기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파판10 OST를 통틀어 최고의 명곡으로 꼽고 싶은 곡이에요.
게임 중에는 키리카로 향하는 배 위에서 티다가 젝트를 떠올릴 때, 미헨 작전이 실패로 끝난 뒤 분노한 티다가 신을 쫓아갈 때, 자나르칸드 유적의 에본 돔으로 가는 길에서, 최종보스전의 직후 이렇게 네 번을 들을 수 있지만, 이 곡의 진짜 용도는 말할 필요도 없이 자나르칸드 에본 돔으로 가는 길입니다.
가가제트 산을 넘어 자나르칸드 유적에 도착한 티다 일행은 휴식을 하면서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회상하게 됩니다. 이 장면이 바로 오프닝의 자나르칸드 캠프 장면으로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모두 티다 일행이 여기서 그동안 있었던 일을 돌이켜보는 거였죠.
그렇게 밤이 찾아오고, 길고도 짧은 회상도 끝이 났습니다. 티다가 어떻게든 이야기를 더 이어가보려고 하지만 모두가 침묵하고, 이어서 유나가 이제 출발하자고 말을 꺼냅니다.
티다의 회상은 끝났고 이제부터 일어날 일은 정말 알 수 없습니다. 여행의 종착지가 드디어 눈앞까지 다가왔지만 끝끝내 유나의 마음은 바꾸지 못했습니다. 끝까지 나아가면 유나는 궁극소환을 얻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 신을 쓰러뜨릴 것이고, 그렇게 되면 기도자들이 꾸는 꿈인 티다의 운명 역시 알 수 없게 됩니다.
사실 전 이 게임을 파이널 판타지 X-2가 발매된 후인 2005년에 플레이했기 때문에 유나가 끝까지 살아남을거란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 연출이 너무 압도적이라 엄청나게 몰입했는데, 이 게임이 처음 발매됐을 때 플레이했다면 정말 장난이 아니었을겁니다.
다른 게임이라면 "메인 히로인을 죽여? 게다가 얘 없으면 소환이나 회복이나 딱히 대체제도 없는데? 협박 ㄴㄴ" 하고 넘어갔겠지만, 스퀘어가 파판7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생각해보면... 처음이 어렵지 이미 한번 저지른거 이번에 또 못할 것도 없거든요ㅋㅋㅋ
어쨌든 그렇게 만감이 교차하는 상황에 이런 BGM까지 나와주니 게임에 몰입이 안될 수가 없습니다. 환상적이면서 슬픈 분위기의 곡조에 중간중간에 박자를 맞추듯이 퍼져나가는 소리 때문에 허무함마저 느껴지는데, 이 분위기가 몽환적이고 가라앉은 분위기의 자나르칸드 필드, 그리고 원치 않는 여행의 목적지가 눈앞인 게임 상황에 너무도 잘 들어맞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인상깊은 연출로, 평소와는 달리 필드를 걷다 전투에 돌입해도 BGM이 바뀌지 않고 계속 이어집니다. 심지어 전투에 이겨도 걸음을 재촉하는 아론을 제외하면 아무도 포즈를 취하거나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필드 BGM과 전투 BGM이 나눠지는 RPG에서 이런 연출이 드문건 아니지만 이걸 이렇게 효과적으로 활용한 게임도 드물겁니다. 이 모든 연출이 자나르칸드에서 처음 출발하는 순간부터 사원에 도착하는 순간까지의 모든 장면을 하나의 이벤트처럼 느껴지게 만들어 줍니다.
파판10을 통틀어서 이정도로 BGM이 열일하는 장면은 또 없을겁니다. 이 장면 하나만 놓고봐도 스퀘어가 괜히 리마스터판 메인 테마를 이 곡으로 잡은게 아니에요ㅋㅋ
Symphonic Odysseys - Someday the Dream Will End
이쪽은 관현악 버전. 우에마츠 노부오씨의 곡들을 교향곡 형식으로 연주한 콘서트였던것 같은데, 파판10의 대표로는 이 곡이 뽑혔습니다. 원곡과는 다른 방향으로 굉장히 훌륭한 편곡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