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판타지 15 OST - Somnus Instrumental Version
Somnus, 솜누스. 게임 클리어 전까지 파이널 판타지 15를 켜면 타이틀 화면에서 처음 들을 수 있는 곡입니다. 데모였던 에피소드 더스카에서부터 들을 수 있었던 곡인데, 이미 그때부터 시스템에 호불호가 갈리던 와중에 이 곡만큼은 모두가 인정할 정도였죠.
어두운 밤하늘을 배경으로 한 타이틀 화면에 정말 잘 들어맞는 곡으로 조용하고, 평온하고, 쓸쓸하면서 나중엔 웅장하기까지 한 멋진 곡입니다. 파이널 판타지 15는 전체적으로 하자가 많은 게임이지만 OST만큼은 완벽한데 타이틀곡부터 정말 잘 뽑았어요. 이런 곡을 타이틀로 깔고 시작부터 이프리트한테 개털리는 임팩트 있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기대 안하고 버틸 수가 있나요. 사기꾼같은 놈들ㅋ
Somnus는 라틴어로 잠, 꿈, 잠의 신 히프노스, 심지어는 영면, 즉 죽음까지 잠과 관련된 여러가지 의미를 가진 단어입니다. 게임과의 관련성이라면 조금 애매하지만 불면증을 뜻하는 이름을 가진 루시스 왕국의 수도 인섬니아(Insomnia)와 밤하늘을 뜻하는 녹티스의 이름과 관련이 있다고 봐야할 것 같네요.
파이널 판타지 15 OST - Somnus
Deus dormit Et liberi ignem faciunt
신은 잠들고 그 자손들은 불을 지핀다
Numquam extinguunt Ne expergisci possit
그 불은 끌 수 없으며 신을 깨우지도 못한다
Omnia dividit Tragoedia coram Amandam quae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은 비극 앞에서 산산히 부서진다
Et nocte perpetua In desperatione
이 끝없는 절망의 밤 속에서
Auroram videre potest
신은 여명을 볼 수 있는가
Manet tempus expergiscendi
그는 깨어날 때를 기다린다
(출처: https://gamefaqs.gamespot.com/boards/932981-final-fantasy-xv/76392171)
게임 속에서 이 곡은 스토리의 마지막 장, 아딘과 결판을 내기 위해 돌아온 인섬니아의 필드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불면증인 인섬니아와는 모순되는 이름이지만, 시해로 인한 재앙으로 세상의 낮이 사라져버렸고 인섬니아는 괴물들만 돌아다니는 폐허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상황에 잘 들어맞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타이틀에서 듣던 곡을 게임 내에서 들어서 반갑기도 하지만, 추가된 가사가 내용을 보면 굉장히 음울한데다, 보컬도 가라앉은 느낌이라 비극이 예정된 스토리의 결말과 한밤중의 인섬니아 폐허에 어울려서 원곡보다 더 쓸쓸하게 들립니다.
사실 보컬이 붙은 버전은 이 작품이 파이널 판타지 13 베르서스였던 시절 트레일러에서부터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이 시점에 이미 완성된 곡이었죠.
별 관련은 없지만, 나중에 나온 아딘편 프롤로그 애니메이션과 DLC 아딘편에서 이 곡의 이름을 가진 캐릭터인 솜누스 루시스 카일룸이 등장합니다. 루시스 왕국의 초대 왕이란 설정의 캐릭터라 이 곡에 또다른 의미를 부여하는데, 사실 이놈은 이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 중 인성이 최고로 못되먹은 놈이라 플러스가 아니라 마이너스로 작용합니다. 단순히 사족을 넘어서 곡의 이미지를 떨어뜨린 나쁜 설정이라고 생각해요. 괜히 멀쩡한 곡을 듣기 찝찝하게 만드는 느낌.
역시 이 곡은 스토리 다 버리고 그냥 타이틀 화면에서 들었을 때가 가장 좋았어요. 애초에 스토리가 개판이라 스토리랑 엮어봤자 OST가 손해만 본다 싶습니다.
Final Fantasy XV Piano Collections 1번 트랙 - Dreaming of the Dawn - Somnus
원곡부터가 워낙 잘 뽑은만큼 피아노 콜렉션 버전도 훌륭합니다. 곡 자체의 완성도는 이쪽이 더 높다고 생각하지만, 원곡의 바이올린의 강렬함이 사라져서 조금 밋밋해진 느낌이기도 하네요. 굳이 하나를 고르자면 전 원곡쪽이 더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