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판타지 15 OST - ARDYN II
파이널 판타지 15 본편의 마지막 적, 아딘의 테마곡 두 곡 중 하나입니다. 사실 아딘이 적이라는건 이미 본편이 시작하기도 전인 킹스글레이브 때 다 드러나지만, 스토리 초중반까지는 녹티스 일행에게 계속 들이대면서 속을 알 수 없는 협력자같은 모습을 보이죠. 실제로 아딘의 첫번째 테마인 "ARDYN"은 상당히 가벼운 느낌의 곡입니다.
하지만 알티시에 때부터 스토리가 급전개되면서 녹티스가 보는 앞에서 루나를 찔러버리는 것을 시작으로 본색을 드러내면서 스토리의 마지막 적이라는 포지션을 확실히 합니다. 그리고 드러나는 아딘의 정체는 고대 루시스 왕가의 인물로 시해에 감염된 사람들을 돕다가 크리스탈에 거부당해 왕이 되지 못한 자. 시해의 힘으로 불사신이 돼서 루시스 왕가에 대한 복수를 꿈꾸는 살아있는 재앙입니다. 그리고 이 곡은 그런 아딘의 진짜 모습을 표현하듯이 멜로디는 같지만 굉장히 어둡고 음울한 느낌으로 변주되었습니다.
아딘의 설정은 정말 여러모로 허술하고 이것저것 다 갖다붙여서 편하게 지었다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캐릭터 자체는 굉장히 잘 뽑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파판15는 영어 음성이 일어 음성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는데, 그 중에서도 아딘 성우의 연기는 굉장히 훌륭합니다. 느끼하고 유머러스하면서도 시니컬하게 빈정대는 말투가 여러모로 진짜 매력적입니다ㅋㅋ
파이널 판타지 15 OST - Magna Insomnia
그리고 그 아딘의 테마곡 2를 바탕으로 한 이 곡이 파이널 판타지 15 본편 스토리 마지막, 녹티스와 아딘의 1:1 전투에서 흐릅니다. 제목은 "위대한 인솜니아"라는 의미지만 곡이 쓰이는 상황이나 곡 분위기를 보면 굉장히 반어법적인 느낌이죠. 곡의 구성은 Hellfire 처럼 여러 파트로 나뉘는데, 녹티스와 아딘이 지상전을 벌이면서 아딘의 테마로 조용하게 시작해, 팬텀 소드로 대결하는 중간부에 절정으로 고조되다가, 둘다 지친 상태로 마지막 합을 나눌 때 솜누스로 여운을 남기며 마무리됩니다.
아딘과의 전투는 겉보기엔 무슨 매트릭스 마지막 전투마냥 굉장히 화려하지만 사실 연출만 그런거고 전투 자체는 리바이어선때처럼 이벤트 전투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진짜 최종보스는 바로 전의 이프리트, 또는 로얄 팩의 야차왕 솜누스의 화신이고, 이 전투는 그냥 분위기를 감상하는 전투죠. 여러모로 원 스토리 작가가 제정신일 때 남긴 걸작인 파판10의 젝트-에본쥬 전투 구성과 비슷합니다. 심지어는 전투가 끝나고 주인공에게 벌어질 일 마저도 말이죠.
하지만 스토리 전개는 재탕이라도 BGM인 이 곡만은 유니크한데, 파판 시리즈 그 어떤 마지막 전투 BGM도 이렇게 적막하고 쓸쓸하진 않았습니다. 에본쥬와의 전투도 BGM만큼은 기도자의 노래를 변주한 전투곡다운 강렬한 곡이었죠. 사정은 다르지만 여기에 이르기까지 둘 다 비극적인 삶을 살아왔고 이제 그 끝을 앞두고 마지막 싸움을 벌이는 상황인만큼 쓸데없이 웅장하거나 격렬한 음악보단 이런 조용한 음악이 훨씬 잘 어울립니다. 스토리 연출에 잘 들어맞는 좋은 선곡이었다고 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