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트리듬 파이널 바 라인
플레이 시기 - 2023년 2월~
플레이 타임 - 80시간~
제가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시리즈의 사운드트랙입니다. 파판 시리즈의 사운드트랙은 패미컴 시절의 칩튠부터 시작해 콘솔과 함께 발전했고, 12에 와서는 단순히 게임 음악을 넘어서 어지간한 오케스트라곡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팔콤처럼 음반회사 소리듣는 게임 회사가 여럿 있긴 하지만, 게임 BGM으로서가 아니라 음악 자체의 퀄리티로 비교한다면 파이널 판타지와 킹덤 하츠 시리즈는 JRPG 장르에선 비교 대상이 없는 수준입니다.
여러 어레인지 앨범을 뺀 순수 게임 OST만 하더라도 1000곡이 넘어가는만큼, 이걸로 리듬게임을 만들어도 충분하겠다 싶은데 실제로 스퀘어에닉스는 파판 시리즈 OST를 이용한 리듬게임인 시어트리듬 파이널 판타지를 발매했습니다. 기종은 2012년 닌텐도 3DS였으며 2014년엔 같은 기종으로 확장판인 커튼 콜이 나왔고, 이어서 2016년에 아케이드 전용으로 올스타 카니발이란 작품이 출시되었습니다.
리듬게임은 안좋아해도 파판 시리즈 음악은 좋아하는지라 저도 이 시리즈에 관심은 있었지만 닌텐도 기기는 스위치 전까진 지역 코드 정책이 싫어서 구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나마 킹덤하츠 시리즈는 비슷한 작품인 멜로디 오브 메모리를 2020년에 플스4와 스위치로 발매해서 한달 정도 재미있게 플레이했는데, 그러고나니 시어트리듬이 더 해보고 싶더라고요.
스퀘어가 구작의 리마스터, 리메이크를 꾸준히 해오고 있는만큼 이 시리즈도 분명 이식이 될거라고 예상했는데 결국 2022년에 PS4, 스위치로 신작이 발표됐습니다. 이름은 시어트리듬 파이널 바 라인. 이름에서 감이 오겠지만 시어트리듬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으로 계획된 작품이랍니다.
그리고 2023년 2월 발매가 되어 이 시리즈에 관심을 가진지 10년만에 직접 플레이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간단히 소감을 말하자면 리듬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제가 발매일부터 지금까지 두달 가까이 플레이하면서 플래티넘 트로피까지 딸 정도로 있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선택할 수 있는 게임 모드는 시리즈 퀘스트, 음악 선택, 온라인 대전이 있습니다. 먼저 시리즈 퀘스트를 플레이해서 캐릭터와 악곡을 얻은 다음, 원하는 곡을 선택해 플레이하거나 온라인 대전을 즐기면서 아이템을 수집하고 다시 시리즈 퀘스트를 완벽 클리어하는 식으로 플레이하면 됩니다. 또한 오늘의 추천이라고 날짜가 바뀔 때마다 다섯 곡이 뽑혀서 클리어하면 보너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기본 수록곡은 385곡에 디지털 디럭스 특전까지 포함하면 총 412곡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시리즈 넘버링 작품의 곡들은 충실한데 서브 작품과 외전 곡들은 많이 부실해서 중요한 곡들도 빠져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빅 브리지의 사투는 온갖 어레인지가 다 들어가 있는게 좀 그렇더라고요.
악곡에는 FMS, BMS, EMS의 세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FMS는 필드 이동과 전투가 합쳐진 악곡이고, BMS는 필드 이동 없이 전투만 있는 악곡으로 소환을 사용할 수 있으며 보스전이 있습니다. EMS는 시리즈마다 하나씩 들어가 있는 특전 비슷한 느낌의 곡으로, 배경에 해당 작품의 장면들을 틀어주고 진행하는 스테이지입니다.
이 게임에서 노트는 트리거라고 부르며 터치, 홀드, 슬라이드, 홀드 슬라이드의 네 종류가 있습니다. 터치랑 홀드는 이름만 봐도 이해가 갈테고, 슬라이드는 화살표 방향으로 스틱을 입력하는 트리거, 홀드 슬라이드는 버튼을 누른 상태로 방향에 맞춰 스틱을 미는 트리거입니다. 홀드 슬라이드 트리거는 FMS에서만 나옵니다.
스테이지 진행은 4명의 캐릭터로 파티를 짜서 트리거를 입력하면 그 레인에 있는 캐릭터가 적을 공격하고, 어빌리티 발생 조건을 만족하면 자동으로 어빌리티를 사용하며, 소환 게이지가 가득 차면 자동으로 소환수가 나타나 공격하는 방식입니다.
트리거 판정은 MISS-BAD-GOOD-GREAT-CRITICAL-무지개 CRITICAL이 있으며, 클리어 판정엔 실패, 클리어, 풀 체인, 풀 크리티컬이 있습니다. 트리거는 굿 이상을 받아야 체인이 유지되고 배드 이하는 실패 판정으로 대미지를 입으며 HP가 다 떨어지면 곡 클리어에 실패합니다. 높은 판정을 받을 수록 점수와 소환 게이지 축적량이 많아지며, 크리티컬 이상에선 적에게 5배의 대미지를 줍니다. 또한 특수 트리거에 크리티컬을 성공하면 한번에 네 캐릭터가 동시에 공격해 더 큰 대미지를 줄 수 있습니다. 단, 적의 상태 이상 공격은 피할 수 없으니 침묵 등으로 차단하거나 걸리고 회복시켜야 합니다.
FMS도 비슷하지만 필드 이동 도중 크리티컬 판정을 받으면 1초간 더 빠르게 움직이고, 특수 트리거에 크리티컬을 성공하면 잠깐동안 빠르게 달리며, 배드를 받으면 넘어져서 대미지를 입습니다.
모든 악곡에는 기본, 숙련, 궁극 세 가지 난이도가 있고, 몇몇 선택받은 곡에는 최고 난이도로 초절이 있습니다. 일단 이 게임은 리듬게임이니 실력에 맞는 난이도를 선택해서 플레이하는게 기본이지만, 파티를 생존 위주로 구성하고 아이템까지 동원하면 순수 실력으론 가망이 없는 난이도도 어떻게든 클리어는 할 수 있습니다ㅋㅋ 일단 리듬게임 경험이 적은 제 기준으로 9까진 어떻게든 순수 실력으로 커버칠 수 있는 난이도였고, 이 정도면 초절 난이도 관련 트로피 안붙은 실적 하나를 빼면 이 게임의 모든 컨텐츠와 도전과제를 끝낼 수 있습니다.
진행 방식은 정말 RPG와 비슷해서 플레이 도중 쓰러뜨린 적은 아이템을 떨어뜨리고 경험치도 주며 경험치가 쌓이면 캐릭터의 레벨이 오릅니다. 따라서 캐릭터를 빠르게 키우거나 아이템을 파밍하려면 적들을 많이 쓰러뜨릴 수 있는 BMS 곡 위주로 플레이하는게 훨씬 유리합니다.
캐릭터는 기본 레벨을 99까지 성장시키면서 능력치를 올리고 여러 어빌리티를 배울 수 있는데, 레벨 99 이후로도 경험치를 더 쌓으면 스타 레벨을 9까지 올려 능력치를 더 강화할 수 있습니다. 기본 레벨을 99까지 올리는데 필요하는 경험치는 6만 정도지만, 스타 레벨은 하나를 올리는데 11만 정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악곡을 한번 플레이해서 얻을 수 있는 경험치는 최대 9999로 제한되기 때문에 스타 레벨 9를 달성하는건 꽤 오래 걸립니다.
캐릭터 숫자는 100명이 넘어가며 물리, 마법, 소환, 방어, 지원, 회복, 탐색의 일곱 가지 타입으로 나뉘는데, 사실 캐릭터 타입보다는 어떤 어빌리티를 배우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캐릭터를 선택할 때 짤막하게 캐릭터의 특성을 알려주긴 하지만, 시리즈 퀘스트가 목표라면 이걸론 조금 부족하니 미리 정보를 좀 찾아보고 시작하면 좋습니다.
시리즈 퀘스트는 시리즈별로 묶인 스테이지들을 클리어하면서 캐릭터와 악곡을 얻는 모드로 총 29개의 시리즈가 있습니다. 구성은 넘버링 작품인 1~15와 서브 작품인 7 서브타이틀, 7 리메이크, 10-2, 13 시리즈들, 그리고 외전격 작품들인 영식, 택틱스, 디시디아 시리즈, 크리스탈 크로니클즈 시리즈, 레코드 키퍼, 뫼비우스 파판, 미스틱 퀘스트(FFUSA), 초코보 던전, 시어트리듬 시리즈가 있고, 그 외의 작품들을 하나로 묶은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입니다.
처음에는 시리즈 몇개만 열려 있고 나머진 선택할 수 없지만, 각 시리즈마다 시어트리듬 시리즈를 뺀 잠겨 있는 시리즈 중 하나를 골라서 열 수 있는 열쇠를 하나씩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시리즈 몇개를 클리어하면 시어트리듬 시리즈가 열리고 이 시리즈를 클리어하면 이 게임의 엔딩이 나오며, 파고들기 요소인 엔들리스 월드가 열립니다.
시리즈 퀘스트의 핵심 요소는 악곡마다 하나씩 붙어있는 미션으로, 단순히 악곡을 끝내면 클리어지만, 미션까지 달성하면 아이템 보상을 받고 컴플리트 처리됩니다. 마찬가지로 시리즈의 모든 악곡을 컴플리트하면 시리즈 컴플리트 판정과 함께 추가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단, 엔들리스 모드에선 미션을 실패해도 곡 전체가 실패 처리되고 세번 실패하면 게임 오버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미션의 내용은 특정 캐릭터를 파티에 넣고 클리어하기, 풀 체인 달성, 무지개 크리티컬을 몇퍼센트 이상 받고 클리어하기, 적 몇마리 쓰러뜨리기, 아이템 몇개 얻기, 약점 공격 몇번 하기, 특정 보스 쓰러뜨리기 등 꽤 다양합니다. 또한 악곡 선택으로 플레이할 때와는 다르게 파티의 물리/마법/소환/전체 공격력 2배, 적에게 입는 피해가 2배, 보스의 체력 2배, 트리거 속도 변화 등 부가 효과가 붙어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단순히 리듬 게임의 보너스 임무 수준이 아니라서 암만 트리거를 잘 쳐도 그것만으론 절대로 못깨는 미션들이 많습니다. 시리즈 퀘스트의 최종 목표인 모든 시리즈 컴플리트를 위해선 캐릭터를 꽤나 다양하게 키우고 어빌리티의 특성을 충분히 파악해서 조합해야 하는데,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물리/마법/소환 대미지가 강화, 특정 약점 맞추기: 관련된 캐릭터로 도배
-어빌리티 사용 횟수 미션: 트리거 개수가 적은 어빌리티를 장비하고필요한 트리거 횟수를 줄여주는 캐릭터를 조합
-체력이 강화된 보스: 보스에게 필살기를 날리는 캐릭터와 리더의 대미지를 끌어올리는 캐릭터, 적의 방어력을 낮추는 캐릭터를 조합
-시간이 부족한데 보스가 상태이상을 걺: 상태이상 회복이나 보스에게 침묵을 부여하는 캐릭터를 조합
-쓰러뜨려야 하는 보스가 3마리 이상: 필살기를 여러번 쓸 수 있는 캐릭터를 리더로 두고 나머지는 리더를 강화하는 서포터 조합
캐릭터뿐만 아니라 소환수도 대미지와 속성, 게이지 축적 속도가 다른데다 소환석의 대미지 증폭 보너스도 꽤 중요합니다. 파티를 적절히 조합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난이도 차이가 엄청난게 RPG를 넘어 퍼즐 게임스런 느낌까지 받을 정도죠. 미션 종류가 다양해서 만능 조합이나 만능 캐릭터는 없지만, 티나, 유나, 녹티스처럼 대체할 수 없는 캐릭터들은 있어서 게임을 효율적으로 플레이하고 싶다면 미리 알아두는게 좋습니다.
게임을 하다보면 악곡 적 드랍, 시리즈 퀘스트 보상, 리듬 포인트 보상으로 여러가지 아이템을 얻을 수 있습니다.
포션과 피닉스의 꼬리는 못깰 스테이지를 억지로 깨게 만들어주는 아이템이고, 실버/골드 그로우에그는 얻는 경험치를 최대 8배까지 늘려줘서 둘을 적당한 소환수 보너스와 함께 쓰면 어떤 악곡에서든 9999 경험치를 얻을 수 있습니다. 모그의 부적은 컬렉션 카드 드랍을 두배로 만들어줘서 카드 수집에 좋습니다. 참고로 이런 아이템을 100개를 쓰는 트로피겸 실적이 있으니 아끼지 말고 써주면 됩니다.
컬렉션 카드에는 플레이어 캐릭터, 소환수, 적, 악곡, 메모리얼이 있는데, 악곡은 곡을 한두번 플레이하면 얻을 수 있고, 메모리얼은 시리즈 퀘스트를 클리어하거나 컴플리트하면 얻을 수 있습니다. 나머지는 그냥 랜덤 드랍인데 캐릭터 카드는 해당 캐릭터의 능력치를 강화해주고, 소환수 카드는 해당 소환수의 대미지를 강화해주며, 적 카드는 해당 적을 쓰러뜨렸을 때 얻는 경험치를 늘려줍니다.
또한 캐릭터 강화용으로 능력치 업과 어빌리티 책이 있습니다. 능력치 업은 올스탯 999 트로피를 딸 때나 캐릭 하나만 쭉 쓰고싶을때 몰아주면 좋은데, 굳이 이 아이템들 하나도 안써도 시리즈 퀘스트 미션엔 문제 없습니다. 하지만 몇몇 어빌리티 책은 굉장히 중요한데, 특히 루인의 서는 티나나 에이스같은 마법 계열 캐릭터에게 달아주면 미션 난이도가 내려가는게 체감이 될 정도입니다.
멀티플레이는 최대 4명이서 BMS 곡을 골라 누가 더 높은 점수를 받는지 대결하는 방식입니다. 난이도는 방을 만들때 선택하며 각자 플레이할 곡을 고르면 랜덤으로 그 중 하나가 선택되고 그 곡을 같이 플레이하게 됩니다.
멀티플레이 한정 기능으로 버스트가 있습니다. 소환과 마찬가지로 트리거를 입력해서 게이지가 모이면 자동으로 발동되는데, 효과는 랜덤이며 다른 플레이어를 여러가지 방법으로 방해할 수 있습니다. 버스트 효과를 사용할지는 방을 처음 만들때 정할 수 있습니다.
곡이 끝나면 결과에 따라 레이팅이 갱신되고 순위대로 받을 컬렉션 카드를 하나 고를 수 있으며 같이 플레이한 유저의 프로필에 설정된 소환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멀티플레이를 좋아하지 않더도 시도해보면 좋은게 이 때문인데, 이렇게 돌아다니는 소환석들 중 엄청난게 많아서 몇개 얻어두면 캐릭터 육성이나 시리즈 퀘스트에서 많은 도움이 됩니다.
DLC도 활발한데 처음 발매된 디지털 디럭스는 파이널 판타지의 곡들만 있고, 이후 시즌 패스로 올라오는 곡들은 사가, 라이브 어 라이브, TWEWY, 니어 등 스퀘어의 다른 작품들의 곡들입니다. 사실 파판 시리즈 외전의 좋은 곡들도 많이 빠졌는데 이건 놔두고 다른 작품의 곡들을 DLC로 내는게 별로 마음엔 안들더라고요. 게다가 디지털 디럭스 에디션은 말이 특전이지 "자나르칸드에서", "Eyes on Me", "Melodies of Life" 같은 진짜 중요한 곡들이 여기 들어가 있는게 진짜 사라고 칼들고 협박하는 수준입니다.
시어트리듬 파이널 바 라인은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팬 입장에서 정말 좋은 작품입니다. 전작들도 평가가 좋아서 기대했는데 직접 플레이해보니 기대보다도 훨씬 재미있었습니다. 단순히 리듬 게임으로 좋아하는 곡을 플레이하는 것을 넘어서 RPG 느낌으로 캐릭터를 키우고 미션에 도전하는 등, 순수 리듬게임에 가까웠던 킹덤하츠 멜로디 오브 메모리보다 훨씬 오래 가지고 놀 수 있는 물건입니다.
곡 추가를 빼면 시스템적으로 더 추가할 것도 없겠다 싶긴 해서 시리즈 마지막 작품이라는게 딱히 아쉽진 않고, 그냥 해보고 싶었던 작품을 결국 마지막에 와서 충분히 즐겼다는 점이 만족스럽네요. 시즌 패스가 세개까지 예정돼 있던데 마지막이니 그 후로도 최대한 오래 업데이트해서 곧 나올 파판16이나 파판7 리버스의 곡들도 꾸준히 내줬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플스판으로 하신거에요? 스위치 판인가요?
님덕분에 구매해야겠네요!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