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 10 노딕스
플레이 시기: 2023년 10월
플레이 타임: 38시간
이스 10 노딕스는 2023년 9월 28일에 발매된 작품으로, 2019년 이스 9 발매 이후 4년만에 나온 이스 시리즈의 신작입니다. PS4로 먼저 발매됐다가 PS5로 업그레이드 및 스위치로 이식됐던 전작과는 달리, 이번작은 처음부터 PS4, PS5, 스위치로 동시 발매됐습니다.
이번 작은 이스2와 셀세타의 수해 사이의 이야기로, 아돌이 17살일 때 오벨리아만이라는 다도해에서 겪은 모험을 다룹니다. 정식 넘버링 작품들은 6-7-8-9로 꾸준히 시간대가 나아가고 있었던지라 10에 와서 갑자기 시기가 앞으로 확 돌아가버릴줄은 몰랐네요. 팔콤쪽 인터뷰에서 이스 5가 몇번 언급되길래 페르가나, 셀세타때처럼 이스 5 리메이크가 나올 타이밍인가 했는데 어쨌든 과거를 다루긴 하는군요.
제 기준으로 이번 작에서 가장 발전한 점은 드디어 메인 스토리 풀 보이스를 달성했다는 것입니다. 영웅전설쪽도 여의 궤적부터 보이스 지원 범위가 많이 넓어졌다 싶긴 했는데, 이번 작은 주연부터 엑스트라 캐릭터까지 모든 대사에 음성이 붙어있습니다. 처음 보이스가 살짝 붙어나왔던 이스 7 이후로 이게 몇년만인가 감격스러운데, 덕분에 스토리 장면을 보는게 확실히 더 재밌습니다.
플레이면에서 가장 큰 변화는 이스 7부터 9까지 네 작품에 걸쳐 이어진 3인 파티 시스템을 버리고 아돌과 카자 두 캐릭터만을 조작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근데 그렇다고 그만큼 캐릭터 액션의 완성도가 높아졌냐 하면 딱히 그런 느낌은 못받았습니다. 스킬 수가 좀 늘어나긴 했지만 이거야 뭐 6명분의 스킬을 2명에게 몰아줬다고 생각하면 특별할 것도 없고, 두 캐릭터의 액션도 아돌이 살짝 더 가볍고 카자가 조금 더 묵직할 뿐 기본적으로 둘 다 근접형 캐릭터에 통상 액션이 크게 다르지도 않거든요.
기본 시스템인 공격, 점프, 회피, 가드는 전부 가져왔으며, 차지 어택은 마나 버스트라는 특수한 기능의 공격으로 바뀌어 탐험에도 사용됩니다. 가장 큰 변화는 가드의 비중이 굉장히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직전 회피인 플래시 무브가 사라져버리고 저스트 가드만 남은데다 어지간해선 가드가 깨지지도 않고, 리벤지 게이지는 가드를 해야 올라갑니다. 그래서 회피는 가드불능 공격을 제외하면 거의 안쓰고 가드를 위주로 플레이하게 됩니다.
그나마 추가된 시스템이라면 콤비 모드라고 해서 콤비 버튼을 누르는 동안 둘이 함께 연계하며 싸우는 시스템으로, 도중엔 연계 공격, 콤비 스킬, 콤비 가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실 새롭다고 할 수 있는건 콤비 스킬 정도로, 두 캐릭터의 SP 합이 필요치 이상이면 사용할 수 있으며, 대미지의 배율을 올려주는 리벤지 게이지와 엮여서 적에게 큰 대미지를 줄 수 있습니다. 전작까지의 엑스트라 스킬 대신이란 느낌인데, 연출이나 대미지나 엑스트라 스킬처럼 뭔가 초필살기 같은 느낌은 없지만 훨씬 자주 쓸 수 있어서 유용하긴 합니다.
그리고 회복 아이템에는 기존의 즉효성 물약 말고도 버프와 함께 시간에 따라 체력을 회복시켜주는 도시락이 추가됐으며, 아돌과 카자 둘 중 한명이 쓰러지면 회복 아이템으로 회복시키거나 체력을 나눠줘서 구조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 커스터마이즈는 무기, 갑옷, 액세서리, 스킬, 그리고 개방 시스템이 있습니다. 이 중 새로운건 개방인데, 릴리스 라인의 스폿을 개봉해 여러가지 효과를 주는 마나 시드를 장착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능력치를 올리거나 전투에 도움이 되는 여러 보조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그냥 영웅전설 궤적 시리즈의 쿼츠랑 비슷한 느낌입니다. 스폿 개방에 필요한 마나 포인트는 맵의 체크포인트인 각인석을 정화해서 얻을 수 있으며, 마나 시드는 직접 만들거나 보물상자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스킬은 이번에도 캐릭터마다 4개씩 장착할 수 있으며 스킬마다 여러가지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스킬은 개방이나, 지도서 아이템을 쓰거나, 연관된 스킬의 숙련도를 마스터하면 풀립니다. 최종적으로 레벨 90이 되면 모든 스킬을 쓸 수 있게 되는데, 필드에서 도망 안다니고 그동안 모아온 레벨 1을 올려주는 아이템을 마지막에 다 쓰니 92로 마무리했습니다.
적들의 경우 중형급 이상 적에게는 실드 비슷한 내구도가 있어 브레이크치가 높은 공격으로 먼저 깨뜨려놓고 싸워야 하고, 특수 공격으로 콤비 가드만 가능한 붉은 오라의 파워 어택, 대시로만 회피 가능한 푸른 오라의 스피드 어택이 있습니다. 이런 특수 공격에 대해 회피나 저스트 가드에 성공하면 컷인이 들어가는 콤비 공격을 발동할 수도 있으며, 더 나아가 대부분의 보스전에서는 한번씩 특수 연출과 함께 큰 대미지를 줄 수 있습니다.
플레이해봤을 때 전투 난이도는 전작들보다 꽤 올라갔다 싶습니다. 그냥 바뀐 액션 시스템과 조작 체계에 적응이 덜 되서 그런지도 모르겠는데, 이스 시리즈 노멀 난이도 기준으로 스토리 보스전에서 회복 아이템을 써보는건 이번 작이 처음이었거든요. 뭐 그래봤자 노아이템 제한 플레이를 할때나 어렵지, 아이템을 쓰면서 플레이한다면 회복 방식이 다양해진만큼 이번작이 전작보다 더 쉬울 수도 있습니다.
이번 작의 거점은 아돌 일행이 타고다니는 배인 산드라스호입니다. 언제나의 거점처럼 기본 기능으로 시작해서, 스토리를 진행하고, 서브퀘스트를 클리어하고, 마을 사람들을 구출하다보면 기능이 확장돼서 게임 내 모든 것을 배에서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이 배를 이용한 항해가 이번 작 탐험의 핵심입니다.
산드라스호의 기능도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계속 추가되고 강화할 수 있게 되는데, 몇몇 장소는 이렇게 기능이 추가된 다음에야 갈 수 있으며, 트로피 중 마나 배리어 누적 사용 시간 30분 조건이 있어서 쓸일 없어도 켜고 다니면 좋습니다.
탐험 파트는 산드라스호를 타고 바다를 돌아다니다가 섬에 상륙해 탐험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마을-필드-던전으로 이루어졌던 전작들과 비교하면 월드맵 같은 개념이 하나 추가된 것으로, 배를 조종해서 돌아다니거나 적 함대와 싸우거나 할 수 있습니다. 해상전은 스킬처럼 특수 탄환을 장착한다거나, 들이받는다거나, 배리어로 막는다거나 여러가지 시스템이 있는데 별로 재미는 없었습니다.
가볼만한 위치는 스토리 진행 또는 탈환전을 클리어하면 맵에 표시됩니다. 표시되는 장소들은 메인/서브스토리와 관련된 섬, 상선, 전투가 벌어지는 위장 상선, 바다 낚시 지점, 보물 인양 지점 등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굳이 해도 전체를 밝힐 필요는 없고 표시되는 지역만 모두 들르면 달성도 100%를 채울 수 있습니다.
항해는 초반에는 배의 성능이 나쁘다보니 바로 앞에 보이는 장소까지 움직이는데도 한참 걸려서 굉장히 답답해서 인상이 굉장히 나빴습니다. 그래도 스토리 초반에 가속 기능인 마나 세일을 얻고, 배를 업그레이드하다보면 기본 속도 및 마나 세일 최대 충전 횟수도 늘릴 수 있는데다, 대부분의 목적지로는 이동 속도와 마나 세일 게이지 충전 속도를 늘려주는 바람길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초반만 참으면 그럭저럭 돌아다닐만 해 집니다. 그리고 한번 갔던 장소들은 당연히 언제든 빠른 이동이 가능합니다.
필드에서의 특수 액션은 데메크 네로의 데빌브링거스러운 마나 스트링, 보드를 소환해 마나 로드나 물길을 지나갈 수 있는 마나 라이드, 맵의 숨겨진 요소를 감지하거나 시간을 느리게 하는 마나 센스가 있는데, 9편의 괴인 액션이 여러가지로 워낙 강렬했던지라 영 밋밋한 느낌입니다.
던전 구성은 제대로 된 퍼즐 요소 없이 단순해서 머리굴릴 여지가 없고, 마나 센스를 쓰면 미니맵에서 수집 요소인 보물 상자, 묻힌 보물상자, 정석 응결체를 모두 표시해주기 때문에 맵만 잘 봐주면 못찾고 넘어갈 일도 없습니다.
8의 방위전, 9의 그림월드의 밤처럼 이번엔 그리거에게 점령당한 섬을 되찾는 탈환전이 있는데, 월드맵에서 배리어가 쳐진 섬에 접근하면 해상전->상륙전 순으로 전투가 벌어지고, 클리어하면 랭킹을 먹인 후 보상을 줍니다. 해상전이든 상륙전이든 그냥 맵에 나오는 모든 적들을 때려잡는다고 생각하면 간단히 S 랭크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아이템은 골드로 구입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상점에선 정석과 여러 재료로 물물교환도 가능합니다. 장비를 업그레이드하거나 액세서리를 만들 땐 적을 쓰러뜨리거나 맵에서 채집한 소재들이 필요합니다. 또한 후반부엔 퀘스트를 깨거나 아이템을 바꿔서 얻는 기여도로 고급 액세서리나 능력치 상승 비약을 구입할 수 있게 됩니다.
경험상 산드라스호 강화에 쓰이는 재료를 뺀 나머지는 플레이만 충실히 하면 죄다 남아돌기 때문에 적당히 팔아버리고 골드를 마련하면서 구입과 물물교환을 상황에 맞게 선택하시면 됩니다.
스토리는 아돌이 도기, 이스에서 만난 플레어 선생과 함께 셀세타로 향하던 배가 바이킹삘 가득한 발타 수군이라는 해적들에게 습격당하면서 시작됩니다. 별 수 없이 카르낙 마을에 묵던 아돌은 릴라의 소라 껍질를 줍고 불사의 괴물인 그리거를 쓰러뜨릴 수 있는 마나의 힘을 얻게 되는데, 이것 때문에 마찬가지로 마나의 힘을 가진 카자 발타와 묶여서 서로 떨어질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립니다.
그런데 다음날 밤, 요르즈라는 인간형 그리거가 이끄는 그리거 군단에게 마을이 습격당하고 마을 사람들이 실종되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상황이 불리해지자 아돌과 카자는 일단 마을에 있던 오래된 배 산드라스호를 타고 탈출합니다.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발타 해군의 본거지인 발타 섬으로 찾아간 둘은 의식을 치러서 방패의 형제가 되고, 함께 행동하며 그리거들을 무찌르고 마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오벨리아 만을 모험하게 됩니다.
시기 상 아돌은 또다시 어려졌고, 현재 이스의 큰 이야기 줄기로 9편에서도 살짝 예고했던 로문 제국과의 싸움은 또다시 멀어졌습니다. 이번에야말로 베테랑 아돌이 로문에 쳐들어가 깽판을 놓는걸 기대했는데 그걸 못봐서 아쉬웠네요.
스토리의 전체적인 흐름도 세계 멸망, 문명 리셋 이런 위기 없이 가볍고 잔잔한 편입니다만, 9편과는 달리 아돌의 연대기 마지막과 관련된 떡밥 하나를 던져주기 때문에 스토리 진행이 아예 없는건 아닙니다. 덤으로 파트너인 카자가 여러모로 귀엽고, 비중도 사실상 이번작의 주인공이나 다름없는 수준이라 카자에 초점을 맞춰 감상하면 나름 재밌습니다.
수집 및 파고들기 요소로는 이번에도 서브퀘스트, 전투, 낚시, 인물 수첩, 숨겨진 보스가 있습니다. 낚시는 크기별로 미끼가 따로 있는데, 편의성이 조금 올라서 어느 지점에서 아직 못 낚아본 물고기가 있다면 그 미끼에 느낌표가 표시됩니다. 또한 NPC와 새로운 대화가 생겼는지를 파란색 대화 아이콘 활성화로 확인할 수 있게 됐는데, 어차피 인물 노트 채우려면 공략 없이는 직접 하나하나 말 걸어봐야 하는건 똑같고, 시기가 엄청 짧을 때도 있기 때문에 별로 편해진 느낌은 안듭니다.
챌린지 보스는 스토리 상 갈 일 없는 섬 몇곳에 배치돼 있는데, 조우 시점에 비해 레벨은 높지만 결국 일반 몬스터의 강화판이라 패턴이 단순해서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단, 마지막 숨겨진 보스 하나는 맷집이 굉장히 튼튼하고, 패턴은 가짓수는 많지 않지만 조합 방식이 굉장히 더러워서 까다로웠네요.
9편을 끝내면서도 들었던 생각인 "전작과 비교해서 더 낫냐"에 대해선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ㅋㅋ
액션은 적당히 재밌고, 빈 지도를 채워가는 맛도 있고, 스토리도 깔끔하고. 솔직히 이것저것 시도한 변화 중 크게 와닿는 것은 없었지만, 다르게 말하면 이번 이스도 그냥 안정감있게 이스다운 작품이었달까요. 그래도 전작 바르두크 마을 프레임 드랍같은 기술적 이슈는 없었고, 풀보이스 지원은 확실히 만족스러웠어요. 그냥 이스 시리즈는 자주 나오는 물건도 아니니 굳이 전작과 비교할 필요없이 다 해보는게 답이 아닐까 싶습니다. 애초에 이 회사 더이상 궤적이랑 이스말곤 게임 만들지도 않잖아요ㅋㅋ?
시리즈 팬으로서 다음 작은 11로 로문이 나오든, 이스 5 리메이크가 나오든 둘 다 기대됩니다. 그런데 그러려면 또 저번처럼 궤적 시리즈로 최소한 두편은 더 뽑아내고 나오겠죠? 까마득하네요 진짜.
소울류 같은 묵직한 게임 스타일은 아닌거 같고 갓 오브 워 최근작 같은 느낌 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