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권신문] 아들 앞에서 폭행 피해자인 40대 여성에게 뒷수갑을 채우는 등 반인륜적 반인권적 행위를 저지른 경찰관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 8월 10일 이른 새벽 제주도 서귀포 안덕파출소, 40대 여성 이모 씨가 파출소 안으로 들어온다.
이씨는 갈비뼈가 여러 개 부러지고 몸 곳곳에 심한 상처가 난 상태였다. 이씨의 주장에 따르면 지역 주민 3명으로부터 골프채와 돌로 폭행을 당한 것이다.
조사가 끝나고 119구급차가 도착했다. 경찰관들은 이씨를 구급차에 태우려 했지만, 이씨는 완강히 거부했다.
피해자인 자신만 조사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경찰관들은 이씨가 가해자로 지목한 사람들을 사건현장에서 그냥 집으로 돌려보냈다.
이씨는 피해자인 자신만 파출소에 데려와 조사하고, 뒤늦게 119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보내려는 경찰관들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애초에 병원으로 보내던지 아니면 가해자도 데려와 함께 조사해야 하는 것이 이씨의 상식이었다.
이씨는 폭행으로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다. 통증도 심했다. 하지만 억울해서 그대로 병원으로 갈 순 없었다.
가해자들을 당장 파출소로 불러 조사해 달라고 요구했다. 경찰관들은 이씨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알아서 조사할 테니 병원으로 가라고만 되풀이했다.
악에 받친 이씨는 파출소 바닥에 드러누워 항의했다. 그리고 책상 위에 걸터앉아 가해자들을 데려오라고 소리쳤다.
잠시 후 경찰관 두 명이 이씨의 팔을 뒤로 꺾더니 수갑을 채웠다. 이씨는 발버둥 치며 한참을 저항했다. 결국, 이씨는 양팔이 꺾인 채로 수갑을 차야 했다. 그런 이씨를 경찰관들은 구석으로 끌고 가 쇠고랑에 수갑 채 고정시켜 버렸다.
이 모든 상황은 뒤늦게 달려온 이씨의 아들과 아들 친구가 보는 앞에서 이뤄졌다.
파출소에는 처음 가본 20세의 아들은 “공무집행 방해하면 수갑 채워도 돼”라고 윽박지르는 경찰관이 무서워 엄마를 돕지 못했다. 이씨의 아들은 당시 엄마를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에 지금도 괴로워하고 있다.
그런데 이씨의 아들이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죄책감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수갑을 찬 이씨는 통증을 호소했다. 꺾인 팔은 물론이고 온몸에 통증이 밀려왔기 때문이었다. 순간 갑자기 화장실이 급해졌다.
이씨는 급하다며 화장실에 보내달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경찰관들은 이씨가 거짓말한다며 수갑을 풀어주지도, 화장실에 데려가지도 않았다. 아들의 간청도 소용없었다.
참다못한 이씨는 옷을 입은 채로 배변을 보고 말았다. 설상가상 현기증으로 바닥에 쓰러지면서 그녀의 몸은 배변으로 뒤범벅돼 버렸다.
아들에게 추한 모습을 보여 통곡하는 엄마, 또다시 불효를 저지른 아들, 그렇게 모자의 기억 속에는 평생 씻을 수 없는 악몽이 남게 된 것이다.
한편, 이씨가 주장하는 폭행 가해자는 그 마을 어촌계장과 그의 남동생 부부였다. 마을 사람들은 어촌계장의 힘이 막강하다며 이 마을은 다들 선후배, 친척이라고 보면 된다고 귀띔해줬다.
“왜 이씨만 파출소로 데려갔을까?”라는 의문이 어느 정도 풀렸다.
지난 6일(목) 서귀포경찰서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문제의 경찰관들이 이씨에게 수갑을 채우고 화장실에 보내주지 않은 것은 분명 잘못한 행동이며, 이씨만 파출소로 데려간 것도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당한 수사에 항의한 이씨의 행위가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수사결과를 지켜봐야 알 수 있겠지만, 전치 6주의 상해를 입은 40대 여성을 아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수갑을 채운 경찰관들의 행위는 그 어떤 변명으로도 반인륜적 범죄라는 사실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