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작가 동생의 부탁으로 다시 한번 원고를 완성시켜 출판사를 찾아갔다.
(이미 원고료 사건도 있고 스토리를 까인적도 있어 어느정도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상태였다.)
원고 상담은 입사한지 1년도 안된 신입기자. 원래 내 담당의 후임이라 나를 알고 있을 줄 알았다.
원고를 다 살펴본 신입기자왈.
"설정은 괜찮은데 스토리가 좀 구리네요. 제가 키우는 스토리 작가가 있는데 그친구에게 스토리 넘기는게 어때요?"
(뭐..이런 애들이 나오는 악마능력물 만화입니다)
시브럴...
이 무슨 개새끼가 다 된밥에 똥싸는 소리인가?
이게 아무리 재미없다 한들 스토리 작가를 눈앞에 두고 할 소리인가?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내가 스토리 작가인줄 몰랐단다. 또라이같은 새끼가 작화가 옆에 앉은게 스토리 작가 아니고 뭐라고 생각한거냐...ㅡ.ㅡ)
열받아서 원고들고 그냥 대구로 내려왔다.(무궁화 타면 4시간 걸립니다. 망할....)
이 사건으로 나는 만화스토리 작가를 때려치울 생각을 했다.
'내 재능은 이정도밖에 안되는구나. 앞에두고 스토리 작가를 바꾸자는 소리를 들을 정도면 포기하는게 나으려나..'라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한통이 왔다.
2008월의 가을쯤이었을거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G스쿨의 스토리 김병철작가님이시죠?"
"네, 무슨 일인데요."
"저희들은 대구에서 학습만화를 만드는 출판사입니다."
'음..학습만화는 해 본적없는데 거절해야하나?'
"저 학습만화는 해본적이 없는데..."
"그건 아니구요. 혹시 그림작가인 손X호 작가님 연락처를 가르쳐주실 수 있나 해서 연락드렸습니다.."
!!!!
시브럴...
머리속에서 실이 하나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림작가 연락처를 왜 나한테 물어봐요. 모르니까 직접 알아봐요"
열받은 채로 전화를 끊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시X 진짜 만화 때려치우라는 계시인가'
1주일 정도 지나 만화를 그만둘려는 마음이 90%를 돌파할 때쯤 또다시 전화가 왔다.
서울 지역번호였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저희는 XXXX이라는 어린이 학습만화 출판사입니다"
'또야? 이런 시X...'
"손창호 작가 연락처요? 모르니까 직접 알아서 연락하세요."
"네? 김병철 작가님 아니신가요?"
"응? 네 맞습니다만..."
"작가님과 같이 작업을 하고 싶은데 혹시 저희 출판사에 들릴 생각 없으신가요?"
이때는 이미 만화를 접으리라 생각할때라 강하게 나갔다.
"작가랑 이야기 하고 싶으면 그쪽에서 만나러 와야하는거 아닙니까? 저보고 싶으시면 대구 오세요."
'흥. 일거리 준다면 네!하고 올라갈줄알았나?"
전화기 건너편에서 당황하는게 느껴졌다.
"음 작가님 혹시 저희 출판사 작품 읽어보셨나요?"
"아뇨. 제가 학습만화는 해본적이 없어서요."
"아~ (뭔가 알겠다는 듯한 뉘앙스였다) 그럼. 제가 저희 출판사 작품을 보내드릴테니 읽어보시고
생각있으시면 연락주세요. 주소 알려드리면 택배로 작품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러던가 말던가...보고 싶으면 니들이 와야지'
'네. 알았어요. 경북경산시XXXX XXX에요'
4~5일정도 지났지만 택배가 오지 않았고 다시 출판사에서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책은 읽어보셨어요? 저희 회사로 오셔서 이야기해 보실 생각있으세요?"
"책은 안왔구요. 저랑 이야기하고 싶으시면 대구 내려오시라니까요. 저 돈 아까워서 올라가기 싫어요"
상대방은 나의 강경함에 다시한번 당황하는 듯했다. 그때 택배가 도착했단 문자가 도착했다.
"잠시만요. 지금 택배 왔나보네요. 책 읽어보고 다시 연락드릴게요'
"네. 그럼 연락기다리겠습니다."
그길로 집으로 돌아가 택배를 받고 내용물들을 살펴보았다.
"뭐꼬 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