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생존하기 위한 조건 중 하나는 도구 혹은 기계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기계에 대한 의존성은 석기 도구를 가지고 채집과 사냥을 통해 생활을 영위하였던 선사시대로부터 현대 사회까지 동일하게 해당된다. 산업혁명 이후 증기 기관과 같은 자동화 기계의 등장은 인류 문화의 새로운 신기원으로서 기계의 가능성에 대한 희망적 관점이 주류를 형성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긍정적인 관점은 17세기 과학혁명 이후 기계 기술의 발전과 함께 기계를 인간 신체의 확장으로 이해하는 시각이 등장하게 만들었다.
에른스트 카프는 기계를 인간 신체의 연장으로 보았다. 그는 도구들이 사냥, 어획, 정원 관리 등에 쓰이기 위한 인간 신체의 연장, 즉 도구로 적용되었다고 보았다. 카프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철도를 인간 신경망의 연장선상으로 이해하여, 국가 작용의 망으로 보았다.
토마스 칼라일은 자신의 시기를 기계의 시기라고 정의하였다. 외부적이고 물질적인 것만이 기계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내부적, 정신적인 것 까지도 기계적으로 변화했다고 말했다.
기계가 인간의 능력을 확장시킬 수 있다는 측면은 페미니즘도 주목하는 것이다. 기계가 고도화되면서 여성이 가사 노동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 페미니즘은 고도의 기술이 접목된 기계 사회에서 여성이 임신과 출산, 그리고 가사 노동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으며, 기계가 남성 우위의 육체적 노동의 의의를 무너뜨리면서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지위를 획득할 수 있다고 보았다.
도나 해러웨이의 사이보그 페미니즘은 기술과 기계의 발전이 여성을 해방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여기서 사이보그는 인간과 기계의 합성된 상태를 의미하기 보다는 첨단 과학 기술에 둘러 쌓인 인간의 삶을 가리킨다. 로봇을 비롯한 과학 기술이 단순히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환경이 아니라, 이미 인간의 일부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해러웨이는 사이보그의 개념을 확대하여 인간-기계의 측면만이 아니라 한 유기체와 기술적으로 매개된 다른 모든 존재들을 포괄하는 의미로 사용한다. 해러웨이는 인간과 기술 혹은 인간과 기계가 이미 긴밀히 연결된 관계라고 인식하였다. 그래서 기계화된 인간 및 인간화된 기계가 이미 서로 뒤섞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20세기 후반의 기계는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 마음과 몸, 스스로 발전하는 것과 외부에서 고안해주는 것, 그리고 유기체와 기계 등의 사이를 구분시켜주던 많은 것들의 차이를 전적으로 모호하게 만들어왔다. 기계는 불안을 야기할 정도로 생기에 넘쳐있고 우리 자신은 겁을 줄 정도로 활동성이 없다." -도나 해러웨이
사이보그 사회라는 기계적 미래 세계에서는 남성이 전통적으로 가져왔던 육체적 우위가 점차 무의미해 짐으로써 남성의 일방향적 지배가 더 이상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해러웨이가 보는 사이보그의 개념은 인간 능력 확장으로서의 기계의 특징을 보여주며, 기계의 발전을 통해 성차별 문제에 대한 해결 가능성이 있음을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