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내려가면 저희 집과 담을 공유하는 옆 집이 있습니다.
각각 담이 있는 게 아니고 두 집 사이에 담이 하나 밖에 없는 거죠.
이야기는 옆집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아버지께서 어렸을 때, 옆 집 마당에 대추나무가 한 그루가 있었다고 합니다.
대추나무가 참 커서 보기도 좋고 대추도 많이 열려서 아버지네도 많이 따먹고 그러셨다는 데
정작 옆집 딸이, 밤에 대추나무가 창호지 문에 비치는 모습이 꼭 사람이 손 흔드는 것 같아서
무섭다며 저것 좀 베어버리자고 했답니다.
옆집 부모님께서 별거 다 신경쓴다며 반대하셨지만,
딸이 계속 울면서 이야기하자 결국 대추나무를 베어버렸다고 합니다.
그리고나서 얼마 후... 옆 집 소가 병들어 죽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도 갑자기 병환으로 돌아가시고 세남매였는데,
큰 오빠는 대들보에 목매달아 죽고, 막내 동생은 실수로 집에 있던 농약을 마셔 죽었다고 합니다.
이제 딸밖에 남지 않았고... 갑자기 온 식구가 급살을 맞으니 동네에서도 무슨 일인가 싶어,
먹을 것도 가져다 주고 이을 것도 가져다가 주고 해서 근근히 살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동네 아주머니 한 분께서 부침개를 해서 가져다가 준다고 집에 갔는데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더랍니다. 그래서 이분이 혹시 얘도 무슨 일 생긴 거 아냐? 라는
생각이 퍼뜩 들어서 마당으로 뛰어 들어갔답니다.
이상하게도 집 안이 조용하더랍니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그
래서 얘가 어느 갔나 싶어 방문을 열어봤는 데, 방이 너무나도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여자애 방이라서 깨끗하구나- 싶었는데, 갑자기 불길한 느낌이 들더랍니다.
사람이 죽기 전에 주변 정리하는 게 생각나신 거죠.
아주머니께서 급히 이장댁에 가서 방송을 했다고 합니다.
여자애 보신 분은 빨리 연락해달라고 말이죠.
이윽고 동네는 발칵 뒤집히고, 밤이 늦도록 여자애를 본 사람이 없어서
동네사람 모두가 흩어져서 여자애를 찾으러 다니셨다고 합니다.
동네주변, 논, 밭, 인근 야산등등 갈만한 곳은 다 찾아보았지만 여자애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다음 날까지 동네 사람들은 여자애를 찾았는 데... 동네에는 곡교천이란 냇물이 있습니다.
지금은 공사를 해서 직할하천이 되었지만 당시에는 지금처럼 넓고 깊지 않았다고 합니다.
누군가 곡교천 근처에서 여자애의 신발을 찾았답니다.
그래서 동네사람들은 곡교천으로 가서 지금에 비해 그리 깊지 않고,
물살이 빠르진 않다고 하더라도 당시엔 근처에서 가장 큰 냇가였기에
강 양쪽 끝까지 스크럼을 짜서 강 밑바닥을 발로 훝으며 여자애를 찾으로 했답니다.
신발이 있던 곳부터 해서 아랫 쪽으로 훝어 나가는 데,
한참 가다가 갑자기 가운데 있던 사람이 어이쿠 하면서 주저 앉더랍니다.
스크럼을 짰으니 다 같이 넘어질 뻔 해서 사람들이 화를 내며 왜 그러냐고
조심하라고 소리쳤는데, 갑자기 그 사람이 덜덜 떨면서...
"내 아래 있어... 나 아래 있다고... 내가 밟았어"
시체를 건져보니 하루 밖에 안 되었는 데, 물고기들이 뜯어먹었는 지
피부가 너덜너덜하고 눈도 파여서 덜렁덜렁하니 늘어져있었다고 합니다.
아버지께서 시체를 보고선 며칠동안 밥도 못 드시고 계속 토하셨답니다.
시체를 밟은 사람은 더 했지 않을까 합니다.
여하튼 딸까지 죽어서 동네사람들은 그게 대추나무의 저주라고 이야기하곤 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