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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괴담] (2ch) 들러붙은 여자 -6화- (0)
2014/08/08 PM 12:20
740 走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0:21:21 id:j0e1jdqw0
나는 전력으로 도망쳤다.
치사율 100%라는 도플갱어로부터 도망치기 위해서.
믿고 의지할 존은 없다. 주변에 있는 건 적 뿐이다.
빌딩의 좁은 옥상.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었다.
나는 출입구의 손잡이를 돌렸다. 자물쇠가 잠겨있었다. 꿈쩍도 않는다.
뒷쪽에는 내가 있다. 나하고 접촉하면 내가 죽는다.
"이봐이봐, 이제 그만하지!? 자꾸 번거롭게 할꺼야!!"
거구의 남자가 안달하며 소리친다.
나와의 거리가 좁혀지고 있다. 나는 이 때,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도망치는 방법을. 도움받을 방법을.
나는 옥상의 펜스를 타고 넘었다.
"이건 꿈이다. 꿈일 뿐이야. 현실이 아니야."
나는 스스로를 타일렀다. 눈앞에 나락이 펼쳐져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높다.
뒤를 돌아보니 내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 때,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여자가 비웃기 시작했다. 내 안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살아야돼. 나는 절대로 죽지 않아. 반드시 살아남을꺼야.
나는 크게 소리를 질렀다. 뛰어내릴꺼야. 이곳에서 뛰어내려주겠어.
"어이! 확실히 여기는 현실이 아니지만 말야!
떨어지면, 나름 아프다구! 그거 견딜 수 있겠어?!"
거구의 남자가 내게 물었다.
"절대로 너만은 용서하지 않을꺼야"
나즈막히 마지막 말을 던진 채, 빌딩의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742 走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0:22:02 id:j0e1jdqw0
극한의 고통. 그것을 표하는데, 이 말 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빌딩에서 뛰어내린 나는 다리부터 떨어져서, 땅에 머리를 쳐박았다.
마치 개구리처럼, 참담할 정도로 지면에 찰싹 달라붙어 내 주변으로 붉은 피가 퍼져간다.
의식을 잃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극한의 고통이 뚜렷이 전해져 온다.
죽어가는 개구리가 숨을 헐떡이며 경련을 일으키듯이, 내 몸은 간헐적으로 꿈틀거렸다.
뿌옇게 흐려지는 시야의 끝에, 빌딩의 출입구에서 나오고 있는 내가 보였다.
"오지....마...."
꺼져들어가는 양초처럼 나는 힘없이 중얼거렸다.
이것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저항이었다.
나는 가차없이 다가와, 바로 눈앞에까지 왔다.
내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몸은 아픔에 지배당하고, 더 이상 도망칠 수도 없다.
나는 또 하나의 나를 있는 힘껏 노려봤다. 나는 나에게 졌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또 하나의 내가 웅크리고 앉아, 내 등에 손을 대고 "차-ㅈ아냈다" 라고 했다.
내가 스며들듯이 내 몸속으로 들어왔다.
완전한 동화(同化). 녀석의 마음과 나의 마음이 하나가 되는 감각.
나는 나에게 녹아들어, 내 마음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이 순간, 존이 도플갱어에게 접촉하면 반드시 죽는다. 고 했던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
어둠이 온 몸에 퍼져간다. 나는 끝났다. 끝난거야.
마음이 갈갈이 찢어지는 듯한, 지독한 어둠속에 나는 내팽개쳐졌다.
패배의 감정이 내 안을 가득 채웠다.
몽롱했다. 살 수 있다는 희망 같은 건 이제 조금도 남아 있지 않다.
이런 세상에 있어봤자 뭘 어쩔 수 있겠어. 죽는게 나아.
그저, 죽고 싶다. 정말로 그것 뿐이었다.
아무래도 좋다. 죽을 수 있다면 끈이든 석유든 아무거라도 좋으니 나에게 줘.
자살하고 싶어. 죽게 해줘. 시키는대로 다 할께. 그러니까 나를 죽게 해줘.
나는 도플갱어에게 완전히 지배당하고 있었다.
743 走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0:22:46 id:j0e1jdqw0
"형님"
아침. 존이 부르는 소리에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온 몸이 땀에 흠뻑 젖어있었다.
나는 주변을 살폈다. 호텔 룸. 여기는 내가 있던 호텔 룸이다.
나는 온몸을 만져봤다. 아무렇지도 않았다.
존이 커피를 가져왔다.
"괜찮아요, 형님?"
나는 분명히 도플갱어와 접촉했다. 하지만 지금은 죽고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나, 살아있는건가? 난 아직 현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혼란스러우신것 같은데 이제 괜찮습니다, 형님
이제서야 저도 봤습니다. 그 녀석이 형님의 적인거군요."
존의 말에 나는 놀랐다.
"어떻게...된거야, 존?"
"형님에게는 죄송하다고 생각했지만,
형님의 방어벽을 일시적으로 약하게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적의 본체는 형님에게 손을 댔습니다. 노리던 대로말이예요."
난 존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럼, 그 녀석을 일부러 불러들였다는 거야?"
"네. 형님이 미끼가 되어주셨습니다.
물론, 형님의 안전이 최우선인만큼,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놓고, 실행했습니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나는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744 走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0:23:27 id:j0e1jdqw0
나는 커피를 단숨에 들이켰다.
"잠깐만, 그러니까. 존, 나를, 어떻게 했다는 거지? 설명해줘. 뭘 했다고?"
존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
"적은 형님에게 도플갱어를 사용했습니다.
이건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해요. 적은 상당히 실력이 뛰어납니다.
하지만, 사장님은 이렇게 추측하셨어요.
[ 적은 자신과 동등한 능력을 가진 사람과 만난 적이 없다. ]
형님에 대한 음습하고 적극적인 접근으로 볼 때,
적은 a급의 능력을 갖고 있지만, 경험이 적은 인간이라고 추측했어요.
그래서 함정에 걸려들었지요.
적이 형님의 도플갱어를 사용한다면, 이쪽도 형님의 도플갱어를 사용한다.
적도 자신외에 도플갱어를 만들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전혀 의심도 못하더군요."
존은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도플갱어? 어디가? 어느 부분이? 뭐가 도플갱어라는거야?"
나는 여전히 존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형님께서 적이 만든 빌딩 옥상에 서있던 시점부터
형님은 사장님이 만든 도플갱어였습니다.
의식이 없는 인형이라고 의심받을 수 있어서, 절반정도는 형님의 의식을 넣었습니다.
형님에게는 무서운 경험을 하게 해드리고 말았지만,
덕분에 저와 사장님이 보고 있다는 걸 전혀 들키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아, 맞다. 사장님이 본체인 남자를 찾으러 가셨습니다.
이제부터 탐정의 실력을 보일 차례네요."
저기, 뭘 하면 한다고 미리 말 좀 해줘.
745 走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0:24:09 id:j0e1jdqw0
낮. 나는 한장의 식빵을 앞에 두고 난처해하고 있었다.
요즘들어 잘 먹지도 못 했음에도 불구하고, 식욕이 전혀 없다.
지금의 나는 식빵 한 장 조차 손대지 못하고 있었다.
"저기, 존. 아까 사장님이 본체인 남자를 찾으러 갔다고 했었지?"
스파게티를 꾸역꾸역 입에 넣으며 존이 대답했다.
"네. 사장님은 아침 비행기로 홋카이도에 가셨어요."
"홋카이도?"
"사장님이 그 남자에게 침입해서 행방을 확인했습니다.
아마도 지금쯤 그 남자, 겁먹고 떨고 있지 않을까요.
절대로 사장님한테서 도망칠 수 없거든요."
"존. 녀석은 역시 살아있는 사람이었어?
그런 짓을 사람이 할 수 있다는거야?"
존은 스파게티를 다 먹어치우고는 카레라이스도 먹기 시작했다.
"저도 놀랐어요. 사장님 이외에 그런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
그런 실력을 가진 사람이 그렇게 방치되어 있었다니 정말 무서워요."
존은 카레라이스를 다 먹어치운 다음에 돈까스 덮밥을 먹기 시작했다.
"존. 너무 많이 먹는거 아니야?
식욕이 없는 나에게는 존이 먹는 모습은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앞으로 할 작업은 체력이 필요하거든요. 지금 먹어두지 않으면..
아, 저녁까지는 사장님이 본체의 남자를 묶어놓을 꺼예요.
드디어, 클라이막스입니다. 형님."
그렇게 말한 존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식빵에 버터를 바르고, 입에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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