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8 光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0:30:46 id:j0e1jdqw0
클라이막스. 존은 그렇게 말했다.
사장이 본체인 남자를 묶어두고, 존이 나의 제령을 한다.
즉, 그 여자와의 싸움에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된 것이다.
나는 토할 것 같았지만, 억지로 위에 밥을 집어 넣었다.
더 이상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만이 아니다. 난 이 놈들에게만큼은 지고 싶지 않았다.
저녁.
존은 나를 침대에 눕혔다.
"지금부터 어떤일이 있더라도 절대로 마음만큼은 지면 안됩니다, 형님."
존의 말에 나는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만이라면 나는 절대로 저런 놈들에게 지지 않아.
존은 시계를 보면서, 심호흡을 하고 "이제 곧 시작이예요" 라고 했다.
"형님, 이번에 제 핸드폰이 울리는 때가 신호예요.
저는 단숨에 형님에게 침입할겁니다.
후원을 잃은 여자가 격력하게 날뛸지도 모릅니다.
제가 형님이 있는 곳에 도착할 때까지 버티셔야 합니다."
나는 존의 손을 잡았다.
"그래, 믿어"
존은 곧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존의 핸드폰 벨소리가 방안에 울려펴졌다.
751 光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0:31:26 id:j0e1jdqw0
정신이 드니, 나는 본 적이 없는 양옥 같은 건물 안에서
목제 의자에 묶인채로 앉아있었다.
눈 앞에는 내려가는 계단이 보인다.
나는 건물 안을 살폈다. 무척 오래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양옥의 내부는 꿈인것 같은 위화감이 있었다. 확실히 이전보다 약하다.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존이 나를 구하러 온다. 그렇게 믿고 있다.
뒷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 여자....인가?"
그러자 뒷쪽의 인기척은, 스윽- 하고 내 목에 팔을 감아왔다.
나는 확신했다. *여자다.
"니가 왜 이런짓을 하는지, 지금은 아무 상관없어.
나는 너한테서 도망치는 방법만을 생각했어. 정말로 무서웠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야. 친구가 생겼어.
이제, 니가 무섭지 않아"
*여자가 강하게 나를 끌어안았다.
"같이 있고 싶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살아있고. 너는 죽었어. 이 사실은 절대로 달라지지 않아.
너에게는 내가 모르는 너만의 욕망이 있겠지.
하지만, 나는 거기에 응할 수 없어. 나는 살아있으니까."
나와 *여자의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여자는 나에게 꼭 달라붙은채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752 光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0:32:08 id:j0e1jdqw0
울고있는 *여자에게서 예전같은 기분나쁜 느낌이 없었다.
*여자의 목소리는, 전에 들었던 목소리와 똑같다.
확실히 *여자가 맞았다.
그런데도 불가사의하게 느껴질 정도로 예전과는 다른 느낌이다.
나는 이상했다. 후원자를 잃어 날 뛰지 않을까 싶었는데
* 여자는 내게 달라 붙어, 조용히 울고 있다.
"너.... 혹시....."
나는 거기서 말을 멈췄다. 더이상 말을 이을수가 없었다.
그 때, 양옥의 현관문이 조용하게 열린다.
거기에는 존이 있었다.
"형님, 마중왔습니다."
존은 그렇게 말하며 계단을 올라, *여자를 노려봤다.
*여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나에게서 팔을 풀고 존을 지나쳐 조용히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 아래에서 멈춘 *여자는, 천천히 뒤돌아 나를 바라봤다.
여자의 얼굴에 나는 놀랐다.
예전과 같은 불길함은 없고, 깨끗한 얼굴이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소녀의 안타깝고 슬픈 표정이 내 눈에 강하게 남았다.
여자는 발길을 돌려, 뒤돌아 보지 않고 현관 밖으로 사라져갔다.
"어떻게 된거지, 저 여자...."
상상한 전개와는 너무 다르지 않은가.
"그 여자의 후원자도, 그 세 명의 남자도 사라졌습니다.
더 이상 승산이 없으니 단념한거겠죠.
그 여자도 형님안에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우리가 이겼어요."
존은 이 싸움의 승리를 선언했다. 그러나 내 안에 환희는 없었다.
754 光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0:32:49 id:j0e1jdqw0
존이 나를 의자에 묶어놨던 도구들을 분리했다.
의자에서 일어선 나는 몸이 신기할 정도로 가벼웠다.
나와 존은 함께,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현관의 끝에는 눈부신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희망의 빛이었다.
우리들은 현관 밖으로 나갔다.
그 때, 시선의 한 구석에 사람 그림자가 보였다.
"아버지...."
아버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다정하게 미소지으셨다.
내 눈에서는 도저히 멈출 수 없을 것 같은 눈물이 쏟아졌다.
아버지의 상냥한 얼굴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 앞에서 아이처럼 소리 높여 울었다. 정말 아이처럼...
"형님"
나는 존의 목소리에 잠에서 깼다.
지상 20층에 위치한 호화로운 호텔 룸. 우리는 돌아왔다.
"아... 너무나도 긴 악몽을 꾼 기분이야
그래도..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다. 존, 고마워."
"아니예요. 저만이 아니예요. 사장님과 아버님도 열심히 하셨습니다. 물론, 형님도요.
그 미끼 작전 때, 형님은 적의 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빌딩에서 뛰어내리셨죠.
현실이 아닌걸 알고 있다해도, 보통은 못 뛰어내립니다.
게다가 적의 본체를 향해 계속 몰아 붙이셨잖아요.
그건, 형님이 용기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예요"
"아니, 나는....."
나는 곧 입을 다물었다. 혼자였다면, 벌써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한심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755 光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0:33:30 id:j0e1jdqw0
"저기, 존. 그 여자 말인데..."
존은 나에게 커피를 내밀었다.
"무슨말을 하고 싶으신지 알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저도 그 여자에게 침입했었으니까...
그치만, 걱정 안하셔도 되요. 전부 끝났습니다."
나는 커피를 마시면서, 창 밖에 펼쳐진 야경을 바라봤다.
안타까운 마음을 떨치기 위해, 나는 야경을 눈에 새겼다.
그 후, 나는 안심한 탓인지, 고열로 병원에 입원했다.
3일 정도 고열에 시달린 후, 나는 기적적으로 회복했고,
부러져있던 왼팔의 뼈도, 의사가 눈을 동그랗게 뜰 만큼 빠른 속도로 회복했다.
최악이었던 컨디션도 완전히 회복해, 나는 예전같은 건강한 몸을 되찾았다.
입원중, 존이 몇번이나 문병을 왔었다.
이 녀석은 정말 좋은 놈이다.
최악이라고 할 수 있는 일들속에서 존과 만난 것만은 신에게 감사하고 싶다.
다음 날, 나는 다시 사장님에게 인사를 하러 갔다.
변함없이 히스테릭한 사장님은
"말만 말고, 고마우면 돈을 내라고!!"
뭐,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으니 괜찮다.
그리고 사장님은 "꼭 아버지께 성묘하러 가!" 라고 했다.
나는 오래간만에, 가족과 함께 아버지께 성묘를 하러갔다.
768 光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0:47:18 id:j0e1jdqw0
오랜만에 온 아버지의 무덤은 흙 먼지로 뒤덮여있었다.
나는 미리 준비하고 있던 청소 도구를 꺼내, 정성스럽게 아버지의 무덤을 닦았다.
"가족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런 마음을 담아 정성스럽게 닦았다.
어머니도 여동생도 필사적으로 무덤을 청소하는 나를 바라보며
왜 그렇게 열심히 청소하는지 이상하게 생각하는 듯 했다.
나는 두 사람에게도 청소도구를 건내고, 함께 청소를 끝냈다.
기분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의 웃음소리가 들린 것 같다.
그 후, 우리들은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오래간만의 단란한 가족 나들이었다.
식사 후에 나는 화장실에 들렀다. 입구를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거기는, 빌딩의 옥상이었다.
놀란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내 시선 끝자락에는 그 소동의 본체인 남자가 펜스에 기댄채 담배를 물고 있었다.
"오랜만!"
가벼운 인사를 하며 남자가 나에게 다가왔다.
"다가오지마!!!"
나는 소리쳤다.
"하하, 무섭네. 그렇게 소리 안질러도 돼. 딱히 뭘 하려고 온 건 아니니까."
남자는 계속 나에게 다가오고 있다.
"무슨짓을 하려고!!! 대체 뭐하러 온거야!!?"
소리치는 나를 무시하고 남자는 내 앞에 서더니, 뜻 밖의 말을 꺼냈다.
"일의 전말을 알고 싶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