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는 별로 없습니다만, 상황을 상상하면서 읽어주세요.
음..
저는 다니던 대학 때려치고 몇 년 후에 전문대를 다시 들어가서 나잇빨을 이용한 장학금과 냄새와 알바로
등록금과 용돈을 충당하며 나름 잘 지내던적이 있습니다.
당시 동네에서 감자탕/해장국 배달 알바를 뛰었었는데요..
저희 지역에 지은지 꽤나 오래된 한 동 짜리 청천아파트라는 곳에 배달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 때가 밤 9시가 조금 안된 시간이었습니다. 907호 였구요. 해장국 두 개였습니다.
별 생각없이 배달박스를 들고 엘리베이터에 서서 △버튼을 누르고 층수 액정을 봤습니다.
7층에서 내려오네요.
별 생각없이 타서는 9층을 눌렀습니다. 문이 닫히고 올라갑니다.
7층에서 정지하네요?
문이 열리고... 아무도 타지도 않고 아무도 없었습니다. 불꺼져서 그냥 깜깜했습니다.
문이 닫히고 9층으로 올라갑니다.
뭐 그러려니 누가 장난친거려니 무시했습니다. 무사히 907호에 도착해서 배달을 마치고 돈을 받아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9층 엘리베이터 앞에 가서 ▽버튼을 누르고 액정을 봤더니 7층에서 올라옵니다?
어이씨 이거 기분 좀 그러네요?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내려가려면 그냥 타야지.
타서 1층 버튼을 누르고 엘리베이터 중앙에 아무 생각없이 서 있었습니다.
문이 닫히고
내려갑니다.
7층에서 또 섭니다.
문이 열립니다..
그냥 깜깜합니다. 기분은 싸하게 변했습니다...
다시 문이 닫힙니다.
그래.. 누가 눌렀다가 급하게 뭐 가지러 들어간거겠지... 라는 생각으로 스스로 안도하는 중에
마치 ◀▶버튼을 누른것 처럼 엘레베이터가 바로 다시 열리는 겁니다..
엘리베이터 밖은 그냥 깜깜하고 아무것도 안보입니다.
그 때 부터 미동하기 힘들정도로 무서움에 떨고 있었습니다.
내릴까 말까 하는 생각을 끝없이 고민했지만 발이 떨어질 생각을 안했죠...
정확하진 않지만 아마 한 1분 정도...엘레베이터가 열린 상태로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있다...또 닫힙니다.
한데, 엘리베이터는 안내려갑니다.
그냥 그대로 정지해 있었습니다.
1층 버튼은 분명 눌려 있었습니다.
버튼판넬을 보니 왠 램프에 불이 들어와 있습니다.
'만원'
머리가 새하얗게 되어서는 눈만 동그랗게 뜨고 바들바들 거리고 있었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바닥에 배달박스를 내려놓고 엘리베이터 오른쪽 뒷 구석쪽으로 가서 몸을 쿡 박고
핸드폰을 꺼내서 그냥 화면만 쳐다보며 가마안-히 있었습니다.
무슨 생각이였는지..그냥 뭐랄까...
지금 이 상황은 아무 일도 아니다라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게끔;;?
그렇게 1분 조금 더 지나서 문이 열립니다.
또 한참 문이 안닫힙니다.
문이 다시 닫힙니다.
눈알만 굴려서 버튼판넬을 흘낏 봤더니 '만원' 램프에 불이 꺼졌습니다.
엘리베이터가 내려갑니다.
1층까지 도착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도착 했습니다..
문이 열리고 1층 입구 계단이 보였습니다.
배달박스를 냅다 밖으로 걷어차고 미친듯이 밖으로 튀어나가
한 11개 쯤 되는 계단을 그냥 날듯이 뛰어내려가 경비아저씨를 찾았습니다.
경비아저씨는 멀지 않은 곳 화단 근처에 서 계셨습니다.
미친놈 취급 당하지 않으려고 숨을 고르고 터벅터벅 걸어가서 조곤조곤히 얘기 했습니다.
"아저씨, 엘리베이터에 이상이 있나봐요. 7층에서 계속 서있더라구요.
방금 타고 내려오는데 만원 램프에 불도 들어오고, 몇 분 동안
7층에 서서 갇혀있다가 이제 내려왔네요. 점검 한 번 받아봐야 할 것 같아요."
경비아저씨가 말씀하셨습니다.
"점검 받은지 얼마 안됐는데... 간혹 엘리베이터가 서버린다고 주민신고가 들어오긴 하는데
이상은 없다고 하던데.. 근데 총각 이런거 어디 다른데 가서 말하지 말어."
라고 하셨습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아파트 값 떨어질까봐 그런것 같네요.
아무튼 그렇게 얼떨떨하고 오싹한 배달을 마치고 가게 들어가서 일 하다 퇴근하고
자고 학교가고 여차저차 하며 자연스레 그 일을 잊은체 지냈습니다..
그리고 그 때 그릇은 제가 안찾아와서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몇 일이 지나고 갑자기 그 일이 생각나서 사장님께
그 아파트 배달갔다가 요래조래 그런 일이 있었어요- 라고 얘기를 해 드렸습니다.
그런데 사장님이 그러십니다.
"그 아파트에서 사는 한가족 중에 두 명이 뛰어내려서 자살했다던데, 그래서 그러나..."
얘기는 여기까지입니다...
그냥 문뜩 그 때 일이 생각나서 재미없는 글 몇글자 끄적여봤습니다..
여하튼 그 알바시절 겪었던 엘레베이터에 안좋은 추억으로 인해
지금도 밤에는 엘레베이터 타기가 조금 무섭긴 합니다..